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대구 방문해 경북대 재학생과 간담회
홍준표와 만나 '윤리위 징계 취소' 앙금 풀듯
"2호 혁신안, 50% 이상 좋아해…시간 주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8일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를 방문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 1호 안건인 당 윤리위원회의 징계 취소 대상이던 홍준표 대구시장과 만나 통합을 강조하는 한편, 경북대학교 재학생들과 토론회를 통해 '미래·청년·일자리' 등을 앞세운 3호 혁신안 마련에 집중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 2호 안건인 지도부·중진·친윤계 의원들의 불출마 및 험지 출마에 대해선 "시간을 더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대구시청사에서 홍 시장을 만났다. 혁신위는 '통합'을 내세운 1호 혁신안에서 홍 시장을 비롯해 이준석 전 대표 등에 대한 당원권 정지 징계 취소를 건의했고, 이에 대해 홍 시장은 '과하지욕(가랑이 밑을 기는 치욕)'이라며 강하게 반발한 바 있다.
홍 시장은 인 위원장에게 친윤계 의원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당내 상황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홍 시장은 "할 얘기는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듣보잡'들이 너무 설친다"면서 "대통령 믿고 초선이나 원외, 듣보잡들이 중진들 군기 잡고 설치는 바람에 이 당에 중진이 어디 있나. 중진의 역할이 없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전 대표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홍 시장은 "윤석열 정부 들어오고 소위 위계질서가 무너지고 당에 허리가 없다"며 "성 상납이라는 터무니없는 주홍글씨를 써가지고 딱지 붙여 듣보잡들 동원해 경찰에 고발케 하고 수사케 하고, 그런 식으로 모욕을 주고 조리돌림을 했는데 이준석 전 대표가 돌아오겠나"라고 말했다. 홍 시장은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과 함께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홍 시장은 자신도 당으로부터 모욕을 당했다고 했다. 그는 "대변인이라고 (나와서) 초선도 아니고 0.5선도 아닌 애가 나와서 이상하게 날 조롱하고 정당이 이상하게 됐다"며 "당을 혁신하려고 들어왔는데 전권 주겠다 했으면 박사님 얘기하는 대로 해줘야 하는데 그것을 안 해주나, 안 해주나 논의하는 것 자체가 혁신위원회가 그냥 적당히 수습해보라, 수습 못 하면 혁신위에 덮어씌워서 정리하겠다는 얄팍한 생각"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혁신위는 이날 오전 대구 북구에 위치한 경북대 글로벌프라자에서 재학생들과 청년 정책을 위주로 한 간담회를 진행했다. 혁신위는 이날 간담회 내용을 토대로 오는 9일 3호 혁신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인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서울에서 혁신을 시작하면서 통합, 그다음에 정치하는 사람들한테 희생, 그다음 주제가 미래"라면서 "미래 안에는 청년이 있다. 여러분들 의견을 듣고 정리를 할 것이다. 오늘도 회의하고 내일도 정례회의가 있어서 마친 다음에 (혁신안) 3번째, 4번째가 무엇이 될 것인지 윤곽이 드러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3호 혁신안은 다양성 확보, 미래, 청년, 일자리, 민생 등과 관련된 내용으로 발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인 위원장은 2호 혁신안과 관련해 조만간 긍정적인 소식을 들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당 안팎에서는 김기현 대표가 가장 먼저 불출마 선언을 할 가능성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인 위원장은 이날 KBS라디오 전화 인터뷰에서 "어제는 충청권 국회의원하고도 통화했는데, 기득권 내려놓기가 쉽지는 않아서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오히려 50% 이상이 좋아하는 것 같다"면서 "제가 여러 사람을 간접적으로 좀 심한 표현이지만 분류해 있는 분을 여러 군데를 지적했는데, 시간을 좀 주자. 조금 기다려보자"고 말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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