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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단]일이 반드시 재미있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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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움만 원한다면 '취미'로
프로나 최고가 되고 싶다면
책임감·성취감으로 전진해야

[논단]일이 반드시 재미있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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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젊은 직장인이 말한다. "일이 재미가 없을 때가 많습니다. 옛 문헌에도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고 하는데요. 재미가 있어야 제가 잘하게 되고 잘해야 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게 아닌가요?"


얼마 전, 골프를 좋아하는 지인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난 골프가 너무 즐거워요. 내 꿈은 골프장에서 골프 하다가 죽는 겁니다." 물론, 골프에 돈만 쓰는 아마추어다.

반면, 예전 현역 시절 박세리의 인터뷰가 기억난다. 그녀는 골프가 즐겁지 않다고 했다. "하루에 1000번의 스윙과 훈련, 식이요법,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 25년간 골프를 즐기지 못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은퇴 후 이런 말을 했다. "골프가 지긋지긋해요. 은퇴 후 골프 안 쳐요." 그녀는 얼마 전 TV에 나와 지난 5년간 10번도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했다. 아직도 즐길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번 김연아가 ‘유퀴즈’에 나왔기에 보았더니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요즘 운동을 거의 안 한단다. 현역 시절 운동이 너무 지겹고 힘들었단다. 그녀는 현역 시절 "무슨 생각을 하며 연습해?"라는 질문에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라고 답변해서 어록이 되었다.


황영조의 인터뷰가 기억난다. "마라톤을 할 때마다 옆에 차가 지나갈 때 그 차에 뛰어들어 죽는 게 덜 고통스럽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승리의 기쁨도 있었지만, 고통의 과정도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이 즐거울 때도 많지만 즐겁지 않을 때가 더 많다. 많은 시간은 책임감으로도 일하고 의무감으로도 일한다. 때로 막연한 희망으로도 일한다. 자신만의 목적이 있어 그것으로 일하기도 한다.


즐거움만으로 무언가를 한다면 그건 위에서 골프치다 죽고 싶다고 말한 분과 같이 ‘취미’임에 분명하다. 취미는 그것으로 먹고사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책임감도 의무감도 없다. 그냥 하고 싶으면 하는 것이다.


그러나 프로로 산다는 것, 더 나아가 최고가 된다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슬슬 즐기면서 최고가 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좋은 결과나 가끔의 과정을 즐길 수 있겠지만 나쁜 결과나 힘든 과정은 즐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행히, 지루하고 힘든 과정이 있었더라도 좋은 결과로 이어지면 과거의 과정이 미화된다. 그러나 그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으면 트라우마가 되기도 한다.


그러므로 일이 꼭 즐거워야 하는 것은 아니다. 또 즐거워야 잘 할 수 있게 된다는 것 또한 진실이라 하기 어렵다. ‘일의 격’에서도 인용했지만 "목표는 멋지지만, 목표로 가는 길에는 똥 덩어리가 가득하다. 지루한 길이다. 성공을 결정하는 질문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가 아니라 ‘그 과정의 어떤 고통을 견딜 수 있는가?’이다."


그저 즐거움만을 원한다면 그것은 취미로 간직하는 편이 낫다. 그것으로 프로나 최고가 되기 어렵다. 최고가 되는 사람은 그 지루함과 의무감으로, 때로 책임감으로, 때로 소소한 보람과 성취감으로, 때로 작은 성장의 뿌듯함으로, 때로 동료애로, 때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미션과 뜻으로 매일매일 의도적인 훈련을 하면서 조금씩 무소의 뿔처럼 전진하는 사람들이다.


신수정 KT엔터프라이즈 부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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