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명동) 상권이요? 체감상 코로나19 이전의 70% 수준까지는 회복된 것 같습니다. 일본·중국인 관광객도 많지만 대만,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인 관광객이 부쩍 늘었어요."(명동지하쇼핑센터상인회 관계자)
중국이 6년5개월만에 한국 단체관광의 빗장을 풀면서 국내 여행·호텔·면세점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11일 서울 중구 명동에서 중국인, 일본인 등 외국인 관광객들이 거리를 거닐고 있다.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외국인 관광객이 돌아오면서 명동이 활기를 되찾자 서울 주요 상권의 공실률이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10%대를 회복했다. 상권별로 차이는 있지만, 일부 브랜드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도 신규 점포를 여는 등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소비자 경험을 위한 리테일 공간인 '팝업 스토어'의 파급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19일 글로벌 부동산컨설팅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내놓은 '2023 서울 리테일 가두상권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 6대 상권(명동, 홍대, 한남·이태원, 청담, 가로수길, 강남) 평균 공실률은 18.7%로 전년 동기 대비 5.0%포인트 감소했다. 코로나19 영향이 본격화한 2021년 1분기 이후 줄곧 20%를 웃돌던 공실률이 1년여 만에 10%대로 내려온 것이다.
회복을 견인한 상권은 명동으로, 이곳의 공실률은 지난해 2분기 52.5%에서 올해 2분기 14.3%로 38.2%포인트 하락했다. 코로나19 이전만 해도 4.5%였던 명동 공실률은 2020년 23.2%에서 2021년 49.9%로 치솟았으며, 지난해 상반기 52.5%를 기록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명동 거리에 공실이 급증했던 시기에도 글로벌 브랜드들은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고, 최근에는 가시성이 좋은 대로변 인근을 중심으로 상권이 확장되는 추세"라며 "다이나핏, ABC마트, 올리브영 등이 명동에서 신규 매장을 열었고, 관광객을 타깃으로 한 소형 화장품 브랜드들도 영업을 재개했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강남(19.2%)과 한남·이태원(10.0%) 상권 공실률도 각각 3.7%포인트, 0.8%포인트 감소했다. 풍부한 유동 인구와 높은 가시성을 보유한 강남은 브랜드 광고 효과가 뛰어나고, 건물 바닥면적이 넓어 큰 규모의 점포 개발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글로벌 버거 프랜차이즈인 파이브가이즈와 슈퍼두퍼도 한국 시장 1호점을 강남에 냈다. 한남·이태원 상권의 경우 신진 디자이너와 뷰티 브랜드 쇼룸 등이 모여있어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선호도가 높다. 또 K-패션, K-뷰티를 찾아 발걸음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공실률이 6대 상권 중 가장 낮은 10.0%를 기록했다.
반면 올 2분기 가로수길 상권 공실률은 36.5%로 1년 전보다 7.8%포인트 증가했다. 주축을 이루던 보세 의류점들이 매출 하락과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다수 폐점했기 때문이다. 아미, 찰스앤키스 등 가로수길의 상징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새 매장을 오픈한 브랜드들도 있지만, 다른 상권에 비해서는 회복세가 더딜 것으로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내다봤다.
한편,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6대 가두상권 외에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비유되는 성수 상권에도 주목했다. 공장 지대였던 성수동 일대는 폐공장 골조를 유지한 채 내부를 리모델링한 카페와 식당이 생겨나면서 개성을 갖춘 상권으로 탈바꿈했다. 최근에는 우후죽순 쏟아지는 팝업 스토어가 MZ세대를 끌어들이고 있다. 올 2분기 성수 상권 공실률은 5.8%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는 "여전히 오프라인 매장은 소비자에게 공간 경험을 제공하면서 온라인이 주지 못하는 만족감을 선사한다"며 "많은 브랜드가 주요 상권에 경험형 매장을 여는 이유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수는 단기간에 효율적으로 고객에게 다가갈 수 있는 팝업 스토어 시장의 격전지로 떠올랐다"며 "팝업 스토어를 방문한 소비자가 체류하면서 인근 상권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노경조 기자 felizk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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