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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증원' 현실화 가능할까… "제대로 가르칠 수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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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대학 "정원 여유분으로 증원 가능"
지방은 '미니 의대' 등 교육 여건 열악
의대 신설에도 수천억대 예산 필요

정부가 의사 인력 충원을 위해 의대 정원 확대 추진에 나서는 가운데 의사단체, 교육계 등 각계의 반응이 엇갈린다. 보건복지부는 전국 40개 의대에서 2030년까지 4000명 가까이 늘릴 수 있다는 입장이나, 의료계는 의학 교육의 특성상 정원을 대폭 늘리면 제대로 교육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한다. 실제 의대 증원을 추진할 경우 검토해야 할 조건을 따져봤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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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의대 ‘순증 가능’= 현재 수도권 소재 대학의 경우 ‘수도권정비계획법’의 제한을 받는다. 수도권 인구 집중을 막기 위해 수도권 대학 정원의 총량을 늘리지 못하게 돼 있다. 이미 지난해 정부는 반도체 인력 양성을 위해 수도권 대학 첨단학과 정원을 늘리는 안을 추진한 사례가 있다. 당시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에 특례를 적용하는 방법과 법 개정이 논의된 바 있으나 야당과 교육단체 등의 반발로 국회에서의 논의는 백지화됐다.

다만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입학정원 총량에 있는 여유분을 활용할 수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의 입학정원 총량은 11만7145명인데, 교육부 추산 올해 남은 여유분은 6000명 정도다. 지난 21일 복지부가 발표한 수요조사에서 전국 대학의 의대 증원 수요는 2000~3000명대로, 수요조사 결과 수준의 규모대로 추진할 경우 수도권 대학은 여유분 내에서 증원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국토부는 추가 증원이 필요할 경우에도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를 거쳐 총량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의대 기초교수 확보해야= 의대 증원 규모가 결정되면 각 대학은 학생을 추가 수용할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대학 교지, 교사 및 교원, 수익용 기본재산 등 4대 필수요건을 중심으로 의학 교육의 질 저하가 유발되지 않게끔 하는 것이 관건이다. 핵심은 의대 교수 충원과 수련시설 확보다. 현재 상당수 의대 교수들은 이미 학생 교육보다 환자 진료 비중이 과도한 상황인데, 교수 충원 없이 학생만 늘어나면 최신 학문을 가르쳐서 우수한 의사를 길러내는 교육자의 역할은 더 어려워지고 ‘학원 강의식’ 의사국시 합격용 수업만 하게 돼 신규 배출 의사의 수준이 낮아질 것으로 의료계는 우려한다.


서울권 대학 입학처 관계자는 "교수 확보와 함께 의대생을 충실하게 가르칠 환경이 되는지도 중요하다"며 "부속병원 규모가 충분해야 병원에서 추가 실습 등을 통해 증원하는 학생을 교육할 여건이 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지방 의대다. 정부가 지역의 필수의료 붕괴를 강조하며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만큼, 지방 의대를 중심으로 증원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지방 의대의 경우 특히 기초의학을 가르칠 교수진이 지금도 부족하고, 충원은 더욱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원 50명 미만인 ‘군소 의대’ 일부는 수련병원 상황도 열악하다. 이런 경우는 정부가 직접 추가 지원을 하지 않는 이상 현실적인 증원 여력은 없는 것이라고 의료계는 지적한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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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의대’ 신설은 부실화 우려= 의사 인력 충원을 위한 또 하나의 방편으로 ‘지방 의대 신설’이 논의되는 가운데 각 지역에서 의대 유치를 위한 경쟁이 이미 치열하다. 현재 가라앉아 있는 공공의대 신설 논란도 되살아날 조짐이다. 전병왕 의학교육점검반장은 21일 복지부 브리핑에서 공공의대 설립 가능성에 대해 "기존 의과대학을 중심으로 먼저 (증원을) 하겠지만, 공공의대나 지역의대 신설은 수요를 봐가면서 계속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실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국 11개 대학이 의대 신설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의대 신설을 위해선 천문학적 비용이 든다. 지방의 국립대학에서 의대를 신설할 경우 관련법상 의사 실습 교육 등을 위해선 대학병원 또는 그 분원을 함께 설치해야 한다. 의대와 병원을 설립하는 데는 수천억원대의 예산이 필요하다.


지방 의대 신설을 우려하는 쪽은 2018년 전북 남원시 서남대 폐교 사례를 든다. 서남대 의대는 부속병원 없이 중소 협력병원에서 의사를 수련시키는 정원 49명의 소규모 의대였으나 제대로 된 의학 교육을 하지 못했고, 폐교된 후 재학생들은 전북대 의대 등으로 흡수됐다. 서남대처럼 교육수련 환경이 미흡한 소규모 지방 의대가 신설되면 원활한 운영이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한편 의대 증원 규모가 정해지면 대학별 세부 인원 배분은 교육부가 맡는다. 2025학년도 입시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늦어도 내년 3월까지는 복지부가 총 증원 규모를 확정해야 한다. 각 대학은 대학입학전형계획을 전년도 4월까지 공지해야 한다.





박준이 기자 gi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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