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성장세 둔화, 리튬 공급과잉 겹쳐
글로벌 전기차 판매 부진에 따라 배터리 주요 소재인 리튬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전기차 구매 심리가 식은데다, 공급 과잉까지 겹치며 내년에도 리튬 가격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2일(현지시간) 글로벌 원자재 시장에서 중국산 탄산리튬은 t당 13만3500위안에 거래됐다. 이달에만 18.3% 내리면서 올 들어 하락폭이 74.3%까지 커졌다.
전기차 판매량이 줄면서 리튬 가격도 내렸다. 올 상반기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434만2487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41% 성장했지만 1년 전(115%) 보다 성장률이 크게 둔화됐다. 중국이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을 줄이고, 유럽연합(EU)이 전기차 보급 속도조절에 나선 것이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과 경기 둔화까지 겹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전기차 수요가 위축됐다.
중국 기업들이 전기차 판매 증가를 예상하며 리튬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공급 과잉 현상이 벌어진 것도 리튬 가격을 끌어내렸다. 리튬 가격은 지난해 90% 가까이 뛰었지만, 올해는 70% 넘게 급락해 작년 상승폭을 대부분 반납한 상태다. 니켈, 흑연, 코발트 등 다른 전기차 배터리 핵심광물 가격도 올 들어 30% 가량 내렸다.
업계는 당분간 리튬 가격 하락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과 미국, 유럽 등 주요국 경기가 둔화되고 있어 전기차 시장이 활기를 되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2위 리튬업체인 SQM은 지난주 투자자들에게 리튬 가격 하락이 연말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광물 기업들은 잇따라 리튬 신규 생산이나 확장 프로젝트를 중단하거나 연기하고 있다. 세계 최대 리튬업체인 앨버말은 최근 리튬 가격이 채굴 경제성 이하로 떨어지면서 일부 기업들이 사업 운영을 억제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앨버말은 올해 순매출 증가율을 30~35%로 전망해 3개월 전(40~55%) 보다 낮췄다.
블룸버그 산하 에너지 조사업체인 블룸버그NEF의 앨런 레이 레스타우로 연구원은 "내년에 리튬 공급이 더욱 증가하면서 가격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수요 측면에서도 전기차 판매에 대한 업계 전반의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고 분석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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