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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일반차량 불나면 20분이면 끄는데…'전기차 화재'는 1시간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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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전기차 화재 8건 분석
동원 소방력·장비 규모도
일반차 화재 두 배 수준
"새로운 유형 사고 대응해야"

올해 서울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완전히 진압되기까지 걸린 시간을 분석한 결과, 일반 차량 화재보다 두 배 이상 오래 걸린 것으로 확인됐다. 완진까지 길게는 3시간 가까이 걸리는가 하면, 진화 작업에 소방인력과 장비도 일반 차량보다 더 많이 투입됐다. 전문가들은 전기차 화재를 새로운 유형의 사고로 보고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한 지하 공영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불이 완진되기까지는 1시간40여분이 소요됐다.[사진제공=강서소방서]

지난 12일 서울 강서구 한 지하 공영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불이 완진되기까지는 1시간40여분이 소요됐다.[사진제공=강서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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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아시아경제가 서울소방재난본부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 사건은 8건이다. 월별로는 1월·2월·3월 각 1건, 4월 3건, 7월 1건, 11월 1건 등이다. 전기차 화재 발생 시간부터 완전 진압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60분이었다. 배터리 등 주요 부품에 불이 옮겨붙지 않은 채 초기 진화에 성공, 10여분 만에 불이 꺼진 3건을 제외할 경우 완진까지 걸린 시간은 평균 90분으로 늘어났다. 같은 기간 272건이 발생한 일반 차량 화재보다 건수 자체는 적지만, 진압에 걸린 시간은 2~3배 길다.

실제 지난 4월1일 오후 1시57분 강동구 올림픽대로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의 경우 1시간15분이 지난 오후 3시12분이 돼서야 완진됐다. 지난 12일 오후 6시38분 강서구 한 지하 공영주차장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차에서 발생한 화재도 1시간36분 뒤인 오후 8시14분에야 완전히 꺼졌다. 완진까지 가장 오래 걸린 경우는 지난 1월7일 오후 5시2분 서울 성수동 차량 서비스센터에서 발생한 전기차 화재로, 2시간49분이 지난 오후 7시 51분 완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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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일반 차량 화재는 엔진에 불이 붙어도 길어야 30분 이내면 대부분 진화된다. 지난 7월28일 광진구에서 발생한 일반 승용차 화재는 엔진룸에서 불이 났음에도 완진까지 24분이 걸렸다. 지난 4일 영등포구 서부간선도로를 주행하던 승용차에서 불이 난 사고도 26분만에 꺼졌다. 지난 9월29일 광진구에서 신호대기 중인 차량 보닛에서 불이 났지만, 완진까지 12분밖에 걸리지 않았다.


화재 발생 시 동원되는 인력과 장비의 규모도 전기차가 많다. 올해 서울에서 일어난 전기차 화재 8건에 동원된 소방인력과 장비는 평균 70명, 20대였다. 앞서 강서구 지하 공영주차장 전기차 화재 당시 투입된 소방인력은 105명, 장비는 28대였다. 이에 비해 일반 차량 화재 사고에 동원되는 소방인력은 통상 30~40명대, 장비는 10대 정도라고 소방당국은 설명했다. 소방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는 일반 차량과 달리 진압에 '이동식 소화 수조'(물막이판을 설치해 배터리 높이까지 물을 채우는 장비)와 '전기차 질식포'(차량을 덮는 내열성 포) 등 추가 장비가 필요하다"면서 "그에 따른 인력이 더 투입된다"고 말했다.

지난 4월1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대로를 주행하던 전기차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압하고 있다. 이 화재는 발생 1시간15분만에야 완진됐다.[사진제공=강동소방서]

지난 4월1일 서울 강동구 올림픽대로를 주행하던 전기차에서 불이 나 소방관들이 진압하고 있다. 이 화재는 발생 1시간15분만에야 완진됐다.[사진제공=강동소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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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진압이 쉽지 않은 이유는 전기차의 특성 때문이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전기차 핵심 부품은 불이 나면 순간 온도가 1000도 이상으로 치솟는다. 재발화 위험도 높다. ESS의 열폭주 반응이 멈추기 전까진 계속 발열이 되며, 재착화되거나 배터리 내부에서 화재가 지속된다. 배터리가 차량 밑에 위치해 물을 쏴도 쉽게 침투가 되지 않아 해 진화 작업에 걸리는 시간이 더 늘어나기도 한다. 소방 관계자는 "통상 전기차 화재 진압을 위해 소화포를 씌워 열 확산을 막고, 차량 밑으로 방수 관창을 넣어 배터리의 열을 식힌다"며 "이어 이동식 소화 수조를 설치해 배터리의 열이 완전히 식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기차 운전자가 가장 걱정하는 요소 역시 화재다. 지난 14일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전기차 운전자 2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발표한 자료를 보면, 전기차 운전자들은 운행 시 걱정 요소(중복 응답)로 '충돌 후 화재'(29.3%), '충전 중 화재'(21.1%) 등 '차량 화재'를 가장 많이 꼽았다.


전문가들은 연구개발을 통해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고, 소방이 새로운 진화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배터리를 사용하는데, 화재 시 열폭주 반응이 일어난다. 에너지가 완전히 소실될 때까지 끊임없이 불이 나는 것"이라며 "현재로선 배터리가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다 소모할 때까지 열을 식혀주면서 기다리는 방법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 기능 강화를 통해 배터리 안전성을 제고하고, 전기차 화재 진압 방법에 대한 연구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며 "일반 물보다 훨씬 빠르게 열을 식히는 방제액이 개발돼 있으므로 소방청 인증 절차를 서둘러 마치고 전기차 화재 진압에 사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영주 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배터리에 구멍을 뚫어 그 안으로 직접 물을 부어 전기차 화재를 진압하는 방법이 개발되기도 했다. 소방 기술 개발을 통해 더욱 효과적인 진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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