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레 부처 개인전 = 더페이지갤러리는 독일 작가 안드레 부처의 개인전을 개최한다. 이번 개인전은 2020년 상하이 유즈 미술관 이후 아시아에서는 3년 만이며 국내에서는 첫 전시다. 전시는 지난 30년간 안드레 부처가 형성한 작업 세계를 아우르는 주요 신작 15점으로 구성됐다.
작가는 1990년대부터 독일의 표현주의와 미국 대중문화의 융합을 통해 삶과 죽음, 산업화와 대량 소비 등 20세기의 예술, 정치 및 사회적 극단의 초월을 시도하며 자신만의 독특한 회화 언어를 구축해왔다. 냉전이 종식되고 산업화가 휩쓸고 지나간 20세기 말, 부처는 세대를 뛰어넘어 여러 작가와 교류를 통해 과거 예술 사조의 한계에 대해 논하며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탐구했다.
독일의 전통적 표현주의의 미래적 후예로 자신만의 회화 양식론 ‘공상과학 표현주의’(Science-Fiction Expressionism)를 구축한 작가는 극단적인 현실을 직시하고 포용을 시도해왔다. 작업 초기에 기업 로고부터 디즈니 만화 캐릭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레퍼런스를 활용해 20세기 문화, 정치, 기술적 상징을 압축시켜 특유의 밀도 높은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거친 임파스토 기법으로 완성된 초기 작품들은 불확실한 희망과 황폐함을 불안정한 화면 구조로 옮기려는 노력이자 초월적 진실을 끌어내고자 하는 시도로 해석된다.
나사하임(NASAHEIM)이라는 가상의 유토피아적 영역을 창조한 작가는 색과 빛, 삶과 죽음, 진리와 같은 초월적 영역에 닿는 시도를 확장한다. 미국 항공 우주국(NASA)과 디즈니 월드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의 도시 애너하임(Anaheim)의 이름을 합성하여 만들어진 나사하임은 우주보다도 멀리 있는 동시에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 존재하며 모든 극단, 갈망, 기쁨, 그리고 역사의 공포들이 평등함에 도달하여 균형을 이루는 이상적 영역이며 작가의 작업 세계를 이해하는데 주요한 요소가 된다.
한국에서 갖는 첫 개인전 작품 모두를 두고 작가는 앙리 마티스를 기리기 위한 것이라 말했다. 마치 마티스의 작품처럼 다양한 빛과 색으로 가득 찬 작품들은 조화를 이루며 작가의 색, 빛, 비율, 회화적 표현의 잠재력에 대한 탐구를 드러낸다. 그는 추상과 구상의 경계에서 공상과학 표현주의를 통해 평면적인 색채와 반복되는 대비의 균형을 찾아내어 빛과 색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한 궁극적 표현을 시도한다. 전시는 12월 30일까지, 서울 성동구 서울숲 2길 더페이지갤러리.
▲박광수 개인전 '구리와 손(Copper and Hand) = 학고재갤러리는 박광수 작가의 개인전 '구리와 손(Copper and Hand)을 진행한다. 무채색의 무수한 선들로 밀도 있게 숲의 세계를 담았던 작가는 2021년 '따뜻한 만들기' 작업부터 유화를 주 매체로 색이 담긴 풍경을 본격적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작가는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로 재직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려 유화를 공부했다. 물감이 굳는 시간 동안, 마치 점토와 같이 유연한 상태의 재료를 주무르듯 선이 그어진 뒤 또 다른 궤적들을 그리며 선을 겹치고 긁어 파내고 없애는 작업을 통해 화면 안에서 공간감과 납작한 부피감을 만들며 빠르게 선들을 세우거나 무너뜨린다.
물감이 굳기 전 색과 선의 움직임을 감각적으로 최대한 빠르게 결정하는 작가는 작업 속 생동하는 선과 색들을 통해 새로운 형태와 공간을 창출해 나가며 연결점을 갖고 움직임의 궤적들을 화면에 고스란히 쌓아간다. 현란한 색채로 뒤덮인 표현은 마치 적외선 카메라로 찍은 듯한 대상을 연상시킨다. 현대미술에서의 구상적 회화임에도 산수화의 구성이 보이기도 하고, 윌리엄 블레이크의 회화에서처럼 사물과 환경이 주인공과 일체화되는 형식에 근접하기도 한다.
전시 주제는 언뜻 엉뚱한 조합으로 보이지만 문명의 시원과 과정에 대한 작가의 은유다. 영어로 구리는 'copper'로 어원은 그리스어 'Cyprus'다. '키프로스' 혹은 '사이프러스'라고 부르는 이곳은 기원전 9000년부터 문명이 시작된 곳으로, 기원전 2500년전 부터는 구리제품을 교역한 인류 문명의 요람으로 인식된다. 작가는 그래서 구리가 문명의 시작을 의미한다고 말한다.
동서양 회화의 정수를 추출해 화합해 내는 동시에 더 높은 경지로 도약하는 작가는 화면에서 주인공은 숲과 하나가 되며 구리를 추출하는 모습은 문명의 올바른 방향성을 상징한다. 전시는 12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학고재갤러리.
▲권진규: 조각가의 릴리프 = PKM갤러리는 '권진규: 조각가의 릴리프'를 개최한다. 2023년은 작가의 작고 50주년이자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 상설전 '권진규의 영원한 집'개막을 통해 그의 주요 작품들이 대중과 만난 해이다. 뜻깊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전시로, 갤러리는 권진규의 테라코타 부조 작업을 조명하는 특별전을 마련했다.
작가는 '한국의 리얼리즘’을 정립하고자 한 우리나라 근·현대 조각의 선구자다. 길지 않은 생애 동안 그는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구상과 추상의 구분을 넘어선 독창적인 조형 언어를 다양한 입체 작업으로 발전시켰다. 그가 대상의 표면 너머 진실한 구조를 열렬히 관찰하고 탐구한 끝에 완성한 작업에서는 영원불멸한 정신성과 숭고미가 느껴진다. 찰흙을 굽는 테라코타는 그의 작업에 있어 중요한 방식이었는데, 고대로부터 이어진 조형 기법인 동시에 수천 년이 지나도 잘 썩지 않고 브론즈, 철 등 금속 작업에 비해 작가의 자율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전시는 1960년대 중반 집중적으로 제작된 테라코타 부조 작업 중 8점을 소개한다. 작가는 테라코타 조각을 1964년 동선동 아틀리에의 가마를 크게 개축하면서 본격화했고, 그리스, 마야, 고구려 등 동서를 막론한 고대 조각의 다수가 부조로 제작된 이유에서, 부조에 특별히 주목했다. 그는 테라코타 부조 작업에서 자연과 기물을 대상으로 삼되 이를 구조적으로 단순화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은 새와 꽃을 모티프로 한 테라코타 부조 연작으로, 상징적으로 형상화된 날개와 꽃술은 자연의 생명력을 은유적으로 드러낸다. 부조 작업에서 서로 다른 높낮이와 질감으로 표면의 촉각적인 측면을 강화한 점이 눈에 띄는데, 이러한 자유자재의 표현은 작가의 테라코타에 대한 완숙의 경지를 나타낸다. 과거에서 출발하되 그에 머물지 않고 미래로 지속될 수 있는 아름다움을 찾고자 공력을 기울인 작가의 작품을 통해 관객은 시대와 사회를 초월하는 그의 심미안을 엿볼 수 있다. 전시는 12월 9일까지, 서울 종로구 삼청로 PKM갤러리.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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