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1세대 실손보험 인하 검토
통상 5년인 갱신 주기 걸리면 체감 못해
4세대 실손 할인 연말 종료…내년 실질적 인상
보험사들이 1세대 실손의료보험료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만 고객들이 체감하는 수준은 낮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실손보험 중 차지하는 비중이 20% 수준인데다 통상 1세대 실손보험은 5년 주기로 보험료가 큰 폭으로 인상되면서 이번 인하 폭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출시된 4세대 보험도 당국 주도 보험료 할인 혜택이 연말에 끝나면서 내년에는 보험료 인상으로 체감될 전망이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주요 손보사들은 1세대 실손보험료를 인하하기 위해 백내장 수술 등 비급여 항목에서 발생한 보험금 규모와 손해율을 파악했다. 이미 회사별 데이터를 집계해 업계 차원의 논의가 진행 중이다.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 때문에 자동차보험과 함께 실손보험료도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1세대 실손보험과 같은 장기상품요율을 조정할 때엔 최근 발생 손해액의 추세선을 보고 판단한다"라며 "일부 회사에서는 인하 요인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1세대 실손보험은 2009년 9월 이전까지 판매된 상품으로 자기부담금이 없어 의료비 전액을 보험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상품이다. 이 때문에 보험료가 올라도 한 번 가입한 사람들은 좀처럼 이후에 출시된 2~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지 않았다. 지난해 말 기준 실손보험 점유율은 20.5%(820만명) 수준이다.
보험사들은 최근 실손보험금 누수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백내장 과잉진료가 올해 들어 잦아들 조짐이 보였기 때문에 보험료 인하를 검토할 수 있게 됐다. 보험사의 자체 심사도 강화됐고, 지난해 6월 대법원이 백내장을 일괄적으로 입원치료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면서 통원치료 수준의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게 됐다. 이 판결 이후 백내장 관련 수술 건수는 올해 들어 90%가량 줄어들었다. 백내장 과잉진료가 줄면서 1세대 실손보험의 손해율은 2020년 141.9%에서 지난해 말 124.9%까지 줄었다.
1세대 실손보험료 예상 인하율은 10% 아래 수준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작 고객들이 체감하는 인하 효과는 적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세대 실손보험은 통상 갱신 주기가 5년이다. 5년 동안 보험료가 오르지 않지만, 5년을 넘어서면 그간의 인상분이 한 번에 반영된다. 실손보험료가 최근 10여년간 10%가량씩 오른 점을 감안하면, 갱신 주기에 도달한 사람들은 보험료 인하를 체감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당국이 전환을 주도한 4세대 실손보험도 내년이면 보험료가 오른다. 정확히는 그동안의 할인 혜택이 사라진다. 금융당국은 실손보험 누수를 막기 위해 보험사들과 함께 1~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하도록 유도했다. 이를 위해 내건 '당근'이 보험료 반값 할인 혜택이다. 2021년 7월 출시된 4세대에 가입하면 올해 말까지 보험료가 50% 할인된다. 이 혜택이 사라지면서 내년 보험료 인상 효과를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1세대와 4세대 보험에 가입한 이들은 지난해 기준 약 1132만명으로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28%가량을 차지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2, 3세대도 손해율에 따라 보험료가 인상되는 것은 불가피하기 때문에 결국 실손보험을 통한 상생금융을 소비자가 체감하려면 상당한 규모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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