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게 검찰이 징역 7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기소된 지 약 4년7개월 만이다.
'사법농단'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한 2019년 1월1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히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15일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1부(부장판사 이종민 임정택 민소영) 심리로 진행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재판 1심 결심공판에서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구형의견을 통해 "당시 사법부는 법관인사 이원화제도 시행으로 인사권자인 대법원장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었고, 상고법원 도입을 추진하고 있었다" "사법정책적 목표 달성을 위해 청와대의 협력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며 "이에 따라 법관 비위를 은폐하고, 검찰의 수사 정보를 수집하고, 허위로 국가 예산을 배당 받아 국고를 손실하기까지 했다"고 말했다. 또한 "피고인들은 사법행정권으로 재판 지원과 대외업무를 통한 협조요청 등 권한을 갖고 있었다"며 "피고인들은 이를 남용해 다른 법관들 재판에 개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모관계와 관련 "피고인의 최종 승인 없인 해당 범행들이 실행되지 못했을 것"이라며 "재판 과정에서 당사자가 아닌 사법부의 조직적 이해관계까지 고려된다는 것은 어떠한 명분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 "그런데도 재판 독립을 파괴하고 특정 판결을 요구해 법관의 독립이라는 헌법적 가치는 철저히 무시됐다. 당사자들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받았다"고 덧붙였다.
앞서 검찰은 각종 재판개입과 사법부 블랙리스트 작성, 비자금 조성 등 모두 47건의 혐의로 2019년 2월11일 양 전 대법원장을 재판에 넘겼다. 양 전 대법원장을 비롯한 옛 사법부 수뇌부는 박근혜 정권에서 상고법원 도입과 법관 해외파견 등 역점 사업에 청와대와 외교부 등의 협조를 얻고자 정부가 관심을 두던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양승태 사법부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옛 통합진보당 의원 지위확인소송,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 관련 행정소송,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댓글 조작 사건 형사재판 등에 부당하게 개입한 것으로 보고 양 전 대법원장 등을 기소했다.
통상 선고공판은 결심공판 이후 약 1개월 뒤에 열리지만, 이 사건은 이날까지 277회 공판이 진행될 정도로 관련 내용이 방대하기 때문에 2∼3개월 뒤인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선고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기가 오는 24일 끝나는 만큼, 차기 대법원장 임기 중 1심 선고가 나오게 된다.
한편 사법농단 관련 혐의로 기소된 14명의 전현직 법관 중 유죄가 선고된 경우는 현재까지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과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2명에 불과하다. 항소심 재판에서 이 전 실장은 벌금 1500만원을, 이 전 상임위원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반면 함께 재판받은 심상철 전 서울고등법원장과 방창현 부장판사는 1·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재판은 아직 1심이 진행 중이다.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과 이태종 전 서울서부지방법원장, 임성근·신광렬·성창호 전 부장판사와 조의연 부장판사는 무죄를 확정받았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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