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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업계도 ASML 같은 '슈퍼 을' 나온다…'다이캐스팅'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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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차 업계, 다이캐스팅 생산 방식 도입 확산
초대형 프레스 장비 납품 업체에 관심
이드라, 테슬라에 6000~9000t급 기가프레스 공급
현대차그룹, 현대로템이 장비 국산화 추진 전망

車업계도 ASML 같은 '슈퍼 을' 나온다…'다이캐스팅'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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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업계에서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회사 ASML은 '슈퍼 을(乙)'로 통한다.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없이는 반도체 업체들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 세계 내로라하는 반도체 업체들이 ASML의 장비를 받기 위해 대기표를 뽑고 순번을 기다린다. 이 때문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유럽 출장을 갈 때 가장 먼저 찾는 곳도 네덜란드에 위치한 ASML 본사다.


전기차 업계에서도 생산 공법의 변화로 ASML 같은 '슈퍼 을' 기업이 나올 조짐이 보인다. 차세대 전기차 시장의 생산 핵심 기술은 초대형 다이캐스팅(die casting) 공법. 커다란 틀에 알루미늄 합금 주물을 부어 높은 압력으로 차체 또는 부품을 한 번에 찍어내는 방식이다. 틀에 밀가루 반죽을 붓고 똑같은 형태로 찍어내는 붕어빵을 만드는 방식과 비슷하다.

테슬라는 기가 프레스 방식을 도입해 170개가 넘는 부품을 2개의 큰 부품으로 단순화시켰다.[사진=테슬라]

테슬라는 기가 프레스 방식을 도입해 170개가 넘는 부품을 2개의 큰 부품으로 단순화시켰다.[사진=테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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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가장 주목받는 '슈퍼 을' 후보는 테슬라에 6000~9000t급(압력 세기) 기가 프레스를 납품하는 이탈리아 주조장비업체 이드라(IDRA)다. 1946년 이탈리아에서 설립된 이드라는 2008년 중국 LK테크놀로지그룹에 인수됐다. 이드라는 테슬라가 캘리포니아 공장에 ‘기가 캐스팅’ 공법을 최초로 도입한 2020년부터 초대형 프레스 장비 공급을 전담해왔다. 이드라는 5500~9000t급의 다양한 다이캐스팅 기계를 생산하고 있지만 한 해 공급 가능한 물량이 10대 미만이다. 사실상 당분간 테슬라의 맞춤 주문 제작도 소화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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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6000t급 이상의 다이캐스팅 설비를 생산할 수 있는 이드라의 경쟁사는 스위스의 뷸러그룹, 일본의 우베그룹과 시바우라머신, 중국의 이즈미·하이티엔 등이 있다. 하지만 이드라는 지난해 6월 세계 최초로 9000t급 기가 프레스를 공개하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9000t급 초대형 프레스 장비는 테슬라가 차기 모델 사이버트럭 생산을 위해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가프레스는 압력세기를 t단위로 표시하며 단위가 커질수록 크고 단단한 차체·부품을 만들 수 있다.

전 세계 전기차 시장에 초대형 다이 캐스팅의 화두를 던진 건 테슬라였다. 테슬라는 2020년부터 모델 Y 생산에 기가 캐스팅 공법을 세계 최초로 도입했다. 이 기술로 기존엔 70여개로 나뉘어 있던 리어바디(rear body·차체의 뒷부분) 부품을 하나로 찍어내는데 성공했다. 이를 통해 테슬라는 전기차 원가를 40%, 무게는 30% 줄였다. 컨베이어벨트가 사라지면서 공장 생산면적도 20% 줄어들었다.

이탈리아 주조장비업체 이드라가 테슬라에 납품하는 기가프레스[사진=이드라 홈페이지]

이탈리아 주조장비업체 이드라가 테슬라에 납품하는 기가프레스[사진=이드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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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도요타, 현대차, 볼보 등 전통 완성차 업체들이 테슬라의 초대형 다이캐스팅 공법을 적극적으로 차용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일본의 장인정신으로 대표되는 'TPS(TOYOTA Production System)'를 고집하던 도요타가 테슬라의 생산방식을 받아들였다는 것은 업계에서도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도요타는 지난 11일 일본 아이치현 3개 공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술 개발, 생산 시스템 현황을 공개했다. 이날 가장 주목받은 건 미요시 공장에 적용된 '기가 캐스팅' 설비다. 기가 캐스팅 공법은 주조용 금형(틀)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야 하는데 도요타는 이 교체 시간을 20분가량 줄였다. 도요타는 엔진·각종 부품에서 얻은 주조 노하우를 2026년부터 생산되는 전기차에 적용해 타사 대비 20% 높은 생산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우베그룹은 도요타와 설비 개발 협력에 나설 유력 후보다. 우베그룹 계열사 우베 머시너리는 전기차 다이캐스팅 시장에 뛰어든 유일한 일본 업체다. 지난 4월 우베 머시너리는 전기차 차체의 섀시(골격)을 한번에 찍어내는 장비를 개발했다고 밝혔으며, 일본의 완성차 대기업이 이를 적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지난 11일 도요타가 아이치현 미요시 공장에서 공개한 기가 프레스 프로토타입[사진=도요타]

지난 11일 도요타가 아이치현 미요시 공장에서 공개한 기가 프레스 프로토타입[사진=도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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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보는 기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발 빠르게 다이캐스팅 공법 도입을 결정했다. 볼보는 2025년까지 '메가 캐스팅' 공정을 도입하기로 했다. 볼보는 이미 지난해 스위스 뷸러그룹이 개발한 자동차 차체용 프레스 설비 2대 구입계약을 체결했다. 볼보는 이 8400t급 대형 프레스 설비를 스웨덴 토슬란다 공장에 설치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기존 공정 대비 생산 시간을 75%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현대차 가 '하이퍼캐스팅'이라는 이름으로 다이캐스팅 공정을 2026년 도입한다. 이를 위해 자체적인 주조·가공·조립공장을 짓기로 했다. 기존 엔진·변속기 공장 등 유휴 부지 중에서 적합한 부지를 선정하고 내년 공장 착공에 돌입할 예정이다.


설비는 계열사인 현대로템 이 맡을 전망이다. 지난달 현대로템은 당진공장에서 초대형 차량용 프레스 설비인 '서보 프레스'를 공개했다. 서보 프레스는 곡선 성형에 최적화돼 차량 외부 차체 등에 사용되는 강판을 찍어내는 데 유용하다. 이 프레스 장비는 1기에 1000~2400t급이며, 현대차그룹이 미국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전기차 전용공장에도 들어간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그룹도 초기엔 기가 프레스 장비를 해외에서 수입하겠지만 결국은 현대로템이 설비 국산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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