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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정담]"샌드위치 지방은행…지역 뿌리두고 특화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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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 인터뷰

[만보정담]"샌드위치 지방은행…지역 뿌리두고 특화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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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는 선박, 자동차 등과 관련한 중소 제조기업과의 거래에 집중해 왔지만, 앞으론 해양·물류·영화·디지털 등의 분야를 특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것이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지방은행의 생존방식이 될 겁니다."


지난달 24일 오후 부산광역시 동구 초량동에 위치한 북항재개발지구 친수공원에서 만난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은 지방은행, 지방금융지주의 미래와 관련해 "부산·울산·경남(PK)에 둔 뿌리를 더욱 굳건히 하는 가운데, 일부 부문에선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에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빈 회장과 함께 걸은 북항재개발지구 친수공원은 그가 집무하는 BNK금융지주 본사(남구 문현동)와 거리로는 4.9㎞, 시간으로는 1시간 20분가량 떨어진 곳이다. 국제여객터미널, 친수공원 등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간에서 아직 공사가 한창인 만큼 걷기 운동을 위한 최적의 장소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향후 부산의 해양관광 및 해양산업 발전의 기초가 될 장소란 점에서 이곳을 선택했다고 빈 회장은 전했다.


사실 PK 지역 금융산업의 리더인 빈 회장은 분초를 나눠쓰는 바쁜 와중에도 최소한 '걷기'는 놓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당장 인터뷰 직후엔 자회사최고경영자후보추천위원회(자추위) 회의와 각종 회의·보고가 줄지어 예고돼 있다고 했다. 또 주말엔 당시 기준 나흘여 앞으로 다가온 2030 엑스포 유치 지원을 위해 파리행(行) 티켓도 끊어놓은 상태였다.


빈 회장은 지역 금융가에선 입지전적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1960년 경남 남해군에서 태어나 부산 동래원예고등학교, 경성대학교 법학과를 거쳐 28세 때인 1988년 부산은행에서 신입 행원으로 출발해 은행장, 금융지주회사 회장까지 올랐다. 늦깎이 행원인데다 BNK금융 내 양대 학맥(부산상업고등학교, 동아대학교) 중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핸디캡(Handicap) 속에서다.

-평소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나.

▲사실 거의 못 한다.(웃음) 관리를 못 하는 것 치고는 건강이 나쁘지 않은 것은 정말 부모님께 감사드릴 일이다. (회장직) 취임 당시 실무 중심으로 일할 수밖에 없는 은행장과 달리 회장은 보다 큰 틀에서 생각해야 하는 만큼 여유가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더라. 그렇기에 최대한 생활에서 걷기를 실천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서면에서 오찬이 있을 때는 회사까지 걸어서 이동한다든가 하는 식이다. 부산의 최대 번화가이자 금융중심지인 서면(부산진구 부전동)에서 BNK금융지주 본사(남구 문현동)까지의 거리는 약 2㎞ 정도로, 약 30분이 소요된다. 성인 남성의 보통 걸음으론 약 3000보(步)가 되는 거리다.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이 24일 부산 북항 친수공원을 걷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이 24일 부산 북항 친수공원을 걷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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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계기로 은행원이 됐나.

▲어떤 면에서 보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은행원이 된 측면이 있다. 당시만 해도 은행권 채용은 완전 공개채용 방식이 아니라 제한 채용 방식이 주를 이뤘다. 그러다 보니 (은행이) 학교에서 추천서를 받았고, 내가 우선순위 대상이 되다 보니 고민 끝에 결정했다. 내심 고시나 학업에 대해 아쉬움이 있기는 했지만, 안정적인데다, 장남으로서 고향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부산은행을 선택하게 됐다.


-후회는 없었나.

▲막상 은행에 와 보니 내가 은행원으로 조직 내에서 성장하기에 불리한 조건만 갖고 있었다.(웃음) 나이도 많은데다 고등학교도 상고(부산상고) 출신이 아니었고, 학교도 주류(동아대 등)는 아니었다. 후회라기보다는 '내가 이 조직에서는 한계가 있지 않겠는가' 하고 낙담하기도 했다. 그러나 나의 한계를 어떻게 한다기보단, 매 순간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했던 것이 오늘날을 만들지 않았나 싶다.


-BNK금융의 현재 최대 경쟁자는 누구라고 보나.

▲시중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모두 다 경쟁자다. 지방은행은 아직 시중은행이 가진 규모의 경제, 종합금융사로서의 포트폴리오를 모두 갖추지 못했고, 인터넷전문은행과 같은 파괴력도 가지지 못한 상태다. 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가 된 셈이다.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이 24일 부산 북항 인근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이 24일 부산 북항 인근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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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금융은 시중은행 전환을 선택했는데, BNK금융의 대응 방안은 무엇인가.

▲대구은행(DGB금융)은 '영토의 확장'을 선택한 것이다. 의미 있는 시도로 평가한다. 그러나 우리도 그렇게 하는 것이 적절한지는 의문이다. 지역에서 발을 빼는 것은 오히려 또 다른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 그렇기에 지역에 내린 뿌리는 더욱 굳건히 하면서도, 이를테면 해양, 물류, 영화, 디지털 등 분야에서 시중은행이나 인터넷전문은행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면.

▲지주의 역할 강화, 고객 중심 경영, 조직 및 인적 쇄신을 통한 경영효율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신사업 발굴 등의 미래 비전을 담은 '2030 중장기 경영계획'을 구상 중이며, 이르면 연말께 발표할 생각이다.


-외우(外憂) 못지않게 내환(內患)도 숙제다. 올해 3월 취임했는데 재임 5개월여 만에 자회사 경남은행에서 발생한 3000억원대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 사고로 곤욕을 치렀다.

▲결국 이런 금융사고는 개개인의 의식, 조직의 내부통제시스템이란 두 가지 문제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첫 번째론 개개인의 윤리의식을 고취할 필요가 있다. 직원이 삶의 가치를 단순히 돈에서 찾지 않도록 인문학적 교육을 꾸준히 이어나가야 한다. 두 번째론 누군가가 작심하더라도 (부정행위를) 마음먹는 순간에 바로 적발할 수 있는 감시 시스템을 지금보다 고도화하는 것이다. 현재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내부통제혁신위원회'와 내부 직원, 회계법인, 컨설팅업체, 법무법인 등으로 구성된 '내부통제 혁신 추진단'을 통해 세부 방안을 논의 중이며, 연말에는 관련한 내용을 발표할 수 있을 것이다.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이 24일 부산 북항 인근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이 24일 부산 북항 인근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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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으로서 상생 금융에 대해 고민하는 부분이 있다면 소개해 달라.

▲단순한 금융지원뿐 아니라 지역사회와 장기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이다. 예컨대 최근 예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지원센터의 운영을 맡거나, 지역 특성을 고려해 자갈치시장 등 수산시장의 위생, 환경개선 캠페인을 전개하는 방안 등이 있을 수 있다. 방송인 백종원 씨가 전통시장을 살려내듯, BNK금융도 우리의 자금과 직원을 연결해 지역 소상공인 자영업자에게 의미 있는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이면 인수 10년 차를 맞는 경남은행과의 '화학적 결합' 역시 오랜 숙제 중 하나다. 부산-경남은행이 공존하는 '투 뱅크(Two Bank)' 체제 유지를 공언하면서도, 경남은행과는 아직 전산 통합조차 이루지 못한 상태인데 향후 계획은.

▲사실 가장 쉬운 답은 '합병'이지만, 이는 단순하게 경제적 논리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물론 그렇다고 지금처럼 비효율적인 체제를 유지하는 것도 부산, 경남은행 모두에게 마이너스다. 투 뱅크 체제로 시너지 효과를 만들기 위해선 전산, 조직, 인력 운영 등 모든 측면에서 하나의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통해 부산, 경남은행이 각자의 강점을 발휘한다면 양 은행을 하나의 은행으로 만드는 것보다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본다.


-전임 CEO들도 시스템 통합을 추진했으나 순탄치 않았는데 복안이 있나.

▲양 은행의 성적이 떨어져 각기 B학점, C학점을 받을 상황인데도 각자 알아서 해결하도록 하자는 것은 현실적인 답이 아니다. A학점을 받으려면 양 은행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시스템을 통합하는 것은 나(본인)를 위한 일도, 다른 누구를 위한 일도 아니다.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할 계획이다.





부산=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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