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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더레코드]"영화를 애정합니다" 송강호의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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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송강호 인터뷰

27일 개봉 '거미집' 김감독役
영화 순수한 가치 그리워…고민多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극장가는 얼어붙었다. 한국영화는 신뢰를 잃었고, 좀처럼 관객을 모으지 못했다. 아니 사실 관객이 외면했다고 보는 게 솔직하겠다. 안타까운 상황에 2000년대 초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끈 배우 송강호(56)와 김지운 감독의 고민도 깊어졌다. 이들은 영화 '거미집'에 관객을 향한, 영화를 향한 헌사를 담았다. '거미집'은 강렬하게 타오르는 '영화 사랑'을 우아하게 써내려간 러브레터다. 김 감독은 거장의 품격을 드러냈고, 송강호는 이름값을 다했다.


배우 송강호[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배우 송강호[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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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아시아경제와 만난 송강호는 "'거미집'은 모처럼 극장에서 만나는 '영화'다운 영화"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촬영하며 '공동경비구역 JSA'(2000) '살인의 추억'(2003) 초창기 때가 떠올랐다"며 "열정적으로 신나게, 또 설레서 연기했다"고 떠올렸다. 이어 "당시에는 앙상블 연기로 꽉 찼기에 좋았다. 앙상블 연기의 묘미, 영화적 에너지가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 시대 영화·극장·예술의 가치

'거미집'은 1970년대 영화 촬영장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영화감독 김열은 다 찍은 영화의 결말을 다시 찍겠다며 배우들을 부른다. 촬영장에 다시 모인 배우들은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스케줄이 꼬였다며 난리다. 검열받기 힘들다는 이유로 제작자도 반대한다. 하지만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으며 김 감독은 재촬영을 고집한다.


팬데믹 이후 영화(Cinema) 사랑을 고백한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파벨만스'는 극장의 향수와 영화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그려 인상적이라는 평을 얻었다. 국내에서도 이러한 영화 사랑을 담은 영화가 나온다. 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에 영화 사랑을 담았다. 주연배우로서 송강호가 느끼는 감회는 남달랐다.


그는 "영화란 무엇인가, 영화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고 어떻게 관객과 소통해야 존재 가치가 예술로서 존중받을 수 있을까. 굉장한 고민을 안겨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미집'이라는 영화에 애착을 더 가지게 됐다"고 덧붙였다.

'거미집' 스틸[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거미집' 스틸[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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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 대한 애착도 더 커졌다고 했다. 송강호는 "영화관의 큰 스크린에서 좋은 사운드로 감상하는 것과 많은 사람이 함께 감정을 공감하는 일에 대한 로망이 점점 짙어진달까, 더 절실해졌다. 그런 의미에서 관객들도 '거미집'을 반가워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관객들이 '이 영화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볼 수 없어'라고 느껴주길 바라요. 전 세계 영화계가 위기라면 위기인데, 돌파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고통도 따르겠죠. OTT나 드라마에서 할 수 없는 영화적 가치를 지닌 이야기를 창조해내고 완성해가는 과정이 고통 없이 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기꺼이 감수해야죠. 그런 의미에서 '거미집'이 잘 되기를 바랍니다."


송강호는 영화인들의 지속적인 노력과 열정을 강조했다. 그는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영화가 가진 순수한 가치들을 그리워하게 되고 새삼 소중하게 느낀다. 앞으로는 새로운 연구와 탐구, 도전과 시도가 있어야 영화관이 살아남지 않을까"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각 채널과 다양한 문화적 형태는 존중받아야 하고,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영화관이 존재하기 위해서는 노력해야 한다"고 거듭 말했다.


또 "안전하지 않고, 새로운 이 영화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지만, 오히려 더 설레기도 했다. 우리가 뻔한 영화를 찍고 있지 않다는 설렘이랄까. 김열과 똑같다. 자괴감과 두려움에 몸부림치기도 하지만, 자신감이 솟구칠 때도 있다. 영화와 똑같다"고 비유했다.


'거미집' 스틸[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거미집' 스틸[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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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열은 한국의 모든 예술가를 대변하죠. 영화감독을 연기하며 감독의 고통, 고뇌도 알게 됐죠. 우리 모두 사회라는 거대한 세트장에서 희망, 욕망, 좌절을 겪으며 살아가지 않나. 그런 면에서 우린 모두 김열이 아닌가. 그게 목표이기도 했죠. 마지막 엔딩 장면에서 김열 감독의 표정은 아주 미묘하죠. 저도 그 감정을 알 수가 없어요. 인간의 야심과 야망은 끝이 없지만, 우리 인생에도 끝은 없습니다."


영화감독 송강호? "꿈도 안 꿔"

국내 무대는 좁다. 그는 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최고상)과 92회 오스카 4관왕을 휩쓴 '기생충'(2019)을 이끌었다. 74회 칸영화제에서는 남자 배우 최초로 심사위원을 했다. 그다음 해 열린 75회 칸영화제에서는 '브로커'(2022)로 남우주연상도 거머쥐었다. 명실상부 '월드클래스'다.


일각에서는 송강호의 연출 도전에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거미집'에서처럼 영화감독 송강호를 만날 수 있을까. 그는 "혹자는 농담 반, 진담 반 그런 이야기를 많이 하시는데 감독은 굉장히 어려운 직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예술가적 재능이 있어야 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 삶의 깊이 등 다 갖춰진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배우 하기도 벅차다"며 "전혀 꿈을 안 꾸고 있다"고 손사래를 쳤다.


송강호와 김지운 감독은 영화 '조용한 가족'(1998)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에 이어 '거미집'으로 5번째 호흡을 맞췄다.


김지운 감독(왼쪽) 배우 송강호[사진출처=연합뉴스]

김지운 감독(왼쪽) 배우 송강호[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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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김지운 감독은 어땠는지 묻자 그는 "예술가로서 집요함이 있다"며 "그걸 사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를 만드는 과정 자체가 열정적인 예술가의 모습이었다. 그래서 그런 장면이 탄생하지 않았나. 작업할 때는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25년간 5번의 기나긴 시간을 통해 많이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민의 흔적이 파편처럼 마음에 남아있다. 고독하고 외로운 직업이다. 때론 고통스럽지만 예술가로서 환희와 희열도 동시에 느낀다. 그 과정을 옆에서 지켜봐 왔다"고 말을 이었다.


가장 첫 작업이었던 영화 '조용한 가족'(1998)을 언급하자 송강호는 "그때는 멋있었는데 지금은 나이가 드셨다. 세월 앞에 장사가 없다"며 농담을 했다. 그러면서 "인간적으로 변하지 않고 더 좋은 작품을 하기 위해 치열하게 사는 모습이 보기 좋고 존경스럽다"고 덧붙였다.


칸의 남자, 의리의 구원투수로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과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이후 15년 만에 프랑스 칸영화제를 찾았다. 두 사람은 '거미집'이 지난 5월 열린 76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돼 뤼미에르 극장에서 진행된 공식상영에 동반 참석했다.


당시를 떠올리며 송강호는 "경쟁작이 아니라서 마음이 편했다. 영화를 진심으로 즐기고 왔는데, 관객도 그래 주셨다. 다행히 반응도 좋았다. 그런 분위기가 영화의 성격과도 잘 맞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멀리까지 갔는데 더 오랜 시간을 보내지 못했다. 일정상 후다닥 귀국하는 스케줄이 돼서 아쉬웠다"고 떠올렸다.


배우 송강호[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배우 송강호[사진제공=바른손이앤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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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의 남자' 송강호는 올해 부산에 구원투수로 나선다. 다음달 4일 개막하는 28회 부산영화제 개막식에서 게스트를 맞이하는 등 '올해의 호스트'라는 이례적 역할을 맡았다. 올해 내홍을 겪으며 어려움에 부닥친 영화제를 위해 흔쾌히 제안을 수락한 송강호다. 배경을 묻자 송강호는 특유의 너털웃음을 지으며 겸손하게 말을 이었다.


"어차피 부산영화제에서 '거미집' 야외토크도 있고, 부산-대구 지역 무대 인사도 해요. 다 내려가야 하는데, 올해 비상 체제니까 이틀 먼저 내려가기로 했어요. 내년부터는 정상으로 돌아가겠죠. 부산영화제는 28년 동안 난관도 있었지만, 세계적인 영화제로 발돋움한 자랑스러운 영화제잖아요. 작은 도움이라도 된다면, 어차피 내려가는 길이니까.(웃음) 그래서 흔쾌히 하게 됐습니다. 부산에서의 만남도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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