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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쇼크웨이브](37) 애플·AMD '메기 효과'…칩 춘추전국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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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인텔 CPU 전성시대
팹리스 전환 AMD, "인텔의 파운드리 전략 성공 어려워"
퀄컴, PC 시장 진입용 칩 공개
삼성도 퀄컴 PC 칩에 관심
X86시대 저물고 ARM PC 시대 개막 예고
MS도 ARM 진영 적극 지원 가능성
애플, M3 전격 공개 예고하며 수성 예고

편집자주[애플 쇼크웨이브]는 애플이 반도체 시장에 뛰어들며 벌어진 격변의 현장을 살펴보는 콘텐츠입니다. 애플이 웬 반도체냐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애플은 이제 단순히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만드는 회사가 아닙니다. 고 스티브 잡스 창업자에서부터 시작된 오랜 노력 끝에 애플은 모바일 기기에 사용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반도체를 설계해 냈습니다. PC 시대에 인텔이 있었다면, 애플은 모바일 시대 반도체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가 됐습니다.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 위기와 대규모 반도체 생산라인 설비 투자가 이뤄지는 지금, 애플 실리콘이 불러온 반도체 시장의 격변과 전망을 꼼꼼히 살펴 독자 여러분의 혜안을 넓혀 드리겠습니다. 애플 쇼크웨이브는 매 주말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40회 이상 연재 후에는 책으로 출간합니다.
[애플 쇼크웨이브](37) 애플·AMD '메기 효과'…칩 춘추전국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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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남자라면 팹(Fabs)이 있어야 한다."(제리 샌더스 AMD 창업자)
"(인텔의 파운드리 사업 전략은)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대런 그래스비 AMD EMED 대표)

앞의 발언은 1992년, 뒤의 발언은 2023년 시점이다. 약 30년의 세월 간격 속에 한 기업의 반도체 제조를 위한 팹을 보는 시선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잘 보여주는 예다.


30년의 시간 간격 속에 반도체 시장의 흐름도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대만 TSMC 등장 후 팹과 팹리스(Fabless)의 공존이 당연시되고 있고 칩 시장의 공룡들의 위상도 변화했다.

특히 애플 실리콘은 반도체 시장에 '탈 인텔' 흐름을 대세로 만들고 있다. 애플이 자체 개발한 아이폰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에 이어 2020년 전격적으로 인텔의 CPU를 대체하는 'M1' 칩을 선보인 후 3년이 지나며 중앙처리장치(CPU) 시장의 '춘추전국' 시대가 형성된 것이다.


과거 소비자들이 PC 구매 시 선택지는 단 한 가지였다. PC 제조사 브랜드를 선택했다면 인텔의 CPU와 AMD CPU 중 무엇을 사용하느냐만 결정하면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윈도 운영체제(OS)는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그나마도 2010년 이후 AMD가 급격히 성장한 이후 선택지가 넓어진 것이지 과거에는 인텔의 독점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제리 샌더스 AMD 창업자가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주인공 해리슨 포드로 분장해 등장한 AMD의 광고 전단.

제리 샌더스 AMD 창업자가 영화 '인디애나 존스'의 주인공 해리슨 포드로 분장해 등장한 AMD의 광고 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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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삼성전자가 AMD의 CPU를 사용한 노트북PC를 선보인 게 10년이 조금 넘었을 뿐이다. 인텔의 CPU만 사용하던 삼성이 AMD CPU가 들어간 PC를 판매한다는 것이 뉴스가 될 정도였다. AMD코리아의 핵심 경영 목표가 삼성에 대한 CPU 공급이었을 정도다.

물론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첨단 미세 공정 도입에서 시장을 주도하던 인텔이 2015년 이후 주춤한 사이 AMD는 변신을 거듭했다.


AMD의 최대 혁신은 CPU를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을 포기한 것이다.


AMD의 제리 샌더스 창업자는 이런 말을 남겼다.



"진짜 남자라면 팹(Fab)이 있어야 한다."(Real men have fabs.)

이 말은 가뜩이나 자금력이 부족한 AMD의 발목을 잡는 시발점이었다. AMD는 창사 이래 인텔과 규모의 경쟁이 불가능한 수준이었다. 그나마 2000년 이후 옵테론, 애슬론 등 히트작들이 나오면서 인텔과 어느 정도 경쟁 관계가 형성됐지만 그렇다고 해서 AMD가 '무어의 법칙'을 따르기 위한 대규모 공정 투자에 나설 만큼의 여유는 없었다.


샌더스는 AMD를 창업하고 이 회사가 50년 넘게 반도체 시장에서 생명력을 이어오는 데 지대한 공언을 했지만 정작 AMD의 비상은 그의 지론을 백지화한 후 시작됐다.

AMD의 주가 동향. 자료=구글

AMD의 주가 동향. 자료=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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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필자가 방문했던 텍사스주 오스틴에 소재한 AMD의 팹은 이미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였다. 자회사 스팬션의 메모리 반도체 라인으로 운영됐지만 한계 상황에 직면하고 있었다. 필자가 역시 2005년 방문했던 IBM의 뉴욕 이스트피시킬 소재 팹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들 팹은 결국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해 매각됐다.


AMD는 인텔의 '코어'시리즈가 등장한 이후 침체가 더욱 깊어졌다. 더 이상의 추격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였다. 변화의 계기는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나왔다.


AMD는 샌더스가 은퇴한 후 4년이 지난 2008년, 자체 팹을 매각하기로 했다. AMD의 팹은 이후 글로벌파운드리라는 파운드리 전문 기업으로 성장한다. 글로벌파운드리는 현재 파운드리 업계 3위권 기업이다.


팹을 포기한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AMD는 글로벌 파운드리 지분을 모두 정리한 후 생산을 TSMC에 맡겼다. 글로벌 파운드리는 이미 10나노 이하 공정에 대한 투자 포기를 선언한 상태였다.


AMD의 리자 수 최고경영자는 IBM에서 구리 공정을 도입을 성공시킨 바 있다. 미세 공정의 중요성을 잘 아는 그는 TSMC의 핀펫 기술에 기반한 CPU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TSMC와의 협력이 시작된 후 AMD는 자체 개발한 '젠'(Zen) 코어에 기반한 신제품 '라이젠'(Ryzen)을 선보였다. 인텔의 CPU에 비해 저렴하면서도 뛰어난 성능이 소문이 나며 AMD의 시장 점유율이 치솟기 시작했다.


2017년 말, AMD 주가는 겨우 10달러 선이었지만 2021년 말에는 한때 155달러에 달했다. 불과 4년 만에 15배가 오른 셈이다. 비슷한 시점 인텔의 주가가 40달러 중반에서 현재 30달러 중반을 기록하며 뒷걸음질 친 것에 비하면 AMD의 성장세가 얼마나 드라마틱했는지 알 수 있다.


제조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AMD는 팻 겔싱어 최고경영자가 추진하는 인텔의 공격적인 파운드리 사업에도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런 그래스비 AMD EMED 대표는 경쟁사의 칩을 생산하겠다는 인텔의 파운드리 서비스(IFS)가 현대 칩 디자인 회사의 성공 방식을 벗어났다고 지적한다.


그는 AMD의 팹리스(Fables) 전환이 첨단 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을 만드는 전환점이 됐다고 진단했다.


"제품에 대한 전략적인 연구 개발 투자가 결국 최고의 수익을 가져온다." 반도체 공정은 파운드리 업체에 맡기고 자체 칩 설계에만 주력한 것이 AMD 성공의 비결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는 또 인텔의 IFS 전략이 성공할 것으로 보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절대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absolutely not).

인텔은 '메이드 인 아메리카 반도체'의 중책을 맡고 있다. 막대한 투자가 불가피하다. 최근 인텔의 주가가 정체인 것도 대규모 투자에 대한 투자자들의 경계심이 작용한 결과다.


인텔은 AMD의 추가 공격도 막아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AMD는 엔비디아에 가려져 있지만, 그래픽프로세서(GPU) 분야의 강자다. 삼성전자도 AMD의 GPU를 엑시노스 칩에 사용할 정도다.


AMD는 최근 GPU 기술에 기반한 AI 용 칩을 선보였다. 특이한 점은 챗 GPT를 확보한 마이크로소프트가 AMD의 AI 칩 개발에 협력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엔비디아의 독주로 막대한 칩 비용이 소요되는 것을 AMD를 통해 해소하겠다는 전략이 엿보인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의 과거 찰떡궁합을 기억한다면 천지가 개벽할 정도의 변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변심은 이 정도로 끝나지 않는다. 바로 ARM PC의 등장이다.

퀄컴마저 진입한 CPU... 애플 실리콘, 칩의 질서를 바꾼다

퀄컴은 이동통신용 모뎀 칩의 대표 기업이다. CDMA에서 시작한 퀄컴의 모뎀 칩은 5G 시대에도 굳건하다. 애플도 직접 모뎀 칩을 생산하려 하지만 수년간 실패를 거듭하고 퀄컴의 칩을 사용 중일 정도다.


퀄컴은 통신에만 집착하지 않았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린 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용 AP 시장에서도 선두 업체로 자리매김했다. 최신 삼성 스마트폰에 사용된 스냅드래곤 8 2세대 AP도 퀄컴이 설계했다.


퀄컴의 칩은 이제 스마트폰만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인텔의 시장을 겨냥한다. 이른바 ARM 기반 PC다.


애플이 선보인 M1, M2 칩은 적은 전력을 소비하면서도 뛰어난 성능을 발휘해 특히 노트북 PC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이 칩은 인텔의 'x86' 칩에 기반을 두지 않는다. ARM의 설계에서 비롯된 칩이다. 데스크톱 PC 급의 CPU에서는 여전히 인텔 칩의 성능이 우세하지만, 모바일 분야에서는 애플 칩의 공세가 위력적이다. 애플은 자체 개발한 칩을 TSMC에 위탁 생산해 칩 단가를 낮춰 비슷한 성능의 인텔 칩을 사용한 노트북 PC와 비교해 가격과 성능에서 우위를 점해 소비자들을 놀라게 했다. 가격 대 성능 비에서 뒤진다는 애플의 오랜 전통이 애플 실리콘의 등장 이후 오히려 애플 PC를 '가성비' 제품으로 둔갑시켰다.


이런 전략을 추종하기에 가장 유리한 기업이 퀄컴이다. 애플의 M 칩도 결국에는 아이폰용 A 칩의 설계에 기반한다. 스냅드래곤 칩 역시 ARM이 기반이다. 애플이 주도하는 맥북 진영과 맞서기 위한 ARM 기반 노트북 PC를 위한 저전력 고성능 칩 개발에서 퀄컴이 앞서기 위한 조건이 이미 마련된 셈이다.


퀄컴이 최근 선보인 '스냅드래곤 X 엘리트' 칩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런 시대 변화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이 칩은 애플의 A 칩을 설계한 인력들이 독립해 설립한 누비아(Nuvia)의 오라이언(Oryon) CPU에 의존한다. 퀄컴은 누비아를 인수하며 PC용 칩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애플 쇼크웨이브](37) 애플·AMD '메기 효과'…칩 춘추전국 시대 원본보기 아이콘

퀄컴의 공격 대상은 명확하다. 애플보다는 인텔이다. 애플이 퀄컴의 칩을 사용한 PC를 만들 리가 없다. 당연히 목표 대상은 인텔 PC다. 인텔의 CPU 대신 퀄컴의 스냅드래곤 X 엘리트를 사용한 노트북이나 태블릿 PC의 등장을 기대한다. 2024년이면 이 칩을 사용한 PC를 구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최근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스냅드래곤 서밋 2023'에서 공개된 영상에서 임지훈 삼성전자 MX사업부 브랜드마케팅 그룹 상무도 "퀄컴 스냅드래곤 X 엘리트는 뛰어난 AI, 5G 성능을 갖춘 만큼 삼성전자도 강한 흥미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삼성은 스냅드래곤 칩을 사용한 갤럭시 북 프로 360 PC를 선보였던 만큼 신형 칩을 사용한 신제품 등장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레노버, 마이크로소프트, 델, HP도 이 칩을 사용한 PC를 선보일 전망이다.


퀄컴 PC의 등장은 인텔, AMD, 애플의 칩을 사용한 PC 시장의 구도가 4자구도로 변화할 것을 예고한다.


다만 여기서 관건은 OS를 틀어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움직임이다. MS가 ARM 기반 윈도를 사용한 PC를 위한 변환 기능(에뮬레이터)을 적절하게 보장해야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칩의 성능이 뛰어나도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충분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퀄컴 PC, 나아가 ARM 기반 윈도 PC의 발전은 더딜 수밖에 없다


애플은 자체 칩으로 전환하며 기존 인텔 칩에 기반해 설계된 프로그램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 소비자들의 불만을 최소화한 바 있다.

애플은 2023년 10월 31일 예고한 이벤트에서 M3 칩을 사용한 PC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3는 3나노 공정을 사용한 최초의 PC용 칩이다.

애플은 2023년 10월 31일 예고한 이벤트에서 M3 칩을 사용한 PC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M3는 3나노 공정을 사용한 최초의 PC용 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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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역시 퀄컴과 마이크로소프트의 협공에 대한 대응을 시작했다. 애플은 31일(현지시간) 예고한 행사에서 M3 칩을 사용한 신형 PC를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M3는 아이폰에 사용된 A17 프로 칩에 이어 두 번째로 등장하는 소비자용 3나노 기반 칩이다. 당초 M3는 2023년 말 공개 예상에서 최근에는 내년으로 미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지만 애플은 전격적으로 M3의 출전을 예고하고 있다. 퀄컴이 애플의 인력을 확보해 경쟁 칩을 만든 상황에서 맞불을 놓겠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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