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한국은행은 최근 국제유가 상승 등의 여파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관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상당기간 지속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해 나갈 방침이다.
한은은 14일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실린 ‘향후 통화신용정책 방향’에서 "앞으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긴축기조를 이어나가는 가운데 금융안정에도 유의해 통화정책을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하반기 이후 뚜렷한 둔화 흐름을 지속해 6~7월 중에는 2%대를 기록했으며, 근원물가 상승률은 2분기 이후 완만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 목표수준인 2%에 안정적으로 수렴할지 여부와 그 시점에 대해서는 아직 상당 수준의 불확실성이 상존하고 있다. 특히 석유류 가격의 기저효과가 축소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월 중 3.4%까지 높아졌으며, 연말까지 3% 내외 수준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누적된 비용상승 요인의 파급영향 지속, 중국의 방한 단체관광 재개·초과저축으로 인한 수요측 압력, 공공요금 인상 관련 불확실성 등이 물가 오름세 둔화 흐름을 지연시킬 가능성도 상존하는 상황이다. 최근 원유 등 국제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대외여건 변화로 국내 물가가 추가적으로 상승하는 경우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자극할 우려가 있다.
한은은 국내경제의 경우 최근 민간소비가 둔화되는 등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나 향후 완만한 소비 회복과 수출 부진 완화로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대외수요 개선이 지연될 우려가 높은 가운데 대내적으로 가계 구매력 약화, 민간 투자여력 위축 등으로 경기 회복흐름이 제약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수출은 월별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점진적인 개선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대중 수출이 부진을 지속하면서 본격적인 개선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에서는 부동산 경기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민간소비의 더딘 회복흐름, 수출 부진 지속 등으로 회복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완만해질 전망이다. 중국의 공급망 내재화 노력으로 중간재 수입수요가 감소하고 최종재 시장에서도 한·중간 제품 경합도가 높아지면서 대중수출 부진 장기화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한은은 예상했다.
주택가격 상·하방 요인 혼재…불확실성 높아
주택시장에서는 매매가격 하락세가 올해 들어 빠른 둔화 흐름을 나타내다 7월 중 상승 전환됐으며, 거래량도 증가하는 등 부진이 완화되고 있다. 수도권의 주택가격 상승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데 반해, 비수도권은 여전히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회복 정도는 지역별로 차별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이후 완만한 감소세를 지속해오던 가계대출은 올해 4월부터 주택관련대출을 중심으로 증가 전환한 이후 증가폭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가계대출 연체율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전체 차주에 비해 빠르게 상승해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상회하고 있다. 한은은 "부정적 소득충격이 발생할 경우 취약차주를 중심으로 가계대출 부실화 위험이 높아지고 소비 여력이 크게 위축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향후 가계대출 여건을 살펴보면 단기적으로는 연초부터 이어진 주택 매매거래 확대, 하반기 아파트 입주·분양 예정 물량 증가, 임대인의 보증금 반환 대출수요 등이 증가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후에는 주택시장 상황에 영향받는 가운데 정부의 특례보금자리론 공급 속도 조절, 인터넷전문은행 주택담보대출 현황 점검 등이 증가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이다.
한은은 주택가격 전망에 대해 "주택가격의 상·하방 요인이 혼재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며 "내년도 서울지역 공급 감소, 세제 관련 규제 완화 등이 주택가격 반등 흐름을 지속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반면 고금리 환경의 지속, 전세가격 하락 등은 주택가격 상승과 매매거래량 증가를 제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수준의 가계부채는 장기성장세를 저해하고 자산불평등을 확대하는 등 우리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중장기적 시계에서 디레버리징(차입 상환·축소)을 지속하기 위한 정책당국 간 일관성 있는 공조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소정 기자 s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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