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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OTT 자신감 넘쳤다, 영화계 부국제서 확인한 숙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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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주요 신작 부산영화제서 매진
넷플릭스·티빙·웨이브外 열띤 홍보
위태로운 영화계 현실 확인한 영화축제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공개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는 자신감이 넘쳤다. 지난해 넷플릭스·티빙·웨이브를 비롯한 주요 OTT 사는 부산영화제에서 부스를 설치하고 홍보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례적 풍경이었다. 원래 주요 영화배급사의 몫이었지만, OTT 사들이 작정하고 팔을 걷었다. 낮에는 관객과 만나고 밤에는 영화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행사를 펼치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1년 뒤인 올해, 본격적으로 이를 드러냈다. 기세가 무섭다. 올해 부산영화제에는 OTT 신작이 황금 상영 시간대에 대거 포진돼 관객과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 영화 '독전2'(감독 백감독) '발레리나'(감독 이충현), 티빙 시리즈 '운수 오진 날'(감독 필감성),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 등 공개를 앞둔 주요 신작이 현지 관객의 높은 관심 속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OTT 신작으로 피케팅(피+티켓팅) 열기가 극장 영화에서 OTT 콘텐츠로 옮겨붙은 모습이다.

제28회 부산영화제 매표소 모습[사진출처=연합뉴스]

제28회 부산영화제 매표소 모습[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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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부산에서 공개된 신작 영화가 많지 않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CJ ENM과 미국 A24가 공동제작한 배우 유태오 주연 '페스트 라이브즈'(감독 셀린 송)와 배우 송중기와 신예 홍사빈이 주연한 '화란'(감독 김창훈)을 제외하면 뚜렷하게 눈에 띄는 신작은 없다. 개봉 예정작이 주로 영화제에 초청되지만, 산적한 창고 영화들이 선뜻 개봉일을 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위태로운 영화계 분위기가 반영된 모습이다.


넷플릭스는 부산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에서 영화 '발레리나'(감독 이충현)와 '독전2'(감독 백감독)를 공개했다. 이들 작품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기대작으로 주목받았다. 배우 차승원, 조진웅, 한효주, 전종서 등 각 작품의 주역들은 오픈토크, 관객과의 대화(GV) 등을 통해 관객과 만났다.


잘 만든 OTT 콘텐츠가 극장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영화 '기생충'(2019)으로 전 세계를 뒤흔든 봉준호 감독 영화 동지들의 바람을 담은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영화 '노란문: 세기말 시네필 다이어리'가 부산영화제 와이드 앵글 - 다큐멘터리 쇼케이스' 섹션에 초청돼 관객과 만났다. 이는 시네필 관객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실제 노란문 멤버들이 객석에 앉아 영화를 관람한 후 짧게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티빙은 시리즈 세 편을 선보였다. '운수 오진 날'(감독 필감성) 'LTNS'(감독 전고운·임대형) '러닝메이트'(감독 한진원)가 OTT 시리즈 신작을 상영하는 부문인 '온 스크린 섹션'에서 상영했다. 특히 '운수 오진 날'은 연일 매진을 기록하며 초반 분위기를 달궜다. 평범한 택시기사가 고액을 제시하는 장거리 손님을 태우고 가다 그가 연쇄살인마임을 깨닫게 되면서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는 스릴러 시리즈로, 배우 이성민·유연석·이정은이 부산 관객과 만나 홍보에 열을 올렸다.


아울러 디즈니+(플러스)는 오리지널 시리즈 '비질란테'(감독 최정열)를 '온 스크린' 섹션에서 공개했고, 웨이브는 오리지널 드라마 '거래'를 상영했다.


'운수오진날'의 배우 유연석(왼쪽부터), 이정은, 이성민, 필감성 감독[사진출처=연합뉴스]

'운수오진날'의 배우 유연석(왼쪽부터), 이정은, 이성민, 필감성 감독[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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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영화의 위기는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제28회 부산영화제는 OTT 작품 없이 열리지 못했을 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중이 컸다. 극장 영화 신작과 온도 차도 느껴졌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올해 OTT 사들은 홍보 부스를 만들어 흥미를 유발하고, 외벽에 대형광고물을 부착하며 공격적인 마케팅에 열을 올렸다. '위기'라는 말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었지만, 더 매섭게 다가온 까닭은 영화의 경쟁상대가 더는 OTT가 아닐지도 모른다고 느껴져서다.


올해 OTT는 자신감이 넘쳤다. 과감하게 콘텐츠를 만들었고, 국내 최대 영화제가 열리는 부산에서 대대적으로 선보였다. 공개를 앞둔 주요 영화, 시리즈, 심지어 다큐멘터리까지 잘 만들었다는 인상을 줬다. 무엇보다 과감한 시도가 돋보였다. 비록 만듦새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이러한 변주는 박수받아 마땅하다.


이제 더는 극장 영화의 경쟁상대는 OTT가 아닐지도 모른다. 최근 극장가는 싸늘하다. 지난달 27일 추석을 앞두고 개봉한 한국영화 3편이 추석, 개천절 연휴와 한 주 뒤인 한글날 연휴로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공략해 선보였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가 한 편도 없다. 누적 관객수 200만명도 모으지 못했다. '재밌다'는 평을 듣지 못해서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볼 영화가 없으니 극장에 가지 않는 건 당연하다. 익숙한 기획, 뻔한 소재와 장르 등이 올해도 반복된 까닭이다. 낡은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 기획, 제작된 영화가 신선할 리 만무하다. 시장이 어려워서 안정적인 기획이 전제돼야 한다는 말조차 고루하다. 그 안정적인 기획에 관객들은 등을 돌린 것이다. 올해 추석 극장가 전체 관객수는 예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신작이 풍성했기에 더 아쉬운 결과다.


이를 알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모른 척 하는 건가.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공개된 OTT 콘텐츠만 봐도 최근 관객들이 극장에 걸리는 영화를 외면한 이유가 이해된다는 반응이 나온다. 재밌어서가 아니다. 공개된 콘텐츠 대부분 만듦새 면에서 호평 일색도 아니었고, 호불호가 갈렸다. 아쉽다는 반응이 집중된 작품도 있었다. 다만 그 시도와 변주는 관객들의 눈을 뜨게 했다. OTT에게 경쟁 상대는 극장 영화가 아니다. 사실상 두 콘텐츠를 놓고 비교하는 건 더는 의미 없는 일이 됐다.


'독전2'의 배우 차승원(왼쪽) 조진웅[사진출처=연합뉴스]

'독전2'의 배우 차승원(왼쪽) 조진웅[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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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는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국내 주요 배급사는 엄청난 영업손실을 봤다. 극장에서 거두는 수익이 없으니 당연하다. 올해 CJ ENM은 자사 OTT 티빙과 함께 '밤 행사'를 열었다. 통상적으로 부산영화제에서 밤 행사는 영화 투자 개봉 라인업을 소개하며 경쟁적으로 위용을 과시하는 자리다. CJ ENM은 국내 배급사 중 유일하게 밤 행사를 열었지만 라인업 발표는 하지 않았다. 아쉬운 실적과 최근 극장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구창근 CJ ENM 대표와 윤제균 CJ ENM 스튜디오스 대표는 각각 단상에 올라 "CJ가 영화사업에서 철수한다는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극장엔 관객이 대폭 줄었고, 영화제에서는 기세 좋은 OTT 콘텐츠들이 날개를 활짝 펼치고 날았다. 올해 부산영화제는 영화계 위태로운 분위기를 다시 확인하게 했다. 자성의 목소리도 나왔다. 마주한 영화계 관계자들은 "극장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과거의 영광에 갇혀서 안정적 기획을 답습하거나, 낡은 의사결정 과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여러모로 숙제를 안겨준 자리였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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