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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K-우먼]배순민 "AI로 공상과학 같은 미래 세상 앞당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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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순민 KT융합기술원 AI2XL 연구소장
AI 전문가로 삼성·네이버 거쳐 2021년 KT 입성
"실패하지 않았다는 건 너무 낮은 목표 세운 것"
누구도 가지 않은 길 간다…AI 기술 개발

[파워K-우먼]배순민 "AI로 공상과학 같은 미래 세상 앞당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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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고 글 쓰는 걸 좋아하는 소녀였다. 혼자 지내는 게 익숙한 내성적인 아이였다. 학창 시절 전교생이 아는 우등생이었다. 초등학교 동창회에 가면 "너는 서울대 법대를 갈 줄 알았다"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카이스트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컴퓨터공학으로 박사 학위를 땄다. 삼성, 네이버 등 내로라하는 기업들을 거쳐 2021년 KT 임원으로 합류했다. KT융합기술원에서 인공지능(AI) 사업을 이끌고 있는 배순민 AI2XL 연구소장(상무)의 이야기다. 그는 최근 AI 산업계에서 '핫한' 인물로 통한다. 눈에 띄는 스펙과 활발한 대외활동으로 이공계 언니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얌전한 소녀에서 KT 최연소 임원이 된 배 소장을 만났다.

MBTI는 ENFP…'프로 취미러'

배 소장은 성장기를 거치면서 성격이 180도 달라졌다. 그의 MBTI는 관심받기 좋아하는 성향인 ENFP이다. 공부도 잘하고 노는 것도 잘하는 팔방미인이다. 두 아이의 엄마이면서도 골프·등산·댄스·첼로 등 다방면의 취미생활을 즐긴다. "아이를 키워 보니 성격이 점점 바뀌더라고요. 제 엄마한테 물으니 본인도 그랬다고 하시네요. 유전이 아닐까 싶어요(웃음)."


넘치는 에너지도 타고났다. 그는 "밤새워 일하는 걸 힘들다고 느껴본 적이 거의 없다"며 "하루에 4시간만 자도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체력이 뒷받침된다"고 말했다. 호기심이 많은 성격도 한몫했다. "어렸을 적에는 아프리카나 아마존을 탐험하고 싶었어요. 우주 비행사가 장래희망일 정도로 미지의 세계에 궁금증이 많았어요." 요즘에는 의사가 가장 추앙받는 직업이라지만, 한 공간에 오랫동안 앉아있지 못하는 성격이라 공학도를 택했다고 한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장소에 가는 걸 즐기며 긍정 에너지가 넘친다.

KT에서 인공지능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배순민 AI2XL 연구소장(상무)이 서울 양재동 KT융합기술원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KT에서 인공지능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배순민 AI2XL 연구소장(상무)이 서울 양재동 KT융합기술원에서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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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기업문화? 삼성과 네이버 '중간쯤'

다양한 기업을 경험한 배 소장에게 '기업문화'를 물었더니 "기업문화는 옳고 그름으로 판단하기보다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고 답했다. "삼성은 1월부터 12월까지 모든 과제와 이행 계획이 정해져 있어요. 하드웨어를 만드는 제조 업체로선 숙명이죠. 반도체 제조 공정처럼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분위기가 있어요."

이와 달리 네이버는 '노 플랜(No Plan)'에 가까운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고 했다. 1년 후 예측이 불가할 정도로 급변하는 소프트웨어 산업계를 주도하려면 계획이 없는 것이 곧 계획이라는 것. 그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은 어쩌면 계획을 짠다는 행위 자체가 유명무실해 보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KT는 삼성과 네이버의 중간쯤에 있다고 했다. 탄탄하게 짜인 시스템 속에서 유연하게 움직인다. 그는 "KT는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고 일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새로운 고객사와 만나 프로젝트에 돌입하면 계획을 유동적으로 변경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KT는 AI 기술 개발에 적합한 회사라고 배 소장은 말했다. "AI 서비스 육성 의지가 있고, 관련 인력 채용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요. 소통과 협업을 중시하는 문화도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어요."


특히 KT는 혼자 만들어낸 결과물보다 협업으로 나온 결과물에 더욱 가치를 부여한다고 한다. 그래서 유독 직업정신과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직원이 많고, 인재를 채용할 때도 그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본다고 했다. 그는 KT의 인재상에 대해선 "1등을 하기 위해 욕심을 내거나 경쟁적인 문화가 아니다"며 "조직 안에서 일하길 좋아하고 로열티 있는 사람, 자기 일에 의미를 찾는 사람을 선호하더라"고 말했다. 삼성에서 네이버로 이직할 때는 적응 기간이 3개월 걸렸는데, KT에 왔을 때는 2~3주 만에 적응을 끝냈다고 한다.

배순민 AI2XL 연구소장(상무)/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배순민 AI2XL 연구소장(상무)/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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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소장은 KT에 합류할 때부터 새로운 도전과 실패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신념은 지금도 바뀌지 않았다. 그는 "연구개발(R&D) 분야는 어쩌면 실패하는 게 맞다. 실패하지 않았다는 건 목표를 너무 안일하게 잡았거나, 충분히 성공할 수 있는 계획을 짠 것"이라며 "성공할 확률이 10~30%일 정도로 목표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AI 기술 개발은 지도에 없는 장소, 아무도 걷지 않은 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 길의 끝이 성공일지 실패일지는 아무도 몰라요. 벌써 성공이라고 말하는 건 끝까지 안 간 사람만 말할 수 있는 거죠."

배 소장은 AI 기술을 다양한 사업에 접목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과거에는 AI 서비스가 대중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생성형 AI가 출현하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특히 AI 콜센터는 업종을 불문하고 고객을 응대하는 기업들에는 꼭 필요한 사업이 됐다. 일단 KT가 제공하는 IPTV 서비스인 지니TV에 AI 기술을 가미하기로 했다. 영화 줄거리를 소개해주는 한 줄 문구부터 AI에 맡길 방침이다. 현재 기술을 개발 중이고 내년에는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믿음은 맞춤형 AI…신뢰성 높일 것

최근 배 소장은 대외 행사에 종횡무진 참여하며 KT의 AI 서비스 '믿음'을 알리고 있다. 그는 "고객의 니즈에 따라 맞춤형 AI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며 "신뢰성과 정확도를 높이는 작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누구나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고, 기존 서비스와 쉽게 연동되는 편의성을 갖춘 AI를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T는 업스테이지, 콴다 등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협업하면서 AI 생태계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파워K우먼-배순민 KT융합기술원소장(상무)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파워K우먼-배순민 KT융합기술원소장(상무)이 아시아경제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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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 소장은 "AI에도 따뜻한 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고,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공포론·비관론을 내놓고 있지만 그가 추구하는 AI상은 이와 다르다. 그는 "산업혁명을 통해 과거의 마부가 지금의 택시 운전사가 됐듯 기술의 발전은 일자리의 감소가 아닌 일자리의 변화를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정부는 모든 데이터와 문서를 AI 친화적으로 바꾸려고 한다"며 "AI를 통해 더 많은 정보에 접근하고, 물리적 세상을 디지털 세상으로 바꿀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릴 적 공상과학 그림그리기 대회에 나가서 동그란 자동차와 하늘에 떠 있는 집, 시간 여행과 순간 이동이 가능한 세상을 그렸어요. AI로 우리가 꿈꾸던 미래에 조금 더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이죠."


*배순민 소장은

1980년생으로 경기과학고등학교, 카이스트 전산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에서 전기컴퓨터공학으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삼성테크윈 로봇사업부 수석연구원, 한화테크윈 로봇사업부 AI개발팀장, 네이버 클로바AI 개발팀 리더 등을 역임했다. 2021년 1월 KT에 합류해 KT융합기술원에서 AI 서비스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에서 AI-데이터 분과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아무도 가보지 않은 인공지능(AI) 개발에 뛰어든 배 소장은 "실패를 두려워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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