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통신 보도
中, 배터리 핵심광물·소재 장악
배터리 공장 건설비용도 美·EU 1.2조 vs 中 0.9조
美·EU 견제에도 공급망서 中 배제 어려워
미국과 유럽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유럽의 경우 배터리 공급망 자립에 필요한 금액이 55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중국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셀 공급의 80%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배터리 셀은 '셀→모듈→팩' 공정으로 제작되는 전기차 배터리의 최소 단위다.
중국은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 광물·소재 시장에서 광물 채굴부터 가공까지 전 과정을 틀어쥐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세계 리튬 가공의 절반 이상이 중국에서 이뤄진다. 코발트는 65%, 흑연은 70%, 니켈은 35% 가량을 중국이 정제하고 있다.
배터리 셀 소재 시장도 장악했다. 중국은 음극재와 양극재 시장을 각각 70%, 80% 차지하고 있고 전해질과 전기차 분리막에서도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막대한 영향력을 기반으로, 중국은 현재 전기차 배터리의 주류인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의 75%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해외 전기차 업체에 대한 배터리 공급 주도권 확보는 물론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한 중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가 주요국의 배터리 팩 가격을 조사한 결과 중국산의 경우 킬로와트시(kWh)당 127달러였고 북미와 유럽은 이보다 각각 24%, 3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중국의 시장 장악은 미국과 유럽의 견제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미국은 지난해 8월 중국산 배터리 의존도를 낮추는 내용을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내놨고, 유럽연합(EU)도 최근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국제전략연구소(CSIS)의 일라리아 마조코 선임 연구원은 "공급망에서 중국을 완전히 분리하는 게 실현가능하겠느냐"며 "지금으로선 확실히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에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 데도 중국보다 훨씬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유럽에 배터리 공장 한 개를 건설할 때 필요한 금액이 8억6500만달러(약 1조1700억원)로, 인건비·건설비용 등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6억5000만달러, 약 8800억원) 보다 훨씬 높다고 추산했다. 또 미국과 유럽에 필요한 배터리 공장을 지으려면 2030년까지 각각 820억달러(약 110조원), 980억달러(약 130조원)가 소요된다고 추정했다. 특히 EU의 경우 2030년까지 전기차 공급망을 완전히 독자화할 경우 무려 3820억유로(약 550조원)의 비용이 투입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의 전기차 보조금 현황을 조사 중인 EU가 중국산 수입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현재 10%에서 미국 수준인 27.5%까지 상향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에어 캐피털의 피에르 올리비에르 에식 연구원은 "중국은 배터리 공급망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며 "현재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유럽 진출과 관련해 EU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없다"고 밝혔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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