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 연례협의 보고서
"국민연금, 직역연금과 통합" 제시
국제통화기금(IMF)이 향후 연금 정책의 변화가 없을 경우 2075년 한국 정부 부채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배 수준에 달할 것이라며 연금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19일 IMF의 한국 연례 협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연금 제도가 유지될 경우 2075년쯤 공공 부문의 부채는 GDP 대비 200% 수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앞으로 50년 이상 연금 정책의 변화 없이 정부가 국민연금의 적자를 꾸준히 메운다는 것을 가정했을 때의 결과다.
헤럴드 핑거 IMF 미션단장은 "(보고서에서의) 공공 부문의 부채는 중앙 정부의 부채만을 포함한다"며 "전망에는 법제화된 연금 개혁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1969년생 이후 국민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65세로 늦추고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춘 현행 연금 제도를 고려해도 고령화에 따른 정부 부채 증가는 막을 수 없다는 의미다.
한국의 2050년 노년부양비는 80명으로, 일본을 제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고령화한 나라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노년부양비란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고령인구 비율을 의미한다. 고령화는 연금 지출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GDP 대비 연금 지출은 2009년 1.8%에서 지난해 4.0%까지 증가했다.
IMF는 한국의 연금 급여 적정성이 낮아 상대적으로 높은 노인 빈곤율이 나타나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이에 재정의 장기적인 지속 가능성과 노후 빈곤 완화를 고려한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실천할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연금 기여율(보험료) 상향과 퇴직 연령의 연장, 연금의 소득 대체율을 낮추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다만 연금 소득 대체율을 낮추면 급여 적정성에 악영향을 미치므로 노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 기초연금의 인상과 같이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IMF는 장기적으로 국민연금과 다른 직역 연금 등과의 통합 방안을 제시했다. 별도의 연금 제도 운영은 형평성 문제를 낳는 데다 노동시장의 이동성을 떨어뜨리면서 행정적으로도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또 IMF는 인구 고령화에 따른 장기적인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수 확충과 지출 합리화 방안도 고려하라고 권했다. 소득 공제를 축소하고 부가세는 올리는 한편 산업·중소기업에 대한 조세 지출은 합리적으로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이어 에너지 공기업의 재무 건전성 문제도 지적하면서 전기요금 등 국내 에너지 가격을 국제 원자재 가격과 연동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제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높은 에너지 비용이 국내 소비자에게 충분히 전가되지 않은 탓에 한국전력·한국가스공사 등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다. IMF는 이와 함께 올 연말까지 연장한 유류세 인하 조치도 더는 연장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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