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이후 출생자 평생 담배 못 사" 초강수 계획 발표…英 '비흡연 세대' 구상

'담배 혐오' 수낵 英총리, 흡연 감축안 발표
구입 가능 연령 점차 올려 합법적으로 금지
"범죄 조직 불법 유통 길 열려" 담배社 반발

영국에서 현재 14세 이하는 평생 담배를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른바 '비흡연 세대'를 만들겠다는 구상 때문이다.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4일(현지시각) 맨체스터에서 열린 보수당 연례 전당대회 기조연설에서 "건강을 해치는 주원인을 막을 방안"이라며 흡연 감축 계획을 내놓았다.

그는 "2009년 이후 출생한 현재 14세 이하는 성인이 돼도 합법적으로 담배를 살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담배 구매 가능 연령을 18세에서 매년 1년씩 올리면, 이르면 2040년부터는 젊은 사람들의 흡연이 거의 완전히 중단된다"고 밝혔다.

또 일회용 전자담배 판매 제한을 검토하고, 청소년 이용 증가에 대응한 담배의 향과 포장 등을 단속할 예정이라며 "흡연자 5명 중 4명은 20살이 되기 전에 흡연을 시작한다. 나중에 대다수가 금연을 시도하지만, 많은 사람이 중독돼 실패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방안은 지난해 12월 뉴질랜드에서 발표한 정책과 유사하다. 뉴질랜드 정부는 2008년 이후 출생자의 담배 구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담배 판매가 허가된 매장 수를 현재의 10% 수준으로 줄이고, 담배에 포함된 니코틴 허용치도 감축한다.

수낵 총리는 개인적으로 흡연을 혐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2일 영국 일간 더타임스에 따르면 총리실은 정부의 최고위 보건의료 고문인 크리스 휘티 최고의학관(CMO)의 지휘 아래 흡연 규제안을 만들도록 지시한 바 있다.

4일(현지시각)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보수당 연례 전당대회 기조연설에 참석한 리시 수낵 총리.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이번 조처에 대해 금연 운동 단체는 환영의 뜻을 표했다. 영국 비영리단체 바나도는 지난해 정부 의뢰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특정 연령대부터 평생 담배 구입을 허용하지 않는 정책을 제안했는데, 보리스 존슨 당시 총리가 찬성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수낵 총리의 연설은 주식시장에도 소폭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담배 회사인 임페리얼 브랜즈와 브리티시 아메리칸 타바코 등 주가가 각각 2.8%, 1% 하락했다. 전자담배 유통업체 슈프림 PLC 주가도 3.7% 떨어졌다.

담배 업계에서는 "범죄 조직이 불법적으로 제품을 유통하는 길을 열어주는 부작용이 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