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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결사건 라임·옵티머스]②책임회피에 속끓는 투자자… 쟁점은 '계약 취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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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람상조에서 6~7%의 높은 수익률을 요구했습니다. 그래서 수익률이 높은 라임 펀드를 추천하되 상품의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해 드렸습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의 한 민사 법정. 국내 대형 상조업체인 보람상조에 2019년 라임 펀드를 판매한 당시 KB증권 센터장이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주장했다. 보람상조의 계열사인 보람상조피플은 상조 고객들이 납부한 돈(선수금)을 투자했다가 환매중단 사태로 수백억원의 운용 손실을 봤다. 보람상조피플은 "상품에 대한 제대로 된 설명을 전달받지 못 했다"며 펀드 판매사인 KB증권을 상대로 78억원대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KB증권 측이 '안정적인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대형 금융사가 제공하는 정보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고 호소했다. 보람상조피플 재무담당 직원 A씨도 법정에 나와 "'투자자 성향 확인서'의 각 항목에 체크한 적이 없다. 평소 내 표기와 다르다"며 확인서가 임의로 작성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2020년 11월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라임펀드 피해자들이 라임펀드에 대해 피해자보호 분쟁조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펼치고 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2020년 11월2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앞에서 라임펀드 피해자들이 라임펀드에 대해 피해자보호 분쟁조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펼치고 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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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액 배상' 요구하며 개별 소송 낸 투자자, 소송 장기화에 시름

라임·옵티머스 등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2017년부터 2022년 7월까지 5조원의 피해액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피해복구는 아직 진행형이다. 앞서 금감원은 라임 펀드와 관련해 2020~2021년 상품 종류와 불완전판매 정도에 따라 '원금 전액' 또는 '40~80%'의 배상 비율을 권고했다. 옵티머스 펀드 판매사엔 일반투자자의 투자 원금을 반환하라고 했다. 이후 일부 투자자들이 투자금 전액 반환을 요구하며 금융사를 상대로 잇따라 개별 소송을 제기했다. 라임 펀드 투자로 손해를 본 개그맨 김한석씨와 아나운서 이재용씨 등 투자자 4명은 분쟁 조정과 별개로 판매사인 대신증권을 상대로 총 25억여원 규모의 소송을 냈다. 옵티머스 펀드의 경우 일반투자자들과 달리 수십개 투자법인 등 전문투자자는 반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개별적으로 NH투자증권 등 판매사에 소송을 냈다.


하지만 펀드 구조가 복잡한 데다 금융기관이 서로 책임을 회피하면서 소송이 장기화되고 있다. 여기에 금감원 권고대로 라임 펀드의 투자 원금 전액을 배상한 미래에셋증권과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판매사들은 "펀드 설정 때부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며 신한금융투자와 라임자산운용을 상대로 11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NH증권은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사무관리사 한국예탁결제원 등을 상대로 연대책임을 요구하며 낸 100억원 규모의 민사소송을 내기도 했다. 투자자들이 판매사를 상대로 승소한 1심 판결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판매사의 항소로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KB증권과 보람상조피플의 소송에서도 재판부는 A씨에게 "어디 투자하는지도 몰랐으면서 이제 와 손실이 나니까 '판매사 책임'을 요구하는 게 어색하지 않느냐"라며 "한해 순증 자금의 절반을 투입하는 대규모 투자였는데, 내부 논의 절차가 따로 있었느냐"고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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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 전액 반환… 착오·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 인정돼야

투자자들이 소송에서 이기기 위해선 법원의 '착오 또는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 판단을 끌어내야 한다. 민법에 따르면 상대가 착오를 유발했거나, 사기나 강박이 있었으면 투자자가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 금융당국도 "펀드 판매 과정에서 위험성에 대해 허위 사실을 고지하거나, 중요 사항을 알리지 않아 착오를 일으켰다"는 취지에서 일부 펀드의 '계약 취소'를 인정한 것이었다.

실제로 전문투자자인 오뚜기와 JYP엔터테인먼트가 NH증권에 각각 150억원과 30억원을 청구한 개별소송에서 1심은 NH증권이 착오를 일으킨 점을 인정해 지난 7월 투자자들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했다. 재판 과정에서 NH증권 측은 "옵티머스의 각 펀드에 대한 중개 또는 주선 역할을 했을 뿐이다. 판매사는 매매계약의 당사자가 아니고, 투자권유 단계에서 설명의무를 부담하지 않는다"고 항변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판매사와 투자자 사이의 법률관계를 완벽히 설명하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 자본시장법상 판매사가 계약 취소에 대한 원상 회복 의무를 부담한다는 게 일관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라면서도 "투자자 보호 관점과 자본시장법상 금융투자상품의 거래란 측면에서, 판매사와 투자자 사이엔 수익증권의 판매행위를 통해 양자 간 계약이 성립됐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김씨 등이 지난해 4월 대신증권에 승소한 라임 펀드 관련 1심 판결에선 이례적으로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까지 인정됐다. 재판부는 "펀드의 실제 거래구조, 수익성 및 위험성 등은 거래의 중요사항에 해당한다"며 "대신증권 직원은 중요사항에 관해 오해를 유발하거나 거짓을 기재한다는 점을 알고서도 사실과 다르게 고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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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최근 사모펀드 사태를 재조사한 금감원은 특혜성 환매 정황 등 새로운 위법행위를 발견하고, 이를 토대로 사모펀드 사태 관련 피해자의 분쟁 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기업은행 디스커버리펀드 사기피해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 전국사모펀드사기피해 공동대책위원회 등도 지난 6일 금감원에 분쟁조정과 피해구제를 촉구했다. 이들은 "금감원은 펀드의 투자위험을 피해자에게 떠넘기고 돌려막기를 공모해왔던 디스커버리 운용사와 판매사 모두에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착오 또는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를 결정해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라임 관련 펀드 중 플루토, 새턴 등은 분쟁조정이 진행되지 않고 있고, 아직 검사·제재 일정이 잡히지 않은 소규모 펀드도 다수"라며 "나머지 펀드에 대해서도 신속하게 검사 및 제재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감원도 기존 디스커버리 펀드 분쟁 조정과 관련해 '불완전 판매에 따른 손해배상'이 아닌 '계약 취소' 방식 적용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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