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공정·안전·혁신·후생 등 기본 원칙
디지털 자산 법적 보호, 디지털 근로·휴식 보장 등 강조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디지털 시대에 맞는 보편적 디지털 질서 규범을 위한 헌장 '디지털 권리장전'을 발표했다. 글로벌 공통의 가치를 반영하면서도 우리나라의 디지털 혁신 경험과 철학을 담았다. 단순한 선언적 의미에서 벗어나기 위해 이 헌장을 기반으로 법·제도 정비에도 나선다.
박윤규 과기정통부 2차관은 25일 서울 정부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디지털 공동번영사회’ 구현을 위한 시민의 보편적 권리와 주체별 책무를 담은 디지털 권리장전을 공개했다.
박 차관은 "오늘(25일)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권리장전을 보고했다"면서 "윤 대통령은 각 부처 소관 업무에 적용할수 있는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계획을 적극 마련하고, 글로벌 표준 제도 상정을 위해 우리나라가 주도할수 있도록 합심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뉴욕구상을 시작으로 다보스 포럼과 하버드대학교, 파리 소르본 대학교, G20 정상회의 및 UN총회 등에서 전 세계 석학들과 다양한 기업인들을 만나 ‘새로운 디지털 질서’에 대한 논의를 지속해왔다. 특히 이번 뉴욕대에서 개최된 ‘디지털 비전 포럼’에서는 기조연설을 통해 '디지털 권리장전'의 5가지 기본원칙을 제시한 바 있다.
디지털 권리장전은 디지털 심화 시대에 맞는 국가적 차원의 기준과 원칙을 제시하고, 글로벌을 리드할 수 있는 보편적 디지털 질서 규범의 기본방향을 담은 헌장(憲章)이다. 배경과 목적을 담은 전문과 함께 총 6장, 28개조가 담긴 본문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제1장에서는 ‘디지털 공동번영사회’ 구현을 위한 기본원칙을 규정했다. 기본원칙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자유와 권리 보장 ▲디지털에 대한 공정한 접근과 기회의 균등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디지털 사회 ▲자율과 창의 기반의 디지털 혁신의 촉진 ▲인류 후생의 증진 등 총 5가지다.
제2장부터 제6장에서는 5가지 기본원칙을 구현하기 위한 시민의 보편적 권리와 주체별 책무(국가·기업·시민)를 세부 원칙의 형태로 규정했다. 2장은 ‘자유와 권리 보장’ 측면에서 키오스크 등에 차별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디지털 접근의 보장’, 자신의 정보에 대한 열람·정정·삭제·전송을 보장하는 ‘개인정보의 접근·통제’, 플랫폼 노동, 원격근무 등과 관련된 ‘디지털 근로·휴식의 보장’ 등이 규정됐다.
3장에서는 데이터, 디지털 저작물 등의 디지털 자산이 정당한 법적·정책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디지털 자산의 보호’, 디지털 격차 해소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향상’ 등을 규정했다. 다만 AI가 만든 저작물을 어떤 시각으로 봐야하는지에 대해선 따로 명시하지 않았다. 박 차관은 이에 대해 "AI가 만든 창작물은 (디지털 권리장전과는) 결이 다른 문제"라며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AI 학습 관련해서 저작권 침해, AI 저작권 인정 여부 등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4장에선 디지털 위험이 체계적인 시스템을 통해 관리돼야 한다는 ‘디지털 위험의 대응’, ‘디지털 기술의 윤리적 개발과 사용’ 등의 원칙이 제시됐다. 5장엔 디지털 환경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규제 개선’과 전문인력 양성, 연구개발 투자 등 ‘디지털 혁신의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고, 6장에선 국제사회가 함께 ‘디지털 국제규범 형성’, ‘국가 간 디지털 격차 해소’을 위한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박 차관은 디지털 권리장전이 글로벌 공통의 가치를 반영하면서도 디지털 문해력(literacy) 향상과 디지털 혁신 강조 등 우리만의 차별성을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디지털 권리장전을 기반으로 UN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 미국과 영국의 AI·디지털 규범 논의에 적극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박 차관은 "윤 대통령도 국제사회 차원의 논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며 "국제기구를 만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외교부 등 관계 부처와 같이 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또 디지털 권리장전을 기준으로 삼아, 디지털 심화시대의 쟁점들을 해소하고 구체적인 법·제도를 정비하기 위한 실질적인 노력들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인공지능법', '디지털 포용법'을 비롯한 디지털 심화시대에 맞는 법령들을 마련하고, ‘디지털 심화대응 실태조사’ 등을 통해 관계부처의 정책·제도들을 디지털 권리장전에 따라 정비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박 차관은 다만 현재 각 부처에 분산된 디지털 관련 논의 사항을 주도할 '콘트롤 타워'에 대해 "아직 구체적 논의 사항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과기정통부가 기술적·제도적 전문성을 바탕으로 여러 쟁점을 논의하고 해소하는 데 적극적으로 지원할 위치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 차관은 "앞으로 디지털 권리장전을 기준으로 디지털 심화 시대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글로벌 디지털 규범의 표준이 될 수 있도록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며 “AI를 포함해 디지털 분야 전체를 포괄하는 헌장은 이번이 처음인 만큼 우리나라가 글로벌 차원 규범 질서를 주도하겠다”고 말했다.
강나훔 기자 nahu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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