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막 게시 당일 자진 철거
"무조건 막는 것 능사 아냐
지역사회와 소통 선행돼야"
서울 마포구가 홍익대학교 번화가 일대에 핼러윈 축제 금지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당일 철거하는 촌극이 벌어졌다. 상인들과 시민들은 이태원 참사 1년을 앞두고 안전 문제를 우려한 조치인 점은 이해하면서도 축제 분위기 자체를 무마시키려는 행태라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울 마포구가 지난 20일 오전 6시께 홍대 번화가 일대에 내걸었던 '다중인파 사고 방지를 위해 할로윈 데이 축제는 금지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이미지출처=연합뉴스]
마포구는 지난 20일 오전 6시께 홍대 번화가 일대 12개소에 '다중인파 사고 방지를 위해 할로윈 데이 축제는 금지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음에도 '금지'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에 대한 내부 지적과 상인들의 항의에 게시 17시간만인 같은 날 오후 11시께 자진 철거한 것으로 확인됐다. 마포구 관계자는 "축제를 자제해줬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강조하려다 금지라는 표현을 사용했었다. 금지라는 표현이 오해를 부를 수 있어 당일 철거를 하게 됐다"면서도 "축제 자제를 권고하는 캠페인은 계속 진행 중이다. 다가오는 주말에도 자제를 권고하기 위한 순찰 등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홍대 번화가는 핼러윈 행사의 메카 중 하나다. 관 차원의 행사는 없었지만 기업과 식당, 클럽 등은 자체적으로 핼러윈을 이용한 행사를 기획해왔다. 넷플릭스는 2019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좀비 시리즈물 '킹덤'을 테마로 한 팝업존을 선보였다. 방문객에게 좀비 분장 서비스를 제공하고, 분장을 마친 좀비들이 홍대 거리를 활보하며 신선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매년 주점들은 핼러윈 분위기로 실내를 꾸민 후 이벤트를 준비하고 클럽들도 핼러윈 분위기에 맞는 공연을 준비하기도 했다.
홍대 번화가 상인들은 핼러윈 자체를 막으려는 대처에 비판을 쏟아냈다. 홍대 한 호프집 매니저 박모씨(29·남)는 "핼러윈 기간 평소보다 큰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데 걱정이 된다"며 "사고가 일어나지 않게 철저히 대비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홍대가 젊음의 거리이기도 하니 행사를 안전하고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핼러윈 컨셉 주점의 관리자 박모씨(28·남)도 "참사가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대규모 축제 등을 금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면서도 "개별 가게 차원의 이벤트나 파티 분위기까지는 허용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시민들도 추모와 별개로 축제는 정상적으로 진행되길 기대했다. 대학생 이모씨(19·남)는 "성인이 된 후 첫 핼러윈인데 지난해 참사가 일어나서 예년 같은 분위기는 아닐 것 같다"며 "분위기 자체를 억제하기보다는 안전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모씨(28·남)는 "추모는 추모대로 하되 젊은 세대들이 핼러윈을 즐기는 것조차 막으려는 것은 조금 과하단 생각이 든다"며 "경기도 안 좋은데 핼러윈이 소상공인들에게도 작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지역사회와의 소통과 재발 방지를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준모 건국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해 참사로 사고가 일어나면 지자체도 책임을 피해 갈 수 없다는 것을 목도했기에 일어난 사태로 보인다"며 "무조건 막는 것이 능사가 아니기에 지역 사회와 충분히 협의한 후 숙고를 하는 과정이 선행됐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민아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축제를 즐기려는 이들을 다 막을 수는 없는 실정이다. 축제를 열지 못하게 하고 개개인에게 붐비는 곳을 피하라 하는 것은 사실상 책임을 민간으로 돌리는 것일 뿐"이라며 "지자체와 중앙정부가 협조해 사람이 몰릴 경우 어떻게 통제할지 등에 대한 정확한 가이드라인이나 매뉴얼을 정립하는 게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태원 기자 skk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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