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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다이어리]에코백 반성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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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에서 미국 일상 속 이야기들을 전합니다.

이 글은 반성문이다. 뉴욕 생활 1년 반 가량이 지난 시점에서 옷장 안에 가득 쌓인 ‘에코백’을 보고 ‘아차’ 싶었다.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중 특정 표현과 무관.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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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분명 필요에 의해서였다. 장을 본 후 비닐 또는 종이봉투 한 장에 몇백원의 돈을 지불하고 싶지는 않았다. 때마침 현지 대형슈퍼마켓 체인인 ‘트레이더조스’의 에코백이 한눈에 쏙 들어왔다. 4달러 상당에 큼직하고 질도 좋아, 관광 온 한국인들에게도 인기 많은 미국표 기념품이라고 한다. 한국으로 돌아간 후에도 사용할 수 있겠다 싶어 마음에 쏙 들었다. 이때만 해도 나의 에코백은 이름 그대로의 목적, ‘eco’에 충실했었다.

뉴욕 길거리에서는 에코백을 든 사람들을 생각보다 더 많이, 더 쉽게 만나볼 수 있다. 자꾸 보다보면 취향이 생기고 갖고 싶어진다더니, 머무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내 옷장에도 에코백이 하나, 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잡지를 구독하면 받을 수 있는 ‘뉴요커’ 에코백은 나의 최애템이다. 뉴욕에 위치한 유명 서점인 ‘스트랜드’, ‘맥널리 잭슨’ 에코백은 디자인에 홀려 구입했다. 공연과 전시를 보기 위해 들린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 ‘메트로폴리탄뮤지엄(The MET)‘, ’모마(MoMA)‘의 에코백은 말 그대로 기념품 성격이 짙다.


가볍고, 예쁜 디자인에,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다니 구입할만하지 않은가. 특히 이 과정에서 친환경이라는 단어는 죄책감을 상쇄시키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렇게 ‘에코백 컬렉터’가 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각종 행사에 갈 때마다 기념품으로 받아온 에코백들도 구입한 수만큼이나 가득 쌓여갔다. 이제 내 에코백들은, 정말 에코백이라 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글은 반성문이다.


에코백은 2007년 영국 패션디자이너 안야 힌드마치가 ‘나는 플라스틱 가방이 아닙니다’라고 적힌 캔버스 천 가방을 내놓으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지나친 플라스틱 사용을 경고하는 에코백에 전 세계는 열광했다. 직후 영국 내 관련 법 시행까지 맞물리면서 주요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 사용이 급감하는 등 친환경 효과로도 이어졌다. 즉, 에코백이 친환경 소비의 대세로 자리 잡은 것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가치소비’가 대세다.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 하나에서도 얼마나 친환경적인가, 얼마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가 등을 따진다. 슈퍼마켓에 판매하는 계란에도 ‘가둬놓지 않고 키운 닭이 낳았다’는 표시가 붙어 있다.


하지만 에코백이 과연 친환경적인가. 이미 이 논쟁은 오래전부터 이어지고 있다. 생산부터 폐기까지 과정을 따져보니 비닐봉지 1장이 더 친환경적이라는 분석마저 나왔다. 에코백을 만들기 위해 투입되는 자원의 양 때문이다. 영국 환경청은 에코백이 비닐봉지를 대체하기 위해서는 최소 131번 써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2018년 덴마크에서 실시된 연구에서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비닐봉지는 최소 37회, 면으로 된 가방은 7100회 사용해야 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취향에 따라 쉽게 교체하는 소모품으로 남용할 것이라면 차라리 비닐봉지가 친환경적이라는 것이다. 이는 에코백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친환경템 텀블러 또한 마찬가지다.


결국 중요한 것은 '재사용'이다. 오늘도 에코백을 들고나왔다. 내일도 그럴 것이다. 절친한 지인은 "뉴욕에서야 에코백을 들고 다닌다 해도, 과연 한국에 돌아와서도 들고 다니겠느냐"고 꼬집는다. 물론 나는 "들고 다닐 것"이라고 답변했다. 에코백 1개당 131회를 다 채우긴 어렵더라도 말이다.

다만 문제는 이미 구입한 게 너무 많다는 것, 그리고 곳곳에서 무료로 나눠 주는 게 너무 많다는 점이다.





뉴욕=조슬기나 특파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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