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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통제 현주소]②15년 근무로 횡령했는데…전문분야 장기근무는 '대거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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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기업금융,외환·파생운용' 등 장기근무 허용
"경남·우리銀 10년 넘게 같은 일해서 횡령했는데"
장기근무자 허용 범위 광범위해
손질해서 순환근무 시킬 필요

[내부통제 현주소]②15년 근무로 횡령했는데…전문분야 장기근무는 '대거 허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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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9명→6명(우리은행), 1681명→52명(신한은행), 2295명→842명(국민은행), 1466명→702명(하나은행)'


은행별로 집계된 작년 말과 올해 7월 기준 장기근무자들의 숫자다. 불과 반년 사이 적게는 52%, 많게는 98%까지 수치가 급감했다. 2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연도별 동일 업무(부서) 장기근무자 현황'을 보면 알 수 있다.

겉으론 바람직해 보이지만 속사정은 다르다. 금감원이 주요 업무를 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장기근무 적용을 배제해줬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수치가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착시효과' 영향이 크다.


원래 더 많은데…장기근무자 감소한 듯한 '착시효과'

장기근무는 내부통제 방안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최근 터진 역대급 횡령 사태는 모두 장기근무에서 비롯됐다. 경남은행의 2988억원 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 사고부터 그렇다. 사고자가 15년간 투자금융부에서 일해서 가능했던 일이다. 우리은행의 700억원대 횡령 사고도 마찬가지다. 해당 직원은 10년 동안 기업개선부에서 근무했었다.


금감원도 장기근무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한 작업을 했다. 대표적인 게 지난해 말 만들어 올해부터 적용된 '전국은행연합회 인사 관련 내부통제 모범규준'이다. 작년까지는 각사마다 장기근무자 기준이 달라 들쑥날쑥했다. 이에 공통기준을 마련해 관리에 들어간 것이다.

장기근무를 못 하도록 한다는 게 대원칙이지만 '적용배제' 조항이 논란거리다. 특히 '높은 전문성이 요구되는 업무'의 장기근무를 허용한 부분이 문제다. 이 조항으로 인해 '기업금융, IT, 외환·파생 운용, 리스크관리, 법무, 회계, 자산관리(PB),기업RM' 분야의 직원들은 장기근무를 해도 아무 상관이 없게 됐다.


이번 경남은행 횡령 사태에 적용해봐도 해당 직원의 직무는 '기업금융'이라 순환인사 대상이 아니다. 프로젝트 사업에 대한 신용공여, 출자, 자금 지원도 기업금융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김희곤 의원은 "핵심 업무를 하는 직원들을 장기근무 제한 대상에서 대거 빼는 바람에, 갑자기 4대 은행 장기근무자가 급감한 듯한 착시효과가 일어났다"며 "사고 가능성이 있는 주요 업무인 만큼 직원들이 오랫동안 한자리에 머물지 못하도록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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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명령 휴가, 직무 분리로 조치로는 한계

금감원은 은행마다 전문성을 갖춘 인원이 제한적이라 불가피하게 내린 조치라는 입장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분야는 계약직으로 뽑은 전문직들도 있고, 증권사 같은 다른 업종과 경쟁하는 분야도 있다"며 "이들을 일률적으로 순환 보직하도록 하면 은행들도 영업하기 쉽지 않아 금융권과 협의해 이뤄진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장기근무 적용배제 직원들은 의무명령 휴가를 보내거나 직무 분리 같은 다른 통제 수단을 활용할 수 있다"며 "그럼에도 장단점이 있어서 적용 배제 범위는 앞으로 고민을 해봐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금감원은 장기근무자 비율을 순환근무 대상의 5% 이내, 혹은 50명 이하로 줄이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BNK경남은행에서 560억원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3일 서울 시내 한 BNK경남은행 지점 모습.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BNK경남은행에서 560억원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3일 서울 시내 한 BNK경남은행 지점 모습.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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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분야라도 영업 등은 순환근무 필요

금융당국 내에서도 장기근무 허용 범위를 세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선 방어체제'(1선 '영업', 2선 '리스크 관리·준법 지원' 3선 '내부감사')에서 가장 사고 개연성이 높은 1선 영역 같은 경우엔 장기근무를 허용해선 안 된다는 거다. 2선과 3선은 자금을 직접 만지지 않는 분야라 상대적으로 사고 위험이 낮기 때문이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지금처럼 '기업금융, IT, 외환·파생 운용' 이런 식의 대분류로 장기근무 예외를 해주는 건 3선 방어체계를 뭉뚱그리는 거친 방법"이라며 "예를 들어 기업금융 혹은 파생금융 분야에서 1선에서 대규모 자금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장기근무 제외 대상이 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전문성이 높은 분야 안에서도 1선 직원들은 순환근무를 하도록 조치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은행권 관계자도 "경남은행 횡령을 계기로 장기근무 배제 기준을 대폭 좁히는 방안을 금융당국과 논의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권현지 기자 hjk@asiae.co.kr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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