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는 16일(현지시간) 기업실적과 경제지표 등을 주시하며 보합권에서 혼조 마감했다. 최근 인플레이션 지표에 힘입은 랠리에서 잠시 발을 떼고 '숨 고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는 원유 재고 증가, 수요 감소 우려에 5%가까이 급락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이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 대비 45.74포인트(0.13%) 내린 3만4945.47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5.36포인트(0.12%) 높은 4508.24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9.84포인트(0.07%) 상승한 1만4113.67에 마감했다.
S&P500에서 에너지, 필수소비재, 임의소비재, 산업 관련주는 하락했고, 나머지 7개 업종은 상승했다. 국제유가 하락세로 에너지 관련주의 낙폭이 2%를 웃돌았다. 시스코시스템즈는 향후 매출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하면서 전장 대비 10%가까이 하락했다. 월마트는 기대 이상의 실적에도 불구하고 향후 순이익 전망을 낮추면서 8%이상 떨어졌다. 백화점체인 메이시스는 예상을 웃돈 분기 실적에 6%가까이 뛰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노사 잠정합의안 가결 소식에 2% 밀렸다. 빅테크주 중 구글 알파벳, 마이크로소프트는 각각 1.7%씩 올랐다. 테슬라는 4%가까이 내렸다.
투자자들은 소매업체들을 중심으로 한 기업 실적과 이날 공개된 경제지표 등을 살피며 관망세를 보였다. 앞서 예상보다 둔화한 소비자물가지수(CPI), 생산자물가지수(PPI) 공개로 랠리를 나타냈던 증시는 잠시 숨고르기에 나선 모습이다. S&P500지수는 11월 들어 7%이상 상승했다. 다우지수는 6%가까이 올랐다. 나스닥은 9.8% 뛰었다.
이날 공개된 미국의 주간(5~11일)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1000건으로 전주 대비 1만3000건 증가했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22만2000건)를 웃도는 수치다. 2주 이상 일자리를 찾지 못해 실업수당을 받는 실업자는 약 2년만에 최대 수준을 나타냈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신청하는 ‘계속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3만2000건 증가한 186만5000건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기존 실직자들이 일자리를 새로 구하는데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러한 실업지표는 연방준비제도(Fed)의 누적된 금리 인상 효과가 점차 고용시장에 여파를 미치고 있다는 추가 시그널로 평가될 수 있다. Fed는 인플레이션 둔화를 위해서는 노동시장 과열이 식어야 한다고 판단, 그간 고용 관련 지표를 눈여겨봐 왔다. 다만 일각에서는 계절적 변동에 따른 여파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같은 날 공개된 미국의 10월 수입물가는 전월 대비 0.8% 하락해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보다 큰 낙폭을 나타냈다. 이 또한 앞서 발표된 CPI, PPI와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 둔화 추세를 강화하는 시그널로 꼽힌다. 10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0.6% 줄어들며 예상치와 전월치를 모두 하회했다. 이는 전미자동차노조(UAW)의 파업으로 자동차와 부품의 생산량이 급감한 여파로 해석된다.
모건스탠리의 크리스 라킨은 "Fed가 인플레이션에 대한 승리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이르고, 금리 인하도 아직 멀었다"면서도 "이러한 지표들은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우려를 누그러뜨릴 것이다. 관건은 이러한 ‘Fed 친화적 지표’가 계속해서 증시에 강세 모멘텀을 제공할 것인지 여부"라고 진단했다. US뱅크 웰스매니지먼트의 톰 헤인린 수석투자전략가는 "지금까지 지표는 우리가 심각한 위축 사인 없이 인플레이션이 낮아지는 완만한 둔화 상황에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오전 현재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은 Fed가 다음 회의인 12월에 금리를 5.25~5.5%에서 동결할 가능성을 99.7% 반영 중이다. 12월에 이어 1월까지 동결할 것이란 전망도 95.6%를 나타내고 있다. 1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4%다.
리사 쿡 Fed 이사는 이날 연설을 통해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제약적 정책 스탠스를 찾을 필요가 있다"며 "지나치게 긴축할 위험과 덜 긴축할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지속적인 디스인플레이션, 강한 고용 등으로 경제 연착륙이 가능하다고 믿지만, 확신하긴 어렵다"고도 덧붙였다.
뉴욕채권시장에서 이날 국채 금리는 하락세다.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4.44%선으로 내렸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는 4.84%선을 나타내고 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달러화지수)는 보합권인 104.1선을 기록 중이다.
현재 시장에서는 전날 진행된 미중정상회담 이후 분석도 쏟아지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로빈 싱 분석가는 투자자 메모를 통해 "대결이 확대되는 단기적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파이퍼 샌들러의 앤디 라페르에리 분석가는 "여전히 두 나라는 모두 냉전 상태"라며 "미국은 대중국 관세를 유지하고 투자 제한 등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밖에 금융시장이 촉각을 곤두세웠던 셧다운 위기는 진정됐다. 미 상원이 전날 본회의에서 내년 1~2월까지 사용할 추가 임시예산안을 가결하면서 최소한 그 때까지는 셧다운을 피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공화당 강경파를 중심으로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이번 임시예산안이 종료된 이후 다시 셧다운 우려가 반복될 수 있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급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3.76달러(4.9%) 하락한 배럴당 72.90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7월 초 이후 약 4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다. 일일 변동 폭으로도 10월4일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이러한 하락세는 세계 경제를 이끄는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에서 각각 원유 재고 증가, 경기둔화발 수요 감소 우려가 확인된 여파로 분석된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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