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대통령, 국무회의 주재… 정부 공매도 금지 조치 후 첫 입장 표명
"공정한 가격 형성 어렵게… 더 이상 피해 막기 위해 근본적 개선 마련"
민생 행보 소회 전하며 "정책 제대로 집행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국회에 멈춰선 지역상권법·공정채용법 등 언급하며 민생 위한 처리 당부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해 "불법 공매도를 방치하는 것은 증권시장 신뢰 저하와 투자자 이탈을 초래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우리 증권시장 경쟁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발표 후 나온 윤 대통령의 첫 공식 입장으로, 해외 자본 이탈 등 시장 불안 요인이 불거지자 직접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 "불법 공매도는 공정한 가격 형성을 어렵게 해 개인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힌다"며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공매도를 금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가 한시적 공매도 전면 금지를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나왔다. 결정 배경과 부작용에 대한 논란이 이어지면서 금융당국의 추가 조치에 이은 대통령의 지원 사격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역시 "지난주부터 불법적 시장교란 행위를 막고 우리 주식시장과 1400만 개인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했다"며 "일각에서는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로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선진지수 편입이 어려워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증권시장은 변동성이 크고 개인투자자 비중도 높다"며 정부가 근본적인 개선안을 수립할 때까지 이같은 금지 조치를 이어갈 것임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에는 "우리 증권시장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고 개인투자자를 보호하는 제대로 된 해결책을 준비해달라"고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국빈 방문 후 대통령실과 각 부처 등이 찾아다닌 292곳의 민생 현장에 대한 의견도 전했다. 윤 대통령은 "민생을 위한 정책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집행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며 "국민들의 절절한 목소리를 직접 들으니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신속하게 해결해 드려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특히 "지난 10월 '납품대금 연동제' 시행으로 중소기업이 납품대금을 제값으로 받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지만 최근 고금리 여파로 어려워진 중소기업, 소상공인의 자금 사정은 쉽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매출의 75%를 대기업과 중견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의 자금난 해소를 위해 '납품대금 연동제'에 모든 원청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적극 설득해달라"고 말했다.
국회에 멈춰선 민생 관련 법안들에 대한 신속한 처리도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노후계획도시 정비를 위한 특별법'을 지목하며 "과거 인구 분산을 위해 조성됐던 신도시들이 노후화되면서, 주민들의 안전과 층간소음, 주차 시비까지 문제가 지속되고 있다"며 "신속하고 질서 있게 대규모 단지를 정비하고, 지금도 30년 전에 머물러 있는 노후 도시를 미래 도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법체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조속한 제정을 촉구했다.
지역 경제와 지역 상권의 어려움을 언급하면서는 '지역상권법' 개정을 꺼냈다. 생산인구 감소에 청년 인구의 수도권 유출까지 더해지면서, 지역 소상공인들의 경영 악화와 지역경제 공동화가 심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윤 대통령은 "지역 상권을 재건해 사람이 찾아오는 특색있는 공간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시급하다"며 "민간이 창의적인 발전 전략을 기획하고 지역 정부가 '지역상권 발전기금'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개정에 각별한 관심을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공정채용법' 시행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 정부가 민간과 기업 중심의 시장경제 활성화를 추진하고 제가 해외시장 개척과 세일즈 외교에 나서는 것은 미래세대인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바로 채용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이라고 부연했다.
이날 윤 대통령은 한국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복귀에 "환영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최근 우리 경제는 고물가, 고금리 등으로 국민들의 어려움이 크고 저출산 고령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등 누적된 구조적 문제가 겹쳐 지속적인 성장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그러나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고 대화한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노사는 법치의 토대 위에서 대화하고 협력해야 한다. 정부는 공정한 중재자로서 가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게재된 AP통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오는 15~17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경제협력(APEC) 정상회의 기간 펼칠 활동 내용들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에게 러시아와 북한의 불법 협력이 중대한 안보 위협이라는 것을 경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북한이 시도하고 있는 군사정찰 위성의 경우에도 핵 투발을 강화하는 수단이라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유례없는 복합 위기 상황에서 APEC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분쟁·기후위기 등 대응, 디지털 규범 확립, 다자무역과 역내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한국도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도 "이번 APEC 정상회의는 세계의 지정학적 불안정성과 지경학적 변동이 교차하는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열린다"며 "저는 세계 GDP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회원국 정상들이 한데 모이는 이번 회의에서 공급망 다변화와 무역, 투자 확대와 같이 우리 경제에 실질적으로 보탬이 되는 협력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이기민 기자 victor.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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