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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토피아]에너지 정책은 이념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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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원전 후 독일, 에너지문제 겪어
韓지형상 태양광·풍력으로 부족
탄소중립 위해 원전은 필요

[에너지토피아]에너지 정책은 이념의 대상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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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은 지난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하면서 벤치마킹했던 대표적인 나라다. 2011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17명의 지식인으로 구성된 ‘안전한 에너지 공급을 위한 윤리위원회(일명 17인의 윤리위원회)’를 구성해 원전 폐기를 결정했다. 문재인 정부가 2017년 구성한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는 이를 본떠 만든 것이다. 두 위원회의 구성은 약간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있다. 원자력 과학자를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에너지 정책에 과학을 배제한 채 윤리적 관점만 들이댄 것이다.


그 결과는 지금 고스란히 후대가 떠안고 있다. 독일은 한 차례 연장한 끝에 지난 4월15일 마지막까지 남아있던 3기의 원자력발전소를 폐쇄함으로써 완전한 탈원전 국가가 됐다. 1961년 원전 가동을 시작한 지 62년 만이다. 독일은 태양열과 풍력 등 신재생 에너지 비중을 높여 탄소중립 국가를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현실은 이상과 다르게 흐르고 있다. 가뜩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의 에너지 안보가 위태로운 상황에서 원전마저 없어지자 전기료가 급등했다. 특히 독일 제조 기업들의 피해가 심각하다. 독일 정부는 기업에 에너지 보조금을 주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전기가 부족해지자 독일은 옆나라 프랑스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고 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원전 비중이 가장 높은 국가다. 탈원전한다면서 원전 국가로부터 전기를 사 오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독일 내부에선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올라프 숄츠 총리가 속한 사회민주당(SPD), 녹색당과 함께 집권 연정을 이루고 있는 자유민주당(FDP)은 지난달 원전 해체를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채택했다. 독일 최대 야당인 기독민주당(CD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대표는 "집권하면 원전을 다시 운영하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숄츠 총리는 지난 2일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원전을 "죽은 말"이라고 비유했다. 이제 돌이킬 수 없다는 얘기다.


독일의 상황은 남 일 같지 않다. 우리나라도 탈원전 정책을 지속했더라면 언젠가 겪어야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윤석열 정부 들어 멈춰 섰던 원전을 재가동하는 등 원전 생태계 복원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일 취임한 방문규 신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첫 일정으로 창원시 원전 기자재 수출 업체를 찾았다.

전 세계적으로도 원전은 탄소중립으로 가는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블룸버그NEF는 2050년 탄소제로 사회를 달성하더라도 여전히 필요한 전력의 9%는 원전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태양광과 풍력이 전 세계 전력의 75%를 담당하겠지만 원전이 기저 전력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얘기다. 기존 원전보다 안정성을 강화한 소형모듈원전(SMR) 등 새로운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도 활발히 벌어지고 있다. SMR을 통한 원자력수소 생산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전 세계가 신냉전 시대에 접어들면서 각국은 누구나 할 것이 에너지 안보를 최우선으로 두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유를 100% 수입하고 있다. 태양열이나 풍력에 의존하기에도 지리적으로 불리하다. 원전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원전은 국민의 불안감을 이용해 정치적으로 이용하기에도 좋은 주제다. 그렇다 보니 정권이 바뀔 때마다 냉온탕을 오갔다. 국가의 존망과 관련한 에너지 정책이 더 이상 이념에 휘둘려서는 안 될 것이다.





강희종 기자 mindl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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