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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요일日문화]'충견 하치' 100번째 생일…동상은 사실 두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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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주인 기리며 매일 시부야역 마중
100주년 기념 각종 행사 열려
또 다른 동상은 도쿄대에…주인과 만나 반가운 모습

갑자기 하늘나라로 떠난 주인이 돌아오기를 바라며 매일 시부야역 앞에서 기다렸던 충견 하치. '충견'이라는 이름까지 붙이는 것이 하나의 고유명사가 됐죠.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하치 이야기는 유명해 어릴 적 필독서로 꼭 오르내리곤 했습니다.


1923년 태어난 하치는 올해 100번째 생일을 맞았습니다.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하치가 매일 주인을 마중 나왔던 시부야역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은 하치를 기리는 행사, 이벤트, 방송 등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요.

시부야의 하치 동상.(사진출처=하치100주년 홈페이지)

시부야의 하치 동상.(사진출처=하치100주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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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는 하치에 '견공'의 '공(公)'자를 붙여 하치공(하치코)으로 부릅니다. 하치를 기리기 위해 붙인 높임말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주인이 대학교수였기 때문에 제자들이 감히 교수님이 기르는 하치를 함부로 부를 수 없어 이렇게 불렀다는 이야기도 존재하는데요. 여하튼 일본에서는 강아지 하치는 보통 '하치코'로 통합니다.


도쿄 시부야역 앞에는 하치 동상이 있죠. "하치코 쪽 출구에서 봐"라고 할 정도로 이제는 만남의 장소가 됐는데요. 현재 하치 동상은 사람들, 관광객들이 하도 만져 하치는 강아지의 형태만 있을 뿐 거의 반질반질 닳아있는 상황입니다.


시부야역 하치 동상은 지난 12일과 13일 이틀간 방 안 침대 위에 올라간 독특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맞았습니다. 저는 이걸 모르는 채로 도쿄에 갔다가 친구에게 "하치코 공사해?"라고 물었는데, 한정 작품이라고 운이 좋아서 볼 수 있는 것이라는 답을 들었습니다. 100주년을 기념해 하루 동안 휴식의 방을 제공한 것이라고 하네요. 하치가 가정집 침대에 올라가 편안하게 있는 모습을 연상하는데, 잠시나마 하치를 쉬게 해주고 싶은 취지의 미술 작품이라고 합니다.

하치 탄생 100주년 기념 '하치의 방' 모습.(사진출처=FNN)

하치 탄생 100주년 기념 '하치의 방' 모습.(사진출처=F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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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하치 동상은 시부야역 앞 말고도 하나가 더 있습니다. 바로 도쿄대 농대 앞에 있는데요.


하치의 주인인 우에노 에이자부로가 도쿄대 농대 교수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시부야역에서 도쿄대까지 전철을 타고 출퇴근했다고 하죠. 대학에서 회의를 마치고 나오던 중 뇌졸중으로 급사했고, 하치는 그다음부터 주인을 볼 수 없게 되는데요.


도쿄대에서는 이를 기려 우에노씨와 하치가 마주 보고 서로 반가워하는 형태의 동상을 세웠습니다. 하치가 두 발로 서서 앞발을 우에노씨에게 가져다 대고, 우에노씨가 하치를 반겨주는 이 동상은 막상 보면 시부야의 하치보다 더 뭉클한 감정을 들게 합니다.


도쿄대에 있는 하치와 주인 우에노에이자부로의 동상.(사진출처=도쿄대)

도쿄대에 있는 하치와 주인 우에노에이자부로의 동상.(사진출처=도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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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하치 탄생 100주년으로 굉장히 시끌시끌합니다. 하치 다큐멘터리부터 전국적인 행사도 열리고 있죠. 하지만 국민의 관심과 다르게 현재 하치는 박제로 남아 일본 국립과학박물관에 소장돼있습니다.


박제 실물을 보면 하치는 우리가 흔히 아는 일본의 시바견과는 조금 다르게 생겼습니다. 하치가 시바견이 아니라 일본의 지방 아키타현의 이름을 딴 아키타견이기 때문인데요. 여기에 하치는 갈색 털이 아니라 하얀 털을 가지고 있어 분위기가 사뭇 다릅니다.


생전 하치의 모습.(사진출처=하치100주년 홈페이지)

생전 하치의 모습.(사진출처=하치100주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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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하치와 하치 동상은 사후에 그다지 편안한 나날을 보내지는 못했습니다. 하치의 몸은 박제로 박물관에 남았고,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하치의 심장은 기생충이 들어있는 모습 그대로 도쿄대 농대에 전시돼있습니다. 남은 유해는 우에노 교수 옆에 묻혔는데요. 심지어 하치 동상은 태평양 전쟁 당시 공출돼 녹아 침략의 철길을 만드는데도 쓰였죠. 하치에게 '충견'이라는 점을 강조한 이유는 당시 일본 군국주의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이처럼 하치에 쏠리는 뜨거운 관심과 달리 남은 하치의 모습을 보면 어딘가 마음 한쪽이 석연치 않습니다. 모쪼록 우에노 교수와 하치가 하늘에서는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랄 뿐입니다.





전진영 기자 jintonic@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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