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플레이션 경고등이 다시 켜지면서 정부 각 부처 장·차관들이 물가 잡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정부가 곳간을 풀어 물가 안정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지만 이달 물가 상승 폭이 다시 4%대로 오르는 등 정부 예상보다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다.
26일 관가에 따르면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다음날 오후 예정에 없던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수산물 냉동 창고를 찾을 예정이다. 최근 고등어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20% 가까이 오르자 수입업계 동향을 살피기 위해서다. 정부는 이달 말부터 고등어 할당관세(0%) 2만t을 추가 도입키로 했지만 업계는 줄어든 어획량으로 당분간 가격 오름세가 지속될 것으로 봤다.
조 장관이 고등어만큼 수급에 신경을 쓰고 있는 품목은 천일염이다. 천일염은 올해 폭우와 태풍 등 영향으로 생산량이 급감한 가운데 일본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시작하자 불안감이 커지면서 수요가 몰린 탓이다. 김장철을 앞두고 지난달 소금값이 전년 동월대비 17.3% 오르며 금값이 되자 조 장관도 다급해졌다. 그는 앞서 20일 경기 용인시에 위치한 천일염 가공업체를 찾아 가격 인상 자제를 거듭 당부했다. 당시 현장 관계자는 "조 장관이 가격 인상을 최대한 자체 흡수해달라고 재차 강조했다"고 전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설탕값 인상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제 설탕 가격과 주원료인 원당 가격이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35%, 48% 오른 탓이다. 설탕은 브라질, 인도, 태국 등 원료인 사탕수수 주요 산지에서 폭염과 가뭄 등 이상기후로 작황이 부진하면서 올해 초부터 가격이 치솟았다. 권재한 농식품부 농업혁신정책실장은 지난 24일 제당 공장인 CJ제일제당 인천 1공장을 찾아 원당 할당관세(3%→0%) 적용 연장을 검토하겠다면서 생산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설탕 가격이 오르면 제과·제빵 등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슈가플레이션(설탕+인플레이션) 압박 우려를 조기 진압에 나선 셈이다.
물가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에너지를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김병환 기재부 1차관은 지난 24일 서울 창동 하나로마트를 찾아 농축산물 동향에 나섰고, 강경성 산업부 2차관도 같은 날 에너지 신산업 분야 벤처·스타트업계와 간담회를 가졌다. 강 차관은 특히 이달 8일 석유업계와 만나 가격 인상을 최소화해 달라고 요청했다.
다만 각 부처 장·차관을 비롯해 정부 고위관계자의 현장 방문에 대한 시각은 엇갈린다. 부처 내부에선 민생안정을 위해 현장 고충을 신속하게 살펴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반응이지만, 업계는 사실상 가격 인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정부 고위 인사가 현장을 찾아 '가격 인상 우려'를 언급했다는 건 '인상을 하지 말라'는 시그널로 해석된다"며 "문제는 원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정부 인사가 현장을 찾는다고 제품 가격을 낮출 수만은 없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세종=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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