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 4조달러(약 5400조원) 규모의 홍콩 증시가 극심한 거래 가뭄으로 인한 장기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자금이 홍콩 증시를 떠나고 있는 현상과 원인을 조명했다. 한때 아시아의 금융 허브였던 홍콩 증시에서 주식 거래량 감소 흐름이 최근 3년간 이어진 것은 글로벌 투자자들의 관심이 얼마나 많이 감소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WSJ은 짚었다. 줄어드는 거래량에 주가 변동 폭이 커지면서 글로벌 기업들이 기업공개(IPO)를 위해 홍콩 증시를 찾는 일도 줄었다.
홍콩 증시 상장사의 실적은 중국 경제에 영향을 받고, 증시 유동성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에 연동돼 있어 미·중의 경제·정책적 악재에 민감하다. 홍콩 증권거래소 관계자는 "장기화하는 고금리 환경과 글로벌 경기 침체, 투자심리 악화가 거래 감소의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WSJ은 중국의 리오프닝(경제 재개) 후 부각된 부동산 시장의 위기가 중국 경제에 대한 구조적인 비관론을 불러오면서 중국 내 외국인 자금의 이탈과 탈중국 현상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이 홍콩을 중국과 구분되는 안전한 투자처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중 갈등과 탈중국화 등 지정학적 요소도 투심 악화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홍콩 증시는 아시아 주요국 증시 가운데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 비중이 가장 높아 글로벌 유동성에 민감하다. WSJ은 "서구권 등 해외 투자자들이 지정학적 이유로 중국 증시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움직임이 홍콩 증시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홍콩 증시 대표지수인 항셍지수는 이날 전장 대비 4.57% 하락한 1만7263.88로 마감하며, 올해 들어 최저치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 항셍지수 하락 폭은 13%에 달했고, 지난 1월 고점(2만2688.90) 대비로는 24% 가까이 급락했다. 연간 기준으로도 지수가 최근 4년 연속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홍콩 증시 상장기업들의 시가총액은 팬데믹 호황기인 2021년 정점 대비 2년 새 3분의 1 이상 감소한 상태다. 해외 자금 이탈로 인한 충격을 흡수하기 위해 중국 본토 자금인 강구퉁이 꾸준히 홍콩 주식을 매수해왔다. WSJ에 따르면 홍콩 증시 매수 흐름의 3분의 1가량은 중국 본토 자금에서 나오고 있다.
에토스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설립자인 제임스 플레처는 "최근 몇 달 새 홍콩 증시에서 주식 매도 거래 체결 자체가 어려워졌다"며 "매수 대비 매도 수요가 압도적으로 우위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국 부동산 산업 구조조정과 경제 회복 전망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유지하고 있어 홍콩 증시 부진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RBC웰스매니지먼트의 수석 투자 전략가인 자스민 두안은 "해외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가 회복되고 있다는 더 많은 신호를 확인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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