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아 KB부동산 빅데이터센터장 인터뷰
"내년부터는 6개월 후, 1년 후 가격도 예측"
올해 하반기 내 KB부동산 앱에서 인공지능(AI)이 측정한 아파트 가격이 공개된다. 전국 모든 아파트의 모든 개별 호를 대상으로 '거래 가능한 가격'을 볼 수 있다. 내년에는 6개월 후, 1년 후의 아파트 가격까지 AI가 예측해 발표할 계획이다. 지난 8월 출범한 KB국민은행 산하 KB부동산 빅데이터센터는 부동산 가치추정모델(AVM)을 개발했다.
지난 19일 여의도 국민은행 본사에서 만난 이종아 빅데이터센터장은 "부동산 거래를 결정할 때, 은행에서 리스크를 판단할 때 가격 흐름에 대한 정확성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정보를 확장해 KB부동산에 들어오면 매물, 시세는 물론 거래 가능 가격, 추정가격까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빅데이터와 AI를 기반으로 한 AVM을 개발했다. 뭘 보여주는 건가.
-아파트 개별 호의 거래 가능한 가격을 KB부동산 앱에서 확인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지금은 전용 면적별로 KB시세를 발표하고 있다. 상위평균가, 일반가, 하위평균가를 보여준다. 앞으론 굉장히 구체적으로 변한다. '대치 은마아파트 11동 ○○○호가 얼마다, 마포 푸르지오 201동 ○○○호가 얼마다'라는 식의 정보를 제공할 거다. 전국 아파트 개별 호를 입력하면 적정 가격을 볼 수 있다. 올해 내 베타 서비스를 내놓을 거다. 내년에는 6개월 후, 1년 후 아파트 가격도 추정해서 매월 공개할 계획이다.
▲아파트 가격 측정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나.
-공공·민간 데이터를 모두 활용한다. 공공데이터는 실거래가, 건축물대장 정보, 금리, GDP(국내총생산), 정부 정책 데이터들이 있다. KB 부동산은 시세, 개발, 학군, 층별 효용, 과거 거래가격, 주변 아파트 가격을 갖고 있다. 수백개 종류의 데이터를 모아서 AI가 가공한다. '이 시점의 가격은 얼마다'라는 걸 추정하기 위해서다. 부동산 정책이나 금리는 예측하기 힘들 거란 지적이 있긴 하다. 하지만 과거에 비슷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 가격이 얼마나 움직였는지 AI 학습해 가격을 예측할 수 있다. 지하철이 뚫린다거나 쇼핑몰이 들어선다는 것도 같은 방법으로 반영한다. 시장 상황에 따라 편차가 있을 테지만 가격의 흐름을 보여주는 데 의미가 있다.
▲예측력은 얼마나 될까.
-미국에 비슷하게 부동산 가격을 예측하는 곳들이 있다. 예측력이 높았다가 최근 들어서 좀 떨어졌다는 얘기를 들었다. 거긴 단독주택이 많다. 비정형적인 요소들이 있어서 맞추는 게 더 어려울 수 있다. 아파트의 경우 단지 내에서도 내가 사는 동이 어느 쪽인가, 향은 어떤가, 몇층이냐, 이런 요소는 고정값에 가깝다. AVM으로 다른 요소들까지 학습하면서 정확도를 높이겠다. 예전엔 사람 중심으로 가격을 조사했다. 이젠 인공지능까지 합쳐서 좀 더 정확하게 알아보는 거다.
▲부동산과 금융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거래를 할지 말지 결정할 때, 은행에서 리스크를 판단할 때 가격 흐름에 관한 정확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부동산에선 데이터가 핵심이다. 주택은행 때부터 쌓은 데이터들을 연결해서 최대한 많은 정보를 보여주는 게 KB부동산 빅데이터센터의 역할이다. 전국 아파트의 거래 가능한 가격을 측정하고 앞으로 가격까지 예측하면 금융 안정에도 도움이 될 거다. KB부동산에 들어오면 실거래가·매물·시세·AI가 추정한 가격까지 한눈에 보면서 거래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 매도자, 매수자, 중개사에게 중요한 지표가 될 거다.
▲앞으로 부동산 시장 전망은.
-최근 2~3년 내 굉장히 급상승했다. 지금은 사이클상 하락 흐름이다. 하지만 2020년 이후 코로나라는 특별한 상황 때문에 유동성이 굉장히 많이 풀렸다. 최근에 가격이 조금 오르고 있지만, 구매력이 크게 상승했다고 보긴 어렵다. 다시 오르기까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주는 거시 변수 중에 소득이 가장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고용이 비교적 안정적이다. 빚내서 집을 사도 성실하게 상환한다. 그래서 경제 위기가 와도 부동산 가격 급락 가능성이 낮았던 거다. 이 고용이 얼마큼 잘 유지될지가 앞으로 부동산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심나영 기자 sn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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