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매물이 급감하고 전셋값도 오르고 있다. 월세가격이 높아지는 가운데 전세자금대출 금리가 비교적 낮아지면서 전세 수요가 다시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7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매물은 3만539건으로, 6개월 전 4만5544건에 비해 33.0% 감소했다. 올해 초 최대치(5만5882건)와 비교하면 45.4%가 줄어든 것이다. 8월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3만~3만1000건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9월 셋째 주(18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률은 0.20%를 기록하며 올해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5월 셋째 주(22일, 0.01%)부터 계속해서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수요 심리를 나타내는 전세수급지수가 오르고 있다. 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9월 셋째 주 기준 93.8에서 94.1로 0.3포인트 상승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0에 가까워질수록 집을 구하려는 세입자보다 집을 내놓은 집주인이 많다는 의미다. 100에 가까워졌단 것은 공급보다 전셋집을 구하려는 세입자 수요가 더 많아질 것이란 얘기다.
전세 수요가 늘어난 이유는 시중은행 전세대출금리가 비교적 낮아지면서 월세보다 전세를 택하는 게 유리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7월 기준 서울 전월세전환율(전세보증금을 월세로 전환할 때 적용하는 이율)은 5.3%인 반면, 시중은행 전세대출금리는 3~4%대로 내려와 월세보다 전세를 택하는 게 저렴해졌다. 여기에 빌라·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중심으로 횡행했던 전세사기 여파로 보다 안전한 아파트로 진입하려는 세입자가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일부 강남권 아파트 전셋값은 수억원씩 오르고 있다.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2990가구) 전용면적 84㎡ 전셋값은 현재 14억~18억원대에 형성돼 있다. 지난 7월까지만 해도 11억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약 두 달 새 호가가 3억원 이상 오른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런 흐름이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월세 부담은 커졌지만 전세대출금리가 비교적 안정됐고, 비(非)아파트 대비 깡통전세 등 사고가 날 위험이 적어 전세 수요가 늘어났다”며 “서울의 경우 내년에 입주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러한 양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곽민재 기자 mjkwa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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