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I·브렌트유 모두 상승세…확전 여부 관건
'지정학' 불확실성 확산에 안전자산 반등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로 9일 국제유가가 급등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모습에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와 금은 강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8분경(한국시간) 기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전일 대비 3.80% 오른 배럴당 85.94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WTI 선물은 전날 빠르게 상승, 87달러 선을 넘어섰다가 현재는 86달러 전후를 오가고 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전날보다 3% 이상 상승, 현재 87달러 선에서 거래되며 WTI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산유국이 아니라서 곧바로 국제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지만, 이란이 하마스 공격의 배후에 있었다는 보도가 나온 뒤 트레이더들 사이에서 중동 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우려, 유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특히 다른 중동 산유국들이 분쟁에 개입하거나 원유생산 시설이나 수송로가 침해될 경우 유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높다.
국제금융센터는 이날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 발발 및 평가'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번 중동발 지정학적 위험 증대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등 세계 경제와 국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한층 높아질 우려가 있으므로 이에 대해 경계심을 갖고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금센터는 "과거 이스라엘 국민 피해시 보복 성향, 헤즈볼라 등 시아파 무장 단체들의 개입 확대, 배후국으로 추정되는 이란의 공격 등이 이어질 경우 충돌이 예상보다 장기화하고 전쟁 양상도 확대될 위험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BBC에 따르면 크레디트스위스의 에너지 애널리스트 사울 카보닉은 "만약 이번 분쟁에 하마스 공격의 배후로 의심받고 있는 이란까지 개입한다면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의 최대 3%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과거 이스라엘과 아랍의 충돌 사례를 보면 대부분 단기간에 종료됐으며, 국제유가에 미친 영향은 1·2차 오일쇼크를 제외하면 단기 급등 이후 안정되는 등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경우 이례적인 측면이 많아 전개 방향이 유동적인 상황이다. 국금센터는 이번 사태에 대해 ▲대규모 포격과 국경 침투 등 이례적인 하마스의 공격이 이뤄졌다는 점 ▲이스라엘의 전쟁 선포 등 강도 높은 보복 천명이 있었다는 점 ▲여타국 시아파 무장정파(헤즈볼라, 후디)의 가세 ▲중동 지역 화해 모드에서 발생했다는 점 등에 따라 앞으로의 향방이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국금센터는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으로 글로벌 원유수급이 타이트하고, 미국 전략비축유가 40년 만에 최저 수준인 상황에서 중동발 공급충격이 가세하면 최근의 국제유가 강세 기조가 더욱 강화될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동발 불확실성이 확산하면서 시장의 위험회피 심리가 강해지자 달러, 미 장기 국채, 금 등 안전자산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달러화는 강세를 보여 블룸버그 달러 현물 지수는 0.2% 상승했고,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도 0.08%포인트 오른 4.80%를 나타냈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현물 금 역시 온스당 1850.52달러로 1% 상승했다. 금값은 최근 내림세를 보이며 지난 3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번 사태로 반등한 것으로 보인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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