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英 슈퍼컴퓨터에 GH200 공급
5448개 탑재…기존 슈퍼컴퓨터보다 많아
HBM 시장 주력 사업자 삼성·하이닉스 호재
미국 엔비디아가 영국에서 가장 빠른 속도를 자랑하는 슈퍼컴퓨터에 인공지능(AI) 반도체 칩 'GH200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을 대량으로 공급한다. GH200과 함께 쓰일 수 있는 최신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선보이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선 실적을 올릴 좋은 기회라는 평가가 나온다.
6일 엔비디아는 영국 AI 슈퍼컴퓨터 '이점바드-AI'에 GH200 그레이스 호퍼 슈퍼칩을 공급한다고 밝혔다. 이점바드-AI는 영국 정부가 2억2500만파운드를 투자해 선보이는 차세대 슈퍼컴퓨터다. 엔비디아는 "이점바드-AI에 5448개 GH200이 들어간다"며 "내년에 구축이 끝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GH200은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결합한 엔비디아의 최신 AI 반도체 칩이다. 회사는 기존에 HBM3와 쓰이는 GH200을 내놓은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최신 HBM3E를 탑재하는 GH200 새 버전을 선보였다. 해당 제품을 내년 2분기에 본격적으로 양산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상태다.
이점바드-AI에 탑재되는 GH200 수는 기존 슈퍼컴퓨터보다 많다. 엔비디아가 연말 가동하는 슈퍼컴퓨터 '헬리오스'에는 GH200이 1024개 들어간다. 이점바드-AI의 5분의 1 수준이다. 엔비디아가 이번 탑재 소식을 전하며 "유의미한 결과"라고 한 이유다. 그만큼 HBM 탑재량도 늘어나게 된다.
영국 슈퍼컴퓨터에 GH200이 탑재될 때 HBM3와 HBM3E 중 어떤 제품이 함께 쓰일지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둘 중 한 제품만 단독으로 들어가거나, HBM3와 HBM3E가 함께 쓰일 수도 있다. 어떤 방식이든 HBM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선 반가운 소식일 수밖에 없다.
양사는 최근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HBM 사업 계획을 밝혔다. 삼성전자는 내년 HBM 공급 물량을 올해보다 2.5배 늘리겠다며 이미 해당 물량에 대한 고객사 공급 합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최신 제품에 속하는 HBM3와 HBM3E 제품 비중을 늘리는 데 힘쓰겠다는 목표도 내놨다.
SK하이닉스도 HBM3와 HBM3E를 포함한 HBM 제품의 내년 생산분까지 선주문을 받은 상태다. 아직 만들지 않은 HBM을 이미 팔았다는 의미다. 내년 시설투자(CAPEX)는 올해보다 증가분을 최소화하되 HBM과 관련 패키징 기술인 실리콘관통전극(TSV) 투자는 확대할 계획이다.
업계는 내년 HBM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100% 넘게 늘어날 것으로 본다. HBM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현상이 지속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실적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DS증권은 내년 양사 D램 매출 대비 HBM 비중이 올해보다 늘어난 9%, 1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미국 반도체 수출통제 확대조치의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이 AI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함께 쓰일 수 있는 HBM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국내 업계에 주는 부정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자립화에 힘쓰고 있는 중국이 HBM 개발에도 뛰어드는 점은 향후 주목할 요소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국의 자체적인 HBM 개발 움직임 등은 단기적으로 우리 업계에 큰 위협이 되지 않더라도 중장기적 시각에서는 경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평화 기자 pea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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