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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마이데이터 사업이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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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시각]마이데이터 사업이 안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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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금융 생활을 분석한 후 돈을 불려주는 자산관리 서비스' vs '스타벅스 쿠폰에 혹해 가입했다가 방치한 서비스'. 작년 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마이데이터를 향한 두 가지 시선이다. 첫번째는 원래의 목표, 두번째는 불편한 진실이라는 게 차이점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매년 발표하는 '대한민국 금융소비자보고서'에 따르면, 마이데이터를 '알고 있다'는 대답만 10명 중 작년 6명에서 올해 8명으로 늘어났을 뿐이다. '이용해봤다'는 10명 중 5명, '이용하고 있다'는 10명 중 2명꼴로 비슷했다. 1년이 지나도 나아진 게 없었다.


마이데이터는 왜 외면받게 됐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내 자산 증식에 도움이 안 되기 때문이다. 모든 마이데이터 사업자의 공통적인 문제다. 예금·대출·투자·카드·보험을 모두 통합해 소비자가 이 정보를 한눈에 조회하는 것까진 가능하다. 목돈을 모으려고 투자 성향에 답한 다음부터 문제가 생긴다. 여행을 가려고 혹은 노후를 대비하려고, 돈 모으는 목표는 달라도 답은 정해져 있다. 추천상품은 펀드. 그것도 자사의 펀드 상품만 보여준다. '광고네', '장삿속이다', '신뢰가 안 간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

금융사 스스로도 약점을 잘 알고 있다. 시중은행 한곳 당 마이데이터 인프라 구축에 쏟은 돈이 수백억원이다. 마이데이터 담당자들도 수익을 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다. 이상과 현실의 괴리는 규제 탓이다. "'예를 들면 메타버스 관련 주식이 있는 고객에게 이 종목이 더 좋다, 메타버스 말고도 요즘에 뜨고 있는 주식은 이런 게 있는데 즉시 연계해 주겠다'는 식으로 관리가 이뤄져야 하는데 법에서 정한 것만 할 수 있는 규제에 막혀 시도조차 못 한다."(○○은행 마이데이터 담당 실무자).


금융당국은 대안으로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에게 "혁신금융서비스 신청을 많이 해달라"고 주문하지만, 그것조차 이들에겐 속 편한 소리다. 마이데이터를 활용한 색다른 부수·겸영 사업을 신청하면 승인 여부가 결정되기까지만 짧아도 6개월, 길면 1년이 넘게 걸린다. 금융사들이 "다른 영역을 넘나들면서 새로운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내놓으려면 '이것만 빼고 다 하라' 식의 네거티브 규제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마이데이터 사업은 집안에서도 찬밥신세다. 요즘 은행들마다 마이데이터 업무 인원과 투자를 줄이고 있다. 은행은 금리 인상기에 최대 이익을 내는데 굳이 돈벌이도 안되는 마이데이터에 눈길을 줄 이유가 없어서다. "윗선에서는 실적을 낼 방법을 찾아보라고 하나, 아직 대환대출 같은 중개 서비스를 빼곤 해본 게 없어서 답답하다"는 게 담당자들의 심정이다.

열리다 만 '디지털 자산관리'의 문고리를 금융당국이 당겨줘야 한다. '넷플릭스 같은 구독서비스 목록과 결제 금액을 월·분기·예정으로 정리해 보여준다. 잘 안 쓰는 서비스는 은행 앱에서 바로 해지할 수 있다.'(ABN암로) '대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신용등급을 관리한다. 매월 개인 금융 데이터와 연계해 등급 개선 방안과 등급 변화 그래프를 보여준다. 금리인하·조기상환·기간연장·대환대출 방안도 제시한다.'(웰스파고). 그래야 이런 해외 마이데이터 사례들도 우리나라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심나영 경제금융부 차장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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