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씨 형제 발행업체 직원도 함께 기소
'청담동 주식부자'로 불리는 이희진씨(37)와 그의 친동생이 피카코인 등 스캠코인들을 발행하고 투자자들을 유인해 약 900억원을 가로채고 이 중 270억원을 유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스캠코인은 코인 발행재단이 사업 실체를 속이고 투자금을 편취하는 코인을 말한다.
4일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단(단장 이정렬)은 이씨와 그의 동생 이희문씨(35)를 사기 및 특경법상 배임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이씨 형제가 운영하는 코인 발행업체에서 코인 사업 관리·감독 업무를 총괄한 직원 김모씨(34)도 사기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 등은 2020년 3월부터 2022년 9월까지 피카코인 등 세 개 코인을 발행·상장한 후 허위·과장 홍보, 시세조종 등 기망행위를 통해 이 코인들을 매도하는 수법으로 총 897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씨 등이 코인을 통해 편취한 금액이 피카코인에서는 약 339억원, G코인은 217억원, T코인은 341억원 상당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씨는 주식 사기로 구치소에 수감된 이후에도 자금력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2019년 G코인 발행업체를 차명으로 설립, 동생 이희문씨와 직원 김씨를 통해 회사를 경영하며 코인의 발행, 유통, 상장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2020년 3월 석방 직후부터는 T코인 등 3개 스캠 코인을 추가로 직접 발행, 유통하고 P코인 등 7개 스캠 코인을 위탁받아 발행·유통하는 등 본격적으로 범행에 뛰어들었다.
이씨 형제는 2021년 2월9일부터 같은 해 4월19일까지 T코인 판매대금으로 받은 비트코인 약 412.12개(당시 원화 가치 270억원 상당)를 피해자 회사인 T코인 발행재단으로 돌려주지 않고 해외 거래소의 차명 계정으로 이체시켜 임의로 유용한 혐의도 받는다. 청담동에 있는 고급 부동산 매수자금에도 활용됐다.
검찰은 이씨 등이 주가조작 범행 수법인 '긁어올리기 주문'을 코인 시세조종에도 사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긁어올리기 주문'은 최우선매도호가보다 높은 가격으로 고가매수주문을 제출해 한 순간에 2개 이상의 매도호가와 체결을 발생시키면서 가격을 급등시키는 주문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코인 가격 및 호가가 0.01원~1원 정도로 주식에 비해 소액이어서 이같은 주문이 시세조종에 자주 활용되며 상한가·하한가가 없는 특성 때문에 파급력이 매우 크다. 또, 이씨 등은 구독자가 많은 유튜브 방송을 활용해 코인 종목을 추천하고 인위적으로 코인 시세를 올린 후 추종 매매 세력을 늘렸다.
전통적인 시세조종 방식뿐만 아니라 코인 시장 특성을 활용한 수법도 썼다. 이씨 등은 내재가치가 없고 시장거래 가격이 곧 가치가 되는 코인의 특성상 거래량이 줄면 가치가 '0'으로 수렴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 '자전거래봇'을 활용했다. 이를 통해 가장매매로 거래량을 발생시켜 가격 하락을 방지했다.
매수·매도 호가 공백을 이용한 가장매매로 매수호가를 끌어올리기도 했다. '긁어올리기 주문'보다 시세조종 의도의 노출이 덜한 점과 대부분 코인 물량을 재단이 보유하고 있어 관행상 재단 보유 거래소 계정의 수수료가 할인되는 시장의 특성을 이용한 시세조종 기법이다. 가령 코인의 현재 가격이 1만원인 경우 호가 공백이 없는 상태에서 매도주문 500개가 1만원에 제출되면 현재가는 9900원으로 하락하고 1만원 호가는 공백이 되는데, 이때 공백이 생긴 호가 1만원에서 자전거래를 하게 되면 현재가는 9900원에서 1만원으로 다시 상승하게 된다. 이는 자전거래가 아닌 다른 투자자가 1만원의 매수호가를 제출해 시장 상황이 복원되기 전까지 계속된다.
검찰은 ▲코인 백서 내용이 지나치게 복잡하거나 추상적인 경우 혹은 홍보성 내용에 치우친 경우 ▲코인 발행 주체가 명확하지 않고 사실상 익명화 돼 있는 경우 ▲단기에 큰 차익을 실현할 수 있다고 내세워 코인 투자를 유인하는 경우 스캠 코인 가능성이 높다고 당부했다. 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에게 불법에 상응하는 형이 선고되도록 주임 검사가 직접 공소 유지를 담당하고 피고인들이 취득한 범죄수익을 전액 추징해 박탈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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