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역대 최대 위기 속
尹 신임 받는 김한길 급부상
비대위원장 가능성 충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를 수습하기 위해 출범시키는 혁신위원회가 구성부터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김한길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의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혁신위를 이끌 중량감을 갖춘 적임자를 낙점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벌써부터 혁신안에 대한 당 안팎의 기대감이 크지 않으면서다. 일각에선 김기현 2기 지도부의 혁신위가 제 역할을 못 할 경우 비대위원회 체제로 전환,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18일 오전 비공개 회의를 열고 혁신위 구성 등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이날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일단 위원장 인선부터 논의를 했고,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어느 분이 유력하다 이런 말씀을 드릴 단계는 아니다"라면서 "주말까지 인선을 완료해서 월요일(23일) 출범을 목표로 작업을 더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선 이날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으로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이 거론됐지만, 정 이사장은 부인했다. 그는 아시아경제와 통화에서 “당으로부터 연락받은 적이 없다”면서 “(저는)정치적 능력, 영향력이 없는 사람이다. 동반성장연구소 업무로 바쁘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통합위원회 만찬에서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등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17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미지출처=연합뉴스]
당내에선 혁신위에 대한 기대감이 낮다. 이준석 전 대표 시절 구성된 '최재형 혁신위'가 만든 혁신안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한데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김은경 혁신위'도 내홍을 부채질하는 등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탓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강서구청장 선거 후유증 극복의 의미는 있어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안팎에선 김한길 역할론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전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국민통합위 위원과 국민의힘 지도부 만찬 자리에서 김 위원장을 극찬한 것으로 알려진다. 윤 대통령은 통합위가 제안한 정책들을 실현하기 위해 예산, 입법 등 지원해달라고 여당에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통합위가 제작한 정책 제안 보고서 100부를 당에도 배포해 적극적으로 반영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현장에 있었던 여권 관계자는 “정말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대통령이 위원장을 칭찬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김 위원장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예전부터 두터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략통'인 김한길 위원장은 과거 여러 차례 정계 개편의 중심축에 섰던 인물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김 위원장과 손잡으면서는 당 위기 때마다 '윤석열 신당' 창당설이 흘러나왔다. 일각에선 내년 총선이 6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혁신위가 제 역할을 못 할 경우 비대위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다음(비대위원장)은 김한길 위원장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제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김 위원장은 통합위 활동을 통해 중도·약자를 포용하는 정책을 발굴한데다 내년 총선에서 중도층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여권에서 기대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새정치국민회의 의원으로 첫 배지를 달았다. 4선 국회의원을 지낸 김 위원장은 정당 대표와 청와대 정책기획수석 및 문화관광부 장관 등 당·정·청에서 국정의 주요 분야를 경험했다. 특히 2016년 총선을 앞두고 안철수 현 국민의힘 의원과 탈당해 국민의당을 만들면서 제3지대 돌풍을 일으킨 경험도 있다. 당시 국민의당은 호남 의석을 석권하고, 전국 비례대표 득표율 2위를 득표하며 원내 제3당으로 진입했다.
민주당은 김 위원장을 겨냥해 날 선 비판을 쏟아냈다.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윤 대통령은 어젯밤 김기현 대표와 김한길 위원장 등 정부 인사들을 불러 '어떤 어려움도 함께하겠다는 각오를 다지자'고 말했다"면서 "전국 방방곡곡은 윤 대통령의 무능한 국정운영으로 아우성인데 자신들만의 만찬을 열어 '윤심'으로 대동단결을 외쳤다니 기가 막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이 전날 한 말을 끄집어내 "'(윤 대통령을)가장 지치지 않고 일하는 분'이라며 치켜세우고만 있으니, 어느 국민이 공감하겠느냐"며 "민심 잃은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심기 보좌가 아니라 직언"이라고 질타했다.
이현주 기자 ecolh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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