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직업소명의식 조사
"직장생활, 자아실현 < 여가"
저연령층·낮은 직급일수록
'개인 여가' 중시하는 경향 ↑
직장생활에서 '일'의 의미를 찾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 직업적 소명 의식보다는 개인의 삶과 여가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다. 나아가 이제는 직업과 관련한 '소명 의식'을 묻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라는 인식마저 뚜렷해지고 있다.
13일 시장조사 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발표한 '2023 직업 소명 의식 관련 조사'에 따르면, '회사는 그저 돈을 벌기 위해 다니는 곳'이라는 질문에 대한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은 51.4%를 기록했다. ▲2021년(45.3%) ▲2022년(48.4%)에 이어 소폭 증가했다.
'다른 무엇보다 일을 우선시하는 태도'에 긍정적으로 응답한 비율도 ▲2021년(24.5%) ▲2022년(21.7%) ▲2023년(20.8%)으로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전체 응답자의 39.5%만이 '직장 생활을 통해 자아실현을 이룰 수 있다'고 응답할 정도로 직장은 더 일의 의미를 찾는 곳이 아닌, 돈을 버는 수단으로 여겨지고 있는 모습을 살펴볼 수 있었다.
MZ·낮은 직급…"여가생활 없이 일만 하면 불쌍"
이와는 대조적으로 개인의 '여가생활'을 중시하는 경향은 더욱 두드러졌다.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포기할 수 있다는 질문에는 ▲2021년(51.1%) ▲2022년(53.8%) ▲2023년(57.0%)으로 늘어났다.
이들은 여가생활 없이 일만 열심히 하는 사람을 불쌍하다고 여기기도 했다(62.5%). 이러한 현상은 저연령층에서 두드러졌다. 저연령층과 낮은 직급 직장인의 경우 직장 생활에서 월급 이외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편이었으며, 다른 무엇보다 여가생활을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었다.
직업 소명 의식 느끼는 직장인 점점 줄어
회사는 돈을 벌기 위해 다니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자신의 일에 책임감을 느끼는 직장인들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현재의 직업에 소명 의식을 느낀다는 응답을 연도별로 살펴보면 ▲2021년(57.7%) ▲2022년(55.6%) ▲2023년(53.1%)으로, 요즘은 '소명 의식'보다는 '급여 수준'이 직업에서 더 중요한 기준이 됐다.
이에 스스로도 후배들에게 직업 소명 의식이 필요하다는 말을 건네지 못할 것 같고(57.8%) 소명 의식을 묻는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62.5%)이라는 인식도 강했다.
요즘은 한 분야의 전문가에게도 소명 의식을 찾을 수 없다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이는 56.4%였다. 다만, 고위 관리직의 경우 직업에 대해 소명감과 자부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최근 직업 소명 의식이 옅어지고 있는 분위기를 체감하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되고 있어 직급별로 서로에 대한 이해도가 낮아질 수도 있다.
"돈 많이 주면 지금 하고 있는 일 그만둘게요"
직업 소명 의식의 중요성이 낮아짐과 동시에 향후 현재의 직업을 지속하려는 사람들은 더욱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전체 직장인 10명 중 3명(31.7%)만이 평생 지금의 일을 할 것이라고 응답했으며, 외부에 큰 물질적 보상이 있더라도 지금의 일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힌 직장인은 21.8%에 불과했다. 이는 현 직업의 지속 의지가 매우 낮음을 보여준다.
아울러 다른 곳에서 더 많은 돈을 준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포기할 생각이 있다는 응답은 ▲2020년(55.6%) ▲2021년(60.2%) ▲2023년(60.7%)이었다.
자신이 하는 일의 원칙과 전문성을 약간은 포기하거나 조정할 수 있다고 받아들이는 태도 또한 ▲2020년(53.3%) ▲2021년(54.8%) ▲2023년(57.2%)으로 한층 높아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는 급여 기준의 중요성을 높게 평가하는 직장인들이 더 좋은 조건과 기회가 주어진다면 다른 일을 선택할 준비가 되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엠브레인 측은 "직업을 통해 얻는 경제적 부는 필수적 생계 수단을 넘어 삶의 질적 문제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라며 "요즘 시대에 직업적 소명 의식 요구가 시대착오적이란 담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책임에 대한 판단과 사람을 대하는 업(業)으로서의 소명 의식에 대한 사회적 성찰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고기정 인턴 rhrlwjd031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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