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이어 PC로 주도권 장악 노려
퀄컴·인텔 칩 등장 앞서 선제적 공세
애플이 두 번째 3나노 공정 반도체를 전격 공개했다. 아이폰에 이어 개인용 컴퓨터(PC)에서도 3나노 반도체를 통한 경쟁 우위 확보에 나섰지만, 이면에는 고심도 엿보인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M3’ ‘M3프로’ ‘M3맥스’ 칩을 공개했다. 이들 칩은 애플이 자체 설계해 대만 TSMC의 3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을 통해 제조한 것이다. 애플은 지난달 아이폰15프로용 ‘A17프로’ 칩에 이어 PC용 M 시리즈 칩에서도 3나노 시대를 열었다.
애플의 M3 칩 공개는 TSMC 3나노 공정의 수율 확대가 더디면서 내년으로 공개가 미뤄질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했었다. 그러나 애플은 전격적으로 신제품 출시 행사를 예고하고 M3 칩을 사용한 PC를 선보였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M3 칩은 애플 실리콘의 최신 기술로 구현된 PC를 위한 가장 진화한 칩이다"고 강조했다. 애플은 M3 공개 행사를 ‘겁나게 빠르다(Scary fast)‘고 표현하며 신형칩의 성능을 과시하려 했다.
애플의 이번 신규 칩 공개는 분명 이례적이다. M1과 M2 공개 당시와 달리 이번에는 고성능 칩을 포함해 3종류의 칩을 한꺼번에 내놓았다. 기본형 M 칩을 사용하던 저가용 PC인 맥북에어도 선보이지 않았다.
M3 칩을 사용하는 가장 저렴한 PC는 이제 14인치 맥북프로다. 이는 판매가가 200만원대로 100만원대 중반인 보급형 PC와 비교해 고가다. 13인치 맥북프로도 선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 업계 전문가는 "TSMC 3나노 공정 수율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저가 PC 대신 고가 PC에 신형 칩을 사용해 판매량을 제한하려 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신형 애플 PC는 칩을 제외하면 변화한 게 없다고 단언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새로운 색상이 추가된 것이 변화라는 평가도 했다.
PC용 칩 시장에서 벌어지는 경쟁 심화도 애플이 서둘러 제품을 공개한 이유일 수 있다. 스마트폰용 ‘스냅드래곤’ 칩으로 애플에 맞서던 퀄컴은 최근 ‘스냅드래곤 X 엘리트라’라는 PC용 칩을 선보였다. 퀄컴은 애플 출신 기술자들이 설립한 누비아(Nuvia)를 인수하고 ARM 기반 PC 시장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인텔도 최신 ‘메테오레이크’ 칩으로 애플에서 받은 수모를 돌려주겠다는 계획이다. 메테오레이크는 인텔이 7나노 공정으로 처음 선보이는 CPU다.
애플은 2020년 말에 자체 개발 PC용 칩인 ‘M1’을 선보이면서 반도체 업계에 파란을 일으켰다. PC용 칩의 선두주자인 인텔의 칩과 비교해 성능과 가격에서 우위를 점하며 반도체 분야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후 애플은 지난해 M2 칩에 이어 올해 M3까지 선보이며 인텔, 퀄컴 등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러나 애플이 야심 차게 준비한 3나노 칩 전략의 시작은 순탄치 않다. 애플은 TSMC의 3나노 공정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지만 첫 3나노 반도체로 경쟁사를 압도한다는 전략은 이미 빗나갔다. 세계 최초 3나노 칩인 A17프로는 기존 4나노 공정에서 만들어진 A16에 비해 성능이나 배터리 사용 시간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30% 이상의 공정 미세화가 이뤄진 만큼의 성능 향상은 없었다. 아이폰15프로의 발열 현상은 TSMC의 3나노 핀펫(finfet) 공정에 대한 의심을 키우는 계기가 됐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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