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주담대 잔액 순증 19조원
역대 3분기 기준 최대폭 증가
8월 주담대 순증, 2020년 2월 이후 가장 커
수도권 주택 상승세가 원인
최근 국내 시장금리와 은행권 대출금리가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23일 서울 한 시중은행 외벽에 대출 금리가 적힌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올해 3분기 주택담보대출 잔액의 순증 규모가 19조원에 달했다. 역대 3분기로 따지면 최대 규모다. 1분기 2조원, 2분기 8조5000억원 이어 3분기에 급격히 늘어났다. 수도권 중심으로 주택 가격 상승세가 지속된 것이 원인이었다.
28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표한 'KB주택시장리뷰'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이 월평균 5만호 내외에서 정체돼 있음에도 대출 규제가 완화되고 수도권 아파트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주택담보대출도 지속해서 늘었다"며 "역대 3분기 기준 최대 규모"라고 분석했다. 지난 9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06% 올랐다. 특히 수도권이 0.15% 오르면서 상승세를 견인했다.
월별로 주담대 순증액을 보면 올해 하반기 들어 부쩍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1~6월까지 통틀어도 10조4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7월(5조9000억원)부터 껑충 뛰더니 8월(7조원), 9월(6조1000억원), 10월(5조8000억원)까지 비슷한 수준의 오름세를 유지해오고 있다.
특히 8월 순증 규모 7조원은 2020년 2월(7조8000억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2020~2021년은 낮은 대출금리와 주택가격 상승에 올라탄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한 사람들을 의미)으로 인해 가계부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때다.
보고서는 "신규 주담대 금리가 4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도 신규 대출이 증가했다"며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 가계와 기업 대출수요 증가 등으로 시장금리 상승세가 지속됐다"고 했다. 국내 은행의 주담대 금리(신규취급액)는 지난 9월 4.35%로 5월(4.21%) 이후 계속 올랐다.
4분기에 들어선 이후 주택매매가격 상승세는 다소 누그러지고 있다. 보고서는 "10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도 전월과 같이 0.06% 올랐지만, 수도권과 상위 50개 아파트 상승 폭이 모두 둔화했다"며 "서울, 경기, 대전 가격 상승 폭이 둔화했으며 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광역시의 경우 하락 폭이 둔화하면서 전체적으로 가격 변동 폭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주택가격 관망세가 지속되면서 매매가격 상승 기대도 줄어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전국 주택 매매가격 전망지수는 10월 들어 상승 기대감이 축소되면서 연초 이후 10개월 만에 하락했다"며 "여전히 높은 매수 부담으로 매수세가 빠르게 회복되지 않아 매도자의 기대감도 줄어드는 모습"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연말에도 은행들의 주담대 상승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주담대 잔액은 11월 24일 기준 524조6207억원으로 집계됐다. 10월 말 521조2264억원에서 이달 들어 3조3943억원 불어난 규모다.
금융당국도 은행들에게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춰달라고 요구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6일 은행장과 간담회 자리에서 "세계 최고 수준까지 증가한 가계부채로 인해 성장잠재력이 저하되고, 부채상환을 위한 가계 소득 창출 능력도 빠르게 회복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차주 상환능력에 대한 고려뿐 아니라 거시건전성 측면에서 가계부채 적정규모에 대해 고민해달라"고 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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