[온더레코드]"자신없으면 내려가야죠" 차승원의 자신감
배우 차승원 인터뷰
넷플릭스 영화 '독전2' 브라이언役
"노쇠하고 탐욕스러운 얼굴에 집중"
"나? 어휴, 슈퍼 동안이지. 엄청나지." 배우 차승원(53)이 '동안'이라는 말에 보인 반응이다. 반응 속도는 단 1초. 태연하게 말하며 안경을 치켜세우는 모습에 웃음이 터졌다. 순간 "지구상에서 가장 웃긴 생명체"라는 조진웅의 말이 떠올랐다. 1일 1식과 혹독한 운동 루틴을 지키고 있다. 그래서인지 2년 전 직전 인터뷰 때보다 더 젊어졌다. 1988년 모델로 데뷔해 올해 데뷔 35년 차인 그는 생각은 더 유연해지고, 자기관리는 혹독해졌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차승원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딱딱하던 생각이 유연해졌다"며 "새로운 캐릭터도 알아가는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독전2'(감독 백종열)는 2018년 개봉해 520만명을 모은 '독전'의 후속편이다. 한국영화 최초로 전작이 다룬 시간대 중간에 일어난 일을 그리는 미드퀄 형식으로 제작됐다.
영화는 용산역에서 벌인 지독한 혈투 이후, 여전히 이선생을 쫓는 형사 원호(조진웅)와 사라진 락(오승훈), 다시 나타난 브라이언(차승원)과 사태 수습을 위해 중국에서 온 큰칼(한효주)의 독한 전쟁을 그린다.
차승원은 1편에서 브라이언으로 분해 '독보적 빌런'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주목받았다. 전편에서 브라이언은 용산역에서 치명상을 입었다. 이를 본 관객 대부분 그가 살았을 리 없다고 추측했다. 이 같은 반응을 전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속편 제안을 받고, '브라이언은 죽었는데, 2편이 어떻게 나와?' 물었죠. 그런데 영화를 보니까 죽었다는 정보는 안 나왔더라고요. 그래서 '아, 심하게 다친 거야?' 했죠.(웃음) 속편은 그렇게 농담 반, 진담 반 시작했어요. 우선 스토리텔러인 원호(조진웅)의 마무리라고 봤어요. 1편에서 2편으로 넘어오면서 '미드퀄'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어떻게 만들까? 궁금증도 있었죠. 여러 생각이 들었어요."
2편에서 기적적으로 생환한 브라이언은 복수심에 불타오른다. 이와 함께 아시아 마약 비즈니스를 다시 접수하겠다는 욕망도 고개를 든다.
그는 "브라이언은 이선생이 되고 싶은 자다. 신체적 데미지를 입은 후 달라진 얼굴에서 착안했다. 뭔가 사연도 많고 노쇠하면서도 탐욕과 욕망에 휩싸인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 전편에서 약간의 허풍과 허세가 있지 않나. 그런 그가 큰일을 겪고 나서는 수염도 희끗희끗하고 아프고 나서 확 늙은 얼굴이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전편을 향한 뜨거운 인기에 기대가 컸던 탓일까. '독전2'는 공개 직후 다양한 평가를 받았다. 영화를 본 시청자의 반응은 갈렸다. 빌런의 사용, 개연성 등이 문제로 지적되며 혹평도 상당했다. 차승원은 "받아들인다"고 했다.
"미드퀄이라는 점에서 콤플렉스를 안고 가는 영화일 수도 있겠다고 우려를 했죠. 새 인물의 등장에 반감도 있을 수 있고요. 세상을 떠난 (김)주혁이가 1편에서 워낙 강렬했잖아요. 분명 비교될 수밖에 없겠구나. 누구라도 그 이상을 해내기란 힘들겠다고 생각했죠. 한효주가 용기 있는 도전을 했다고 생각해요. 성실하게 했어요. 오승훈도 그랬고요. 작품은 (조)진웅이 말처럼 우리 손을 떠난 거죠. 다시 찍을 수도 없고, 평가는 그들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진웅이랑 저는 전편에 있었던 캐릭터잖아요. 덕분에 도마 위에 오르지 않았죠. 제 역할로 봤을 때는 그래도 그나마 마무리를 잘하고 아웃 한 게 아닌가. 물론 그 후의 이야기가 더 있다면 좋겠지만."
브라이언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독전2'의 매력과 별개로 그의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를 언급하자 차승원은 "3편도 한번 해달라고 해볼까요?"라고 물으며 말을 이었다.
"브라이언과 또 번외로 마이사(낙원의 밤) 이야기를 한번 해보자, 마이사가 그렇게 되기 전의 이야기도 해보자는 이야기도 했었어요. 캐릭터를 만들어가는 건 참 어려운 일이죠. 내 입장만 생각할 수는 없는 거지."
차승원은 복수하는 장면에서 의견을 냈다고 했다. 그는 "아주 일차원적인 복수가 정말 웃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간이니까. 말은 어렵게 하지만 '끝에 가서는 아주 모멸감 주는 행동하자.' 그래서 그런 의견을 냈다. 또 이선생이 되고 싶어하는 자니까 이선생을 죽인 걸 목격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 악랄하게 복수했어야 했는데. 더 세야 해. 나라면 더 센 걸 했을 텐데"라고 덧붙여 웃음을 줬다.
브라이언이 심각한 화상을 입은 설정에서 차승원은 본인의 경험을 꺼냈다. 어렸을 때 목격한 실제 화상 환자의 모습을 마주한 기억을 토대로 외형과 말소리 등을 만들었다.
"작은아버지가 어렸을 때 왁스 공장을 경영하시다가 전신 화상을 입으셨어요. 병원에도 자주 가셨는데 자주 앓는 소리를 내셨어요. 화상 환자들은 너무나 고통스럽다고 하시더라고요. 지금은 어떻게 치료하시는지 모르겠지만, 그 당시에는 화상을 입으면 목욕탕에 가서 (환부를) 다 긁어야 했어요. 작은아버지는 아프지만 시원하다고 하셨죠. 비가 오는 날이면 손발이 다 오그라드니까요. 그렇게 안 하면 더 아프다고 하셨어요. 그 기억에서 착안했어요. 등은 아파서 의자에 붙일 수 없었고, 침 흘리는 설정은 약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에서 가져왔어요."
배우들은 차승원을 두고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입을 모은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 혹자는 훤칠하게 잘생긴 외모에 차갑지 않을까 오해하기도 하지만, 조금만 이야기 나누면 그가 얼마나 '웃음'을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이는 그가 만든 배역에도 자연스럽게 묻어난다. 웃기지만 풀어지지 않고, 무겁지만 마냥 어둡지 않다.
"웃음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아주 그거 없으면 싫어합니다. 보물찾기 같아요. 스릴러, 누아르? 물론 그런 장르가 매력 있죠. 그런데 거기에 고착되기 시작하면 재미가 없어요. 딱딱해져요. 저는 그걸 못 견뎌요. 완충할 수 있는 저만의 방법이랄까. 나는 유머 없는 건 싫어요. 우리가 동물을 연기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연기하잖아요. 어떤 배역을 맡든지 '꼭 이래야 할까?' '이렇게 해야 할까?' 자문하는 편이죠. 어떤 인물은 굉장히 무서워. 말수도 없고. 근데 꼭 그렇게 해야 하냐, 그 말이지. 그대로 하면 나한테 배역을 줄 이유가 없잖아요? 그걸 늘 고민하는데, 재밌어요."
차승원은 열려 있는 배우이자 '사람'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안 그랬다고 했다. 굴러가는 돌처럼 세월 속에 무뎌지는 자신이 좋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점점 유연해지는 걸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1등 아니고 2등이라도 좋다"며 웃었다. 최근 한 유튜브 채널에서 밝힌 '자존감' 철학이 젊은 세대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어렸을 때는 자아는 없고 '존감'만 있었다"고 했다. 이어 "남들이 나보다 앞서야 하고, 깜냥도 안 되는데 존감만 있으면 그건 욕심"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회생활도 오래 하고 나이 들면서 애들도 크고 그러니까, 생각이 넓어진달까요. 예전에는 2등이 끔찍하게 싫었어요. 나도 언젠가 배우로 내려갈 시기가 있단 말이에요. 구태의연하게 안 했으면 좋겠어요. 내 신체나 밸런스, 생각만 괜찮으면 3·4등도 괜찮아요. 그게 진짜 자존감이죠. 저는 자신 있어요. 그런데 그 자신감이 급격하게 떨어지거나 '나는 아닌 거 같다'고 느끼면 일을 그만둘 수도 있어요. 내려가야죠. 지금까지는 '오케이. 괜찮아'하고 있어요. 많이 사랑해주시고 찾아주시니까요. 오히려 젊었을 때보다 더 많이 찾아주셔서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죠. 그건 감사한 일이죠. 앞으로도 할 게 많아요."
차승원은 1년에 저녁 식사 약속이 두 번도 채 안 된다고 했다. 화려한 생활, 파티와는 거리가 멀다. 이를 언급하자 그는 "집에서 얼마나 바쁜지 모른다"며 웃었다. 이어 "아침에 일어나서 운동 갔다가, 대본도 봐야 하고 강아지 산책도 시켜야지. 뉴스도 봐야지 세상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 거고. 저녁엔 맥주 한캔, 혼자 쫙 마시면서 하루를 정리하고 오후 10시면 잔다"고 했다.
그를 한결같이 붙드는 존재는 '딸'이다. 차승원은 "딸이 태어나고 어제까지 단 하루도 붙어있지 않은 날이 없다"고 했다. 그는 "언젠가부터 생활 루틴이 바뀌었다. 지방 촬영에 갔다가 아무리 멀어도 꼭 집에 온다. 제주도에서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촬영할 때 무박하고 서울에 온 적도 많다. 오전에 촬영이 끝나고 다음 날 정오 촬영이다? 그러면 무조건 비행기 타고 집에 갔다가 다음 날 아침에 왔다. 그렇게 루틴이 바뀌었다. 되도록 딸과 오래 가깝게 있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차승원은 바쁘다. 최근에는 박찬욱 감독이 제작·각본을 맡은 넷플릭스 영화 '전,란' 촬영을 마쳤다. 영화·드라마·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나영석 PD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에서 남다른 요리 실력으로 주목받았다. 일명 '차줌마'(차승원+아주머니)라는 애칭도 얻었다. 내년 어촌편 10주년을 맞아 유해진과 다시 한번 섬으로 향할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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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시세끼'는 내년이 되면 하지 않을까요? 요맘때쯤 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이지. 하하. 호빵 생각나듯이, 이때 되면, 그런 거 있잖아요. 그 시기라는 게 있지.(웃음) 저는 예능을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배우로서 우려되는 점도 있지만, 앞으로도 할 거예요. 패션쇼도 마찬가지죠. 배우라고 해서 내가 하던 일을 딱 끊고 안 한다? 그건 아니라고 봐요.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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