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증액, 공약 불이행 등을 이유로 조합과 시공사가 팽팽히 대립하던 정비사업장 곳곳에서 화해의 기운이 돌고 있다. 자잿값과 인건비 상승에 새로운 시공사를 찾아도 별다른 실익이 없고, 소송전에 따른 사업지연 우려가 커지면서 '갈등'보다 '안정'을 택하는 조합이 늘어나는 분위기다.
2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2구역 재개발 조합은 공사비 증액을 이유로 대립하던 시공단(삼성물산·DL이앤씨)과 계약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조합은 지난달 임시총회에서 ‘시공사 선정 취소 및 공사도급가계약 해지의 건’을 상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시공단이 임시총회 사흘 전 조합에 평(3.3㎡)당 공사비를 748만원으로 낮춘다는 공문을 발송하면서, 극적 협의가 이뤄졌다.
조합과 시공단의 갈등은 시공단이 2020년 계약 당시 평당 490만원이던 공사비를 859만원으로 증액하자고 요구하며 불거졌다. 조합은 평당 공사비 687만원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시공사 계약 해지를 추진했다. 이 같은 갈등은 조합이 당초 제시한 금액보다 높은 평당 748만원에 봉합됐는데, 시공사 교체에 따른 사업 속도 지연 등을 고려해 조합이 이 같은 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교체를 위해서는 최소 6개월에서 1년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같은 이유로 현대건설과 갈등하던 서대문구 홍제2구역도 지난달 총회에서 논의하려던 시공사 계약 해지 안건을 상정하지 않았다. 홍제2구역의 경우 2020년 평당 512만원의 공사비 계약을 맺었으나 현대건설이 898만원을 제시하며 대립하게 됐다. 조합과 건설사는 현재 현실적인 공사비 책정을 위해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서울 용산구 보광동 '한남2구역' 재개발 시공사 계약 해지 위기에 놓였던 대우건설도 조합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았다.
한남2구역 조합은 지난달 17일 임시총회를 연고 대우건설 시공사 재신임 건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제적인원수 909명 가운데 80%인 735명이 서면과 현장 참석을 통해 투표에 참여했고, 그 결과 찬성 414표·반대 317표·무효기권11표로 대우건설이 재신임을 얻게 됐다.
한남2구역이 대우건설 계약 해지 안건을 논의하게 된 것은 '고도제한 완화'를 두고 갈등이 벌어지면서다. 대우건설은 지난해 11월 시공사 선정 당시 고도 제한을 118m까지 풀어 최고 21층으로 건설하는 '118프로젝트'를 제안해 조합원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시공사 선정 이후 1년 가까이 규제 완화에 진전이 없자 내부에서 시공권 박탈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이 안건은 부결됐지만 조합장이 직권으로 임시총회를 결정하면서 이번 재신임 투표로 이어지게 됐다. 조합원들은 사업 지연에 따른 손해와 공사비 인상 등을 감안해 대우건설 재신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시공사 계약해지 시 소송의 부담이 있어 조합과 건설사 모두 얻을 게 없다"면서 "특히 새로운 시공사를 찾는데 시간이 걸리는 데다 공사비가 계속 오르는 추세라 조합도 갈등보다는 안정을 택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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