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프 미안 "부동산發 부실 위험 대비"
글로벌 금리가 과거와 같은 저금리 수준으로 복귀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에 따라 기업은 성장성 둔화를 탈피하기 위한 효과적인 부채 활용이 중요하고, 가계는 부동산발(發) 부실과 레버리지 확대 위험에 대비해야 한단 지적도 제기됐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서울에서 '금리 기조의 구조적 전환 가능성과 민간부채'를 주제로 개원 26주년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날 콘퍼런스엔 '빚으로 지은 집(2014)'의 저자인 아티프 미안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교수가 화상으로 참석했다.
기조발제에 나선 미안 교수는 "한국과 중국 등은 2015~2021년 다른 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는 가계부채 상승을 겪었는데, 이는 가계부채로 총수요를 늘려 부정적 대외 이슈에 대응한 것"이라며 "이는 한국의 통화정책, 금리 인상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안 교수는 아울러 "한국과 중국 모두에게 중요한 것은 연착륙(soft landing)을 위한 부채 재조정이다. 다른 시장에서처럼 혼란이 신용위기로 이어지는 것은 피해야 한다"면서 "한국은 예컨대 파산관련 규제 등을 통해 국내 부채 구조조정 전략을 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글로벌 금리가 과거의 저금리 수준으로 복귀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강현주·백인석·장근혁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금리 기조의 구조적 전환 가능성 평가'를 주제로 한 첫 발표에서 실질중립금리와 추세물가의 상승으로 고금리 기조가 고착화 될 것으로 봤다. 미국 경제는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주요 선진국은 국가부채가 확대되고, 반(反) 세계화가 확산되며 중립금리와 추세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단 것이다.
특히 한국의 경우 급격한 고령화가 가장 큰 문제로 지목됐다. 고령화가 생산성 향상 등을 상쇄하며 실질중립금리는 횡보하고, 이에 따른 노동인구감소가 추세 물가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단 것이다. 이들은 "한국은 가파른 고령화로 실질중립금리가 낮은 수준에서 횡보하는 가운데 노동가능인구 부족 등에 따른 추세 물가 상승압력이 금리 기조를 좌우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이미 규모가 과도한 가계부채나 향후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정부 부채 관리에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진 주제발표에선 고금리 기조 고착화에 따른 가계 등의 리스크 대응 방안이 논의됐다.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기준 105%로 세계적으로 높은 수준인데, 실물자산 집중도 역시 63%로 가계부채 비율 상위 5개국 중 가장 높아 금리·부동산 가격발 취약성이 높은 편이다.
정화영 연구위원은 "부채 보유가구 전반에 걸쳐 금융부채가 더 빠르게 늘어났고, 과다차입 가구비중도 상당 폭 늘었다"면서 "통화긴축의 영향으로 2022년 이후 이자부담이 빠르게 늘고 있고, 고금리 여건이 장기화 되는 경우 가계부실이 늘어날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특히 아직도 가계 전반에 걸쳐 부동산 투자 의향이 크게 높아지고 있다는 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전세자금대출을 통해 레버리지가 확대될 수 있다는 점이 가계부채의 미래 위험요인으로 지목됐다.
정 연구위원은 "중장기적 시계에서 가계부채의 점진적인 디레버리징(차입 축소·상환)을 도모해야 한다"면서 "부동산 정책의 신뢰성 확보를 통해 과도한 가격상승 기대를 억제하는 한편,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과거와 같은 저금리 기조로의 회귀 가능성은 크게 낮아졌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며 "가계도 부채 활용에 있어 과도한 수준의 위험 감내를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장기업 고금리 부채의 우려와 실제'를 주제로 발표한 이상호 연구위원은 금리 상승으로 기업의 부실이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짚으면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취약 부문을 대상으로 한 미시적 대응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이 연구위원은 기업들에게 저성장 기조를 탈피하기 위한 '효율적인 부채활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미국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기업들이 레버리지 확대로 이익성장과 주가상승을 견인한 것과 달리, 우리 기업들은 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데만 치중했다는 것이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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