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내년도 정부 예산안 세부 내용을 심의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을 둘러싼 법무부와 더불어민주당의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소관 상임위인 법제사법위원회의 예산소위 심사 과정에선 법무부와 민주당 법사위원이 거친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13일 공개된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지난 8일 법사위 예산결산기금심사소위원회에서 검찰 특활비 자체 지침을 두고 "쓰레기"라는 표현을 쓰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지침 '요약본' 중 '전향적으로 국회에 제출하는 등 투명하게 집행 관리하기 위해서 노력 중'이라고 적힌 부분에 대해 "1만장을 복사해 광화문 네거리에 뿌리면 그냥 쓰레기로 주워 가지. 사람들이 안 봐요, 아무도 관심 없어요"라고 말했다.
이어 "어마어마한 비밀사항이라고 이걸 감추고 제출하라니까 국회의원들 능멸하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느냐"며 "이 정도 가지고 시간 끌었던 게 한심해서 하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민주당의 요구에 따라 이 지침을 최근 국회에서 공개했다. 지난 2일 법사위에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역대 정부에서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다른 기관에 맞춰 공개하고 설명드리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에 환영의 뜻을 표했다.
박 의원의 지적에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은 "수 개의 정부를 지나는 동안 제출하지 않았던 지침을 장시간 대검과 협의하고 심사숙고 끝에 제출한 걸 어떻게 쓰레기란 표현을 쓰느냐"며 반발했다.
이어 "왜 전향적인 게 아니냐. 왜 지난 정부에서는 제출 안 했느냐"며 "위원님들도 다른 기관 제출 사례를 참고해서 제출하라고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회의 분위기가 격앙되자 박 의원은 "복사해서 길에 뿌려본들 사람들은 관심 갖지 않고 종이 쓰레기라고 판단할 거라는 말"이라며 "내용 자체가 쓰레기란 판단을 말씀드린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양측은, 검찰총장이 대검찰청에 배정된 1년 특활비 중 수시 배정분을 전국 청에 어떻게 배정할지 직접 결정하는 것을 두고도 설전을 했다.
박 의원은 "검찰총장이 다 쥐고서 다시 판단하는 것이 적절하냐"며 "과하게 얘기하면 자의적인 집행"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신 국장은 "기계가 아닌 사람으로서 가장 정확하게, 균형 있게 판단할 수 있는 사람은 검찰총장 외에 없다"며 "기분에 따라서 '내가 좋아하는 수사니까 많이 배정한다' 절대 이렇게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법무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검찰 수사 업무에 필요한 경비로 총 562억원(특정업무경비 482억원, 특수활동비 80억원)이 배정돼야 한다고 올렸다.
검경 수사권 조정 후 검찰의 업무가 증가한 측면이 있고 이달 시행된 수사 준칙에 따라 검찰의 직접 보완 수사 업무량도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 필요 최소한으로 편성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특활비는 문재인 정부 첫해인 2017년 179억원에서 2020년 94억원, 2021년 84억원, 2022년 80억원으로 점차 줄었다. 최근 문제가 된 마약 수사 관련 특활비도 계속 감소해서 현재 2억7500만원 수준이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검찰 특활비 전횡 의혹을 제기하면서 삭감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법무부와의 충돌은 앞으로도 계속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특활비 집행의 적정성과 산출 근거의 타당성을 판단할 근거가 없다며 전액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정업무경비도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검찰 직접 수사 감소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삭감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법사위는 특활비 등과 관련한 예산 안건 심의를 보류했다. 앞으로는 예결위가 이를 넘겨받아 계속 심사한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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