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 천사’ 하늘로…마가렛 간호사 오스트리아서 선종

40년간 보수 없이 한센인들 위해 봉사
건강 악화되자 2005년 편지 남기고 귀국

소록도에서 한센인들을 위해 40여년 간 봉사했던 ‘소록도 천사’ 마가렛 피사렉이 향년 88세로 선종했다.

30일 천주교광주대교구 김연준 신부는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가 지난 29일 오후 3시 15분(현지시각)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의 한 병원에서 급성 심장마비로 사망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최근 넘어져서 대퇴부가 골절돼 수술받던 중 선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계 오스트리아인인 피사렉은 인스브루크 간호학교 졸업 후 구호단체 다미안재단을 통해 전남 고흥군 소록도에 파견됐다. 그는 공식 파견 기간이 끝난 후에도 마리안느 스퇴거(89) 간호사와 함께 소록도에 남아 자원봉사자 신분으로 한센인들을 돌봤다.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 [이미지출처=연합뉴스]

한국 정부는 오랜 세월 무보수로 한센인들의 간호와 복지 향상에 헌신한 공을 기려 피사렉과 스퇴거에게 1972년 국민훈장, 1983년 대통령 표창, 1996년 국민훈장 모란장 등을 수여했다.

이후 건강이 악화하자 이들은 “사람들에게 부담이 되고 싶지 않다”는 편지를 남기고 2005년 11월 오스트리아로 돌아갔다.

국립소록도병원은 이들이 살던 집을 '마리안느 스퇴거와 마가렛 피사렉의 집'으로 명명했다. 스퇴거는 고지선, 피사렉은 백수선이라는 한국 이름도 있다.

2016년에는 국립소록도병원이 개원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이들에 대한 노벨 평화상 후보 추천과 방한을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건강상의 이유로 스퇴거만 소록도를 방문했다. 이들은 2016년 대한민국 명예국민으로 선정됐으며, 대한간호협회의 명예 회원이기도 하다.

젊은 시절의 마리안느 스퇴거(왼쪽)과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 [이미지 출처=천주교주교회의 제공]

당시 소록도성당 주임 신부였던 김 신부는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을 설립하고, 다큐멘터리 영화 ‘마리안느와 마가렛’(윤세영 감독) 제작과 노벨 평화상 후보 추천을 함께 추진했다.

마가렛은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휘 요양원에서 지냈고, 4∼5년 전부터는 단기 치매 증상을 겪기 시작했다. 그러나 소록도에서의 삶과 사람들은 또렷하게 기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신부는 “사단법인 마리안느와 마가렛 이사진이 명절 인사를 위해 오스트리아를 찾았다가 마가렛의 부음을 접했다”며 “고인이 사회를 위해 시신을 대학에 해부용으로 기증하겠다고 하셔서 장례 절차가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동료 마리안느는 마가렛이 일찍 세상을 떠난 것을 서운해하며면서도, 하느님께 좀 더 가까이 가게 된 것이 부럽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승우 기자 loonytuna@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