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구석유·극동유화 등 관련 종목 주가 널뛰기
중동지역 확전 가능성 작고 내년 석유 수요 감소 전망
중동 산유국의 석유류 무기화, 이·팔 전쟁 악화 가능성도 제기
올해 하반기 가파르게 오르던 국제유가가 이달 들어 다소 진정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이·팔 전쟁 등 국제정세가 급격히 불안정해진 탓에 재차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에너지·정유 관련 종목의 주가도 덩달아 널뛰고 있어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휘발유·등유·경유 등 석유류 도·소매 업체인 코스닥 상장사 흥구석유 주가는 이달 들어서만 145.95%(10월17일 종가 기준) 급등했다. 지난 4~5일에는 연이틀 7~8%대 급락하다가, 지난 10일 갑자기 가격제한폭(30%)까지 오른 후 5거래일 연속 급등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인 하마스 간 전쟁이 불거지면서 유가 불확실성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흥구석유 주가는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이스라엘 방문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중동지역 긴장 완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하루 만에 또 7.37% 급락했다. 윤활유 사업 및 석유 유통 업체 극동유화 주가도 지난 10일 26.10% 급등했다가 곧바로 연이틀 하락세를 보이는 등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이후 꾸준히 오르던 국제유가는 지난달 하순께 90달러대로 정점을 찍은 후 오르내림을 거듭하며 불안정한 모습이다.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 따르면 서부텍사스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달 27일 배럴당 93.68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하락 곡선을 그리며 이달 초 80달러대에 진입했다. 일각에서는 피크 아웃(정점 후 하락)이 될 것이란 이른 기대가 나왔지만, 이·팔 전쟁으로 다시 90달러 선을 위협하는 등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6일(현지시간)에는 86.6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국제유가 흐름에 대한 전망도 갈린다. 중동지역의 정세 불안이 이어지곤 있지만, 핵심 충돌 지역이 주요 원유 생산지는 아니어서 아직 공급에는 차질이 없는 상황이다. 김광래 삼성선물 수석연구원은 "중동지역 내 확전 가능성에 대해 시장은 일단 과도한 우려를 자제하는 분위기"라며 "미국이 이란을 비롯해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과 주변국인 사우디·이집트 등과 직접 외교를 통해 확전 억제에 주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베네수엘라와 적극적인 추가 제재 완화 협상이 이뤄지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유가가 소폭 조정받았다"고 설명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는 지난해까지 미국의 제3자 제재로 수출·입이 어려웠는데, 물가 관리가 다급해지면서 올해 초부터 미국을 비롯한 유럽 등 지역에 수출되고 있다. 김광래 수석연구원은 "베네수엘라의 열악한 인프라 등 탓에 대규모 증산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시장의 공급 우려를 완화해주는 측면에서는 확실한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최근 내년 원유 수요 증가 전망치를 하루 100만배럴에서 88만배럴로 하향 조정한 점도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유가 상승 가능성을 여전히 경계해야 한다는 전망도 동시에 나온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원유 생산지가 아니라 하더라도, 과거 1970년대처럼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를 무기화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주요 산유국 중 하나인 사우디의 감산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예상이 더해진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이·팔 전쟁 전 사우디는 미국과 상호방위협정을 맺고자 하고 미국은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를 원했는데, 전쟁 이후 사우디가 팔레스타인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면서 이스라엘과의 수교 협상이 사실상 무산됐다"며 "사우디가 원유 생산을 다시 늘릴 유인이 사라지면서 감산 기조가 내년까지 이어질 공산이 크고, 러시아도 이에 동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 감소를 반영해 내년 유가 전망치를 배럴당 평균 90.9달러(WTI 기준)로 기존보다 9.2% 상향 조정했다.
예상치 못한 중동지역 무력 충돌 사태로 유가가 불안정한 만큼 관련 종목 투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지상군 투입 임박과 이란의 대이스라엘 경고 속에서 이번 주가 중동사태 확산의 중요한 단기 분수령이 될 공산이 크고, 이는 유가 변동성을 높일 것"이라며 "만약 중동사태 확산 우려로 유가가 다시 90달러선을 위협 혹은 상회한다면 미국 국채 금리 반등 등으로 달러 강세폭이 확대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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