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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동원 고려대 총장 "인류 미래에 공헌하는 '강한 고대' 만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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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개교 120주년 앞두고
슬로건 '민족을 위한 대학' 확대
10년 내 노벨·필즈·튜링상 배출
'KU-노벨 프로젝트' 추진
자연과학·공학·의학 연구지원 강화

고려대학교는 한국을 넘어 인류의 미래 사회에 공헌하는 대학으로 퀀텀 점프하기 위해 도움닫기하고 있다. 2025년 개교 120주년을 앞두고 기금교수제, 지식수혜자 확대, 다문화인재 양성 등 새로운 길에 첫 발자국을 찍고 있다.


고려대의 이런 변신을 지휘하는 김동원 총장은 지난 1일 고려대 본관 총장실과 본관 앞 교정에서 진행한 본지 인터뷰에서 "더욱 강한 고려대학교를 만들어 세계 30위권 대학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

김동원 고려대학교 총장.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김동원 고려대학교 총장.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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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4년 인촌 김성수 선생이 고딕 양식으로 지은 화강석 건물 1층의 총장실은 고아(古雅)하고 단정한 작은 방이다. 보성전문학교 당시부터 지금까지 89년간 역대 고려대 총장은 소박한 집무실을 이어 사용하며 이 대학을 한국 최고 종합대학으로 발전시켰다.

총장 취임 8개월이 지났다. 쉴 틈 없는 기간이었을 것 같다.


일정이 많지만 짬을 내 캠퍼스를 걸으며 생각을 정리한다. 30분~1시간씩 걸으면 건강이 유지되고 복잡한 머릿속도 정리된다. 교정에 걷기 좋은 산책로가 여럿 있어서 날마다 다른 코스로 걷다 보면 많은 학생을 마주치는데, 그들을 바라보면 어깨가 무거워진다. 총장실에 혼자 있을 때는 아령을 들고 근력을 유지한다.


취임사에서 밝힌 ‘강한 고대’는 어떤 개념이며, 이를 위해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가.

‘강한 고대’는 두 가지 의미이다. 우선 재정적으로 탄탄한 대학을 뜻한다. 재정이 안정돼야 우수한 연구진·교수를 선발할 수 있다. 1400억원의 기부금을 모으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미 400억원을 약정받았다. 이와 함께, 대학 내 각 단위조직이 수익확충과 비용절감을 자율 추진하도록 재정 시스템을 분권화할 계획이다.


다음으로 대학의 글로벌 위상이 올라가야 한다. 고려대는 민족 대학으로서 한국 현대사의 결정적 시기마다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제는 글로벌 사회 전체에 대해 공헌해야 할 시점인데, 이를 위해 고려대를 글로벌 평가 기준 세계 30위권 대학으로 올려놓을 정책을 개발하고 있다.


글로벌화에 부합하는 인재는 어떻게 확보, 교육하고 있는지?


개교 120주년을 맞아 고려대의 슬로건을 ‘민족의 대학’에서 ‘민족을 위한 대학’으로 확대하려고 한다. 이를 위한 대표적 정책이 ‘다문화 인재 전형’을 통한 신입생 모집이다. 한국과 고려대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다문화 인재에게 문을 열어줘야 한다. 다문화 인재 육성을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할 것이다. 언젠가는 고려대를 나온 다문화 인재가 고려대 총장이 되기를 바란다.


또한, 외국인 학생 구성도 중국에 편중되지 않고 다채롭게 바꾸고 있다. 예를 들자면 고려대는 아랍 학생을 적극 받고 있다. 캠퍼스에 아랍 기도실이 3곳이나 있을 정도이다.


김동원 고려대학교 총장이 교정을 걸으며 기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김동원 고려대학교 총장이 교정을 걸으며 기자와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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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30위권 진입을 위한 연구개발(R&D) 능력 강화 방안은?


세계의 석학을 하나의 연구 네트워크로 묶는 ‘K-클럽’을 만들고, 10년 안에 고려대 교우와 교수 중 노벨상, 필즈상, 튜링상 수상자를 배출하도록 지원하는 ‘KU-노벨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자연과학·공학·의학 분야에 대한 연구 지원을 강화하고, 고려대-옥스퍼드대-예일대가 공동으로 연례 학술포럼을 개최하며, 우리 대학(KU)과 카이스트(KAIST), 한국과학기술원(KIST)을 잇는 ‘K3’ 융복합 사이언스 벨트를 조성하려고 한다.


120명 기금교수 채용 계획을 내놨는데 R&D와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지식 반감기가 급속히 짧아지므로, 대학은 사회와 기업에 지금 필요한 과학기술을 개발하고 첨단 인재를 실시간으로 키워 내보내야 한다. 총장이 되기 전부터 많은 기업 대표들에게 이런 요구를 들었고, 대학이 재정적 어려운 상황에서 기금을 활용한 교원 확보가 절실하다고 느꼈다. 이미 이번 학기에 인공지능, 수소에너지, 양자물리, 뉴미디어, 디자인조형 분야에서 7명을 기금교수로 선발했다. 총장 임기 4년간 기금교수의 채용 목표를 애초 120명에서 200명으로 상향 조정했다. 기금교수는 재원만 기업의 협찬을 받을 뿐, 고려대 교원으로서의 신분과 권한은 다른 교수와 똑같다.


대학이 생산하는 지식수혜자의 대상을 넓히고 지식전달 방법을 개선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인구 감소에 따라 20대 학령인구만을 대상으로 한 종합대학 경영은 이미 불가능해졌다. 고려대는 20대 청년의 범주를 넘어 중장년층에 초점을 맞춘 생애주기별·세대맞춤별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한국인뿐 아니라 외국인을 포함해 전 세계 한국어 사용자를 대상으로 한 혁신적인 메타버스형 교육 플랫폼을 구축해 다양한 학위 과정과 비학위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고려대는 이를 통해 현실 사회에 기여하는 고등교육기관으로서의 사명을 다하고, 동시에 안정적인 재정을 확보해 장기적인 발전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다.


모든 학문 분야를 아우르는 종합대학 총장으로서 의대 쏠림 현상에 대한 견해는?


고려대는 모든 재학생이 전공의 틀을 뛰어넘어 급변하는 사회변화에 부응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교양과정과 전공과정을 개편하고 있으며, 마이크로 디그리(세부 전공)도 대폭 확대했다. 하지만 우리 대학을 포함해 국내 대학을 둘러싼 환경은 녹록지 않다. 정부의 고등교육 부문 재정투자 규모는 지난해 기준 OECD 38개국 중 32위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대학은 혁신은커녕 겨우 생존을 고민할 수밖에 없다. 우수한 수험생이 다른 전공을 외면하고 의대에 몰리는 게 현재로선 당연한 면이 있다. 정부와 교육계, 사회가 함께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김동원 고려대학교 총장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교정을 걷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김동원 고려대학교 총장이 은행잎이 노랗게 물들어가는 교정을 걷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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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탓만 할 수는 없다. 고려대 이공계에 우수 학생을 진입시킬 방법은?


고려대를 과학기술 혁신의 인큐베이터이자 성공 모델을 만들어내는 교육기관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게 출발점이다. 학과와 전공의 정원을 탄력적으로 조정해서 이공계 학생들이 선호하는 전공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이를 통해 이공계 학생들이 다양한 진로를 탐색하고 선택할 수 있도록 무학과나 전과 제도를 점진적으로 확대하고 교육과정의 탄력성을 높이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직업별 생애 소득 기준으로는 의대 선호가 당연하지만, 그보다 큰 사회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그 결과 훨씬 큰 성공과 사회적 영향력을 거둘 수 있는 이공계 성공 모델을 고려대가 제시할 것이다. 창업자, 공학자, 과학자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세계적 인재를 양성하는 시스템을 마련할 것이다.


고려대 의대에도 최상위권 학생이 모인다. 이들은 어떤 인재로 성장시키고 있는가.


고려대 의대와 고대의료원의 가장 큰 특징은 인술이다. 우리는 구로공단, 안산공단 등 산업 재해가 많은 의료사각지대 중심으로 병원을 세웠다. 임상의학이 아닌, 사건사고와 범죄로 희생된 사람들의 진실을 찾아주는 법의학에서 고려대 의대는 세계적 권위가 있다. 한편으로 고려대 의대에선 신의료기술 연구와 스타트업 창업도 많다. 이런 학풍을 바탕으로, 의대생들에게 임상보다 인술을 통해 인류에 기여하는 의학 연구, 창의적인 신의술 개발에 관심을 갖도록 강조한다.


이번 입시에서 영재고, 특성화고 출신은 아예 지원이 불가능한 교과우수전형을 신설했다. 어떤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전형인가.


전형 요소의 다변화를 통한 신입생 구성의 다양성 확보가 목적이다. 현재 대입전형이 모집 시기에 따라 수시모집-교과, 정시모집-수능으로 이분화함에 따라 고등학교에서도 일정 시기 이후에는 학교 수업에 적극 참여하는 수시 준비생과 오로지 수능 준비에만 매달리는 정시 준비생 둘로 딱 나뉜다. 심지어 수능 준비에 집중하겠다며 고등학교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우리 대학이 신설한 교과우수전형은 정시모집에서도 수능성적과 교과성적을 모두 반영하는 것이 핵심이다. 우수한 수학능력을 갖추는 동시에 학교생활에도 충실한 학생을 뽑겠다는 취지이다. 또한 교과우수전형에서는 3학년 2학기까지 교과성적을 반영함으로써 수능시험 이후에도 일선 고교 교육 현장에서 의미 있는 교육 활동이 이뤄지도록 유도하는 의도도 담았다. 고려대는 단순히 공부만 잘하는 학생이 아니라 다양한 역량을 갖춘 인재를 선발하도록 입시 전형을 설계하고 운영해 나갈 것이다.


▶김동원 고려대 총장은

1960년생으로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매디슨대에서 노사관계를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뉴욕주립대 교수를 거쳐 1997년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로 임용됐다. 총무처장·기획예산처장·노동대학원장·경영전문대학원장 등을 역임하고 지난 3월1일 21대 총장에 취임했다. 고대경제인회 부회장, 국제노동고용관계학회장 등을 지냈다.


대담=이동혁 사회부장, 정리=유병돈 기자





이동혁 기자 do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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