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로스앤젤레스(LA)행 비행기 체크인 안 하신 분, 이쪽 줄에 서주시길 바랍니다." 지난 25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항공사 직원들이 길게 늘어선 줄 옆을 뛰어다니며 아직 LA행 비행기 체크인과 수하물을 못 부친 사람들을 찾기 시작했다. 목베개를 걸친 사람들은 손을 들고나와 항공사 직원의 안내를 받아 체크인을 시작했다. 그런가 하면 안내판에서 항공편을 확인하는 사람들 사이로 아이들은 뛰어다니며 서로 장난쳤다. 부모들은 혹시 수하물 무게를 초과할까봐 캐리어 가방을 열어 짐을 확인하면서 아이들이 다치지 않을지 힐끔 쳐다봤다. 긴 줄에서 오래 비행기를 기다리고 무거운 짐을 들고 다녔지만, 사람들은 모두 부푼 기대감을 가진 표정이었다. 부모님과 베트남을 가기로 한 김모씨(22·남)는 "이번에 부모님과 함께 조부모님 댁인 부산으로 안 내려가기로 했다"며 "할아버지, 할머니께서도 귀성길에 시달리기보다는 여행 가서 추억을 쌓으라고 권장했다"고 말했다.
추석과 함께 황금연휴가 찾아오면서 해외여행을 가려는 사람들로 인천국제공항이 가득 메워졌다. 이들은 황금연휴 동안 가족들과 함께 차례를 지내면서 시간 낭비하기보다는 개개인이 편하고 재밌는 것을 찾는 게 낫다고 입을 모았다.
27일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따르면 주말이었던 지난 23일 9만1770명, 24일 9만93명 등 이틀간 약 18만명이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했다. 출입국자 수를 합치면 23일 16만9603명, 24일 17만405명 등 이틀간 약 34만명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했다. 아직 본격적인 추석 연휴가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지난해 추석 연휴였던 지난 8~12일의 하루 평균 여객 수(5만8000여명) 대비 3배 가까이 늘어난 사람들이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셈이다.
올해 들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해외여행 수요가 추석 연휴에도 반영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인천국제공항을 이용한 여객 수는 544만37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8.8% 증가했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8월 여객 수(23만4958명)와 비교하면 20배 넘게 늘었다. 이번 추석은 최소 6일 동안 쉴 수 있는 황금연휴인데다 해외에서 코로나19 백신접종 의무를 풀면서 해외여행객 수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올 5월, 미국은 5월부터 입국시 코로나19 백신접종 증명서를 증빙해야 하는 의무를 폐지했다. 한국은 지난해 10월 입국시 코로나19 검사 의무를 선제적으로 철회했다.
연휴가 긴 만큼 가족 단위로 해외여행을 가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찾았다. 서울 중랑구에 거주하는 정모씨(73·남)는 "아들과 며느리, 손자, 손녀까지 해서 총 8명이 마카오 여행을 가려고 인천국제공항을 방문했다"며 "지난해까지만 해도 집에 가족들이 모여서 차례를 지냈다. 올해는 가족들이 코로나19를 잘 견뎌낸 걸 기념하는 의미로 두 달 전부터 해외여행을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족과 모이지 않고 홀로 여행 가거나 친구들과 여행 가는 경우도 있었다. 한데 모여 친척들 눈치를 보는 것보다는 편한 공간에서 추억과 경험을 쌓는 게 낫다는 것이다. 황모씨(25·남)는 이번 추석 연휴 때 차례를 지내지 않고 친구들과 일본 여행을 가기로 해 부모님과 마찰을 빚었다. 황씨는 "굳이 인사드려야 할 친척이 없다"며 "아버지께서 명절엔 차례를 지내야 한다고 잔소리했지만 별 신경 쓰지 않는다. 황금연휴가 자주 찾아오는 것도 아닌데 지금 아니면 여행 갈 기회도 많지도 않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가족 전체의 행복을 추구하던 과거와 달리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행복을 존중하는 기조로 변경됐다"며 "갈수록 설이나 추석 명절 때 귀성하기보다는 여행하는 개인이나 가족이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공병선 기자 mydill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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