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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트렌드]예술품과 '빈트로'의 대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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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트렌드]예술품과 '빈트로'의 대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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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이태원 앤틱/빈티지 축제가 열렸다. 이태원역에서부터 보광동 방향으로 걷다 보면 빈티지 의류부터 장신구, 낡았지만 멋스러운 회중시계, LP음반과 클래식한 가구까지 전 세계 각지의 물건들을 구경할 수 있었다. 진지하게 나만의 보물을 찾으려는 듯한 시니어 여성이나 모녀 커플들이 눈에 띄었다. 개성 있는 카페 창업을 위한 소품을 사러간다거나 집꾸미기를 위해 이곳을 방문한다는데, 가격대는 천차만별이다. 앤틱 가게 주인은 시니어 단골 고객들을 위한 판매 상품을 수집하려고, 종종 유럽이나 중국을 다녀온다고 했다. 근처에서 시니어들의 커뮤니티 모임이 있어 응원차 가던 길에 만난 풍경이었다.


얼마 전 멀지 않은 곳에 소더비(Sotheby’s)가 자리를 잡았다. 세계 3대 미술품 경매회사이다. 관련자 인터뷰에 따르면, 우리 시장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 미술 시장 거래규모는 2019년 3억 달러에서, 2022년 8억 달러(약 1조원)로 급격하게 성장했다고 한다. 또 한국 예술가, 갤러리스트, 수집가가 성숙하며 미술 생태계가 견고해졌다고 했다. 실제로 미술품 거래 작품 숫자와 경매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고액 자산가들만의 리그같던 수집가 시장이 5060세대 시니어와 MZ세대(밀레니얼+Z세대)까지로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 예술을 소유하고 감상하는 것을 넘어 가격이 오르면 적극적으로 되판다. 투자 목적이면서 절세의 방법으로도 확대된 아트테크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한편, 저렴한 가격의 골동품 시장도 활발하다. 바로 서울풍물시장이다. 청계천 옆, 황학동 차 없는 거리에는 수십개의 가게부터 길거리 좌판까지 열린다. 도자기 같은 오래된 골동품부터 손때 묻은 공구, 종갓집에서 쓰던 놋그릇이나 LP음반까지 일상용품과 잡화까지 만물상 같다. 먹거리도 깜짝 놀랄만큼 싸고 맛있는 데다, 광장시장 근처라서 술 한잔하기도 좋다. 신중년부터 70대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양한 시니어 세대가 찾는 곳이다. 남대문 회현지하상가에는 우표와 화폐 가게가 모여있다. 이곳의 터줏대감인 광우사는 온라인 상점도 있다. 대통령 취임기념 우표를 포함한 각국의 희귀 우표를 판매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학생들이 주로 취미 삼아 찾았다면, 지금은 어른이 된 이들이 방문한다고 한다.


인사동 문화의 거리 곳곳에 있는 골동품 가게도 빼놓을 수 없다. 고택의 멋을 살린 건물에서는 층별로 고려시대부터 조선시대 장신구, 자개로 만든 서랍장이나 도자기뿐만 아니라 현대에서 새롭게 해석하여 재현된 신작들도 만날 수 있다. 한옥을 개조한 전통 찻집에는 궁중 탕약에서 유래한 쌍화차를 마시며 몸을 쉬어가는 시니어들을 잔뜩 만날 수 있다.


‘TV쇼 진품명품’은 KBS 일반 시사교양 방송으로, 1995년 시작된 장수 프로그램이다. ‘민간에 소장되어 숨어있는 우리 문화재를 발굴해 그 가치를 살펴보고, 보호의식을 고취시켜 잘 보존토록 유도합니다’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분야별 전문가들과 연예인이 참여해서 다양한 관점과 의견으로 의뢰품을 감정한다. 서예, 고서, 도자기, 미술품, 민속품, 우편, 화석, 악기 등에 대한 역사적인 이야기도 들을 수 있고, 집집마다 수집가들이 어떠했는지 깊이있고도 폭넓은 관심 분야를 일부 엿볼 수 있다. 올초 25억원에 달하는 청자가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애청자들이 출연하는 시간이 있었는데, 11세부터 76세까지 있었지만, 역시 5060세대 비율이 가장 높았다.

요즘 부쩍 ‘옛것의 재해석’이란 말이 등장한다. 시니어 커뮤니티마다 각종 취미교실이 열린다. 이때 자연스럽게 추억을 기반으로 한 옛것들이 불려나왔다. ‘할매니얼’이란 말처럼 MZ세대를 통해 새로운 의미가 부여된다. 흥미롭게도 2019년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전 세대를 아우르는 빈트로의 재해석’이란 분석 보고서를 냈다. 레트로(Retro: 복고)는 과거의 체제나 전통을 그리워하는 것이고, 빈티지(Vintage: 포도 수확연도)는 오래 되어도 가치가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이 두가지가 합쳐지고 있다고 말이다. 당시 "앞으로 빈트로 열풍이 우리 사회 전반에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4년 후, 지금 우리는 세대와 무관하게 즐길 수 있는 취향 사회를 맞이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유명한 카페들이 ‘OO당’, ‘OO상회’와 같은 옛날식 이름을 짓고, 오래전 간판의 서체와 함께 골동품 등을 활용해 그 시대를 연출을 하는 것 등이 그 예이다. 옛날 교복 입고 사진찍기, 단종된 식품 부활 등이 유행할 뿐 아니라 달고나 세트, 오래된 피규어나 우유병도 인기다.


오래 묵을수록 좋은 것 네가지에 대해 프랜시스 베이컨은 말했다. 오래 말린 땔나무, 오래 묵어 농익은 포도주, 믿을 수 있는 옛친구, 읽을 만한 원로작가의 글이라고. 시니어들은 보통 한 가지쯤에는 수집가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월이 담긴 물건이 반드시 있기 마련이다. 못 버린 무언가, 추억이 담겨 간직하고 싶은 것, 숙성이 필요한 것 등이다. 그렇다 보니 시니어와 함께 한 수집품의 세계는 폭넓다. 보이차나 술도 있고, 전통 매듭이나 항아리, 단추와 컵도 가능하다. 사연이 깃들어 오래되었기 때문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은 커져가고, 점점 변화의 속도에 지친 현생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옛것은 익숙한 휴식같은 것은 아닐까.


이보람 써드에이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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