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DP 대비 韓 가계부채 세계 4위
가파른 금리 인상에도 전 세계 부채가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들의 가계 부채가 빠르게 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 부채비율은 전 세계에서 4번째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국제금융연구소(IIF)가 19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 부채 보고서'에 따르면 올 6월 말 기준 전 세계 누적 부채총액이 307조달러(약 40경8310조원)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기준 올 상반기에만 전 세계 부채가 10조달러 늘었는데, 이는 최근 10년 사이에 부채가 100조달러 증가한 것에 비하면 급격한 증가폭이다.
이로 인해 전 세계 GDP 대비 부채비율은 335.9% 치솟았다. 이는 지난해 말(334.1%) 대비 2%포인트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IIF의 엠레 티프틱 지속가능성 연구 책임자는 "GDP 대비 부채비율은 최근 7개 분기 연속 감소 흐름을 깨고 다시 증가하기 시작했다"면서 "임금과 물가 압력이 완화되면서 연말께는 337%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특히 선진국에서 부채 부담이 급증했다고 IIF는 우려했다. 이 기간 발생한 신규 부채의 80% 이상은 선진국에서 나왔으며, 미국·일본·영국·프랑스에서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신흥국 중에서 신규 부채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중국, 인도, 브라질 등 경제대국들이었다. 올 초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한 신용평가사 피치는 "금리 인상은 선진국 공공재정과 국가신용등급에 주요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다"면서 "부채 증가에 따른 이자 비용은 이자 수익보다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신흥국의 부채 수준은 2007년 이후 빠르게 증가하며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내몰리는 등 여러 난관에 처해있다. 보고서는 "신흥국들의 GDP 대비 가계부채는 여전히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수준을 웃돌고 있는데, 특히 중국·한국·태국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고 적었다. 한국의 GDP 대비 가계 부채비율은 101.7%로, 세계에서 4번째로 높았다.
스위스(126.1%)·호주(109.9%)·캐나다(103.1%) 순으로 GDP 대비 가계 부채비율이 전 세계 1~3위를 기록했고, 전 세계 평균은 61.9%를 기록했다. 반면 선진국들의 경우 GDP 대비 가계 부채비율이 2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티프틱 연구원은 "고무적인 점은 선진국들의 가계 부채 부담이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미국의 가계 건전성은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에 완충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부채 증가가 세계 경제에 침체 위험을 더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외신은 "소득과 매출이 급감한 기업과 개인은 파산을 막기 위해 부채를 일으켰고, 각국 정부는 보조금 지급이나 공공사업 확대와 같은 경기 부양을 위해 부채를 늘려왔다"면서 "이렇게 최근 몇 달 새 급증한 부채의 결과로 세계 정부와 기업, 개인들이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고, 지출과 투자를 억제하면서 결과적으로 경제 성장을 더욱 저해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국제통화기금(IMF)도 지난 13일 "각국 정부가 민간, 공공 부채의 취약성을 줄일 수 있도록 긴급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민간부채의 경우 가계·비금융 기업에 대한 강력한 모니터링 정책이 필요하고, 공공부채는 신뢰할 수 있는 재정 프레임워크로 지출의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유진 기자 tin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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